"우리는 단 하루도, 아니 단 한 시간도 더 기다릴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광장에 모인 이유입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자신이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 똑똑히 기억하십시오. 고통받고 있는 주권자 시민들의 얼굴을 바라보십시오. 헌법과 민주주의의 파괴를 사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하십시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뒤 3주째 선고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날마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심리 기간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한 시민들은 다시 광장을 향한다. 15일 주말 집회에는 100만명의 시민들이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며 경복궁역부터 안국역에 이르는 대로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헌재를 대신해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함께 외쳤다.
집회 후 행진에는 갈수록 더 많은 시민들이 결합해 종로 일대 곳곳을 뒤 덮었다. 행진 대열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게 이어졌다. 행진 대열의 선두가 종로 일대를 돌아 행진 시작점인 광화문으로 돌아왔을 때, 행진 대열 후미의 시민들은 막 광화문에서 행진을 출발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참세상
광장의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탈옥"이라며 표현하며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법원과 즉시 항고를 포기한 검찰에 분노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안심"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 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14개월 딸 아이의 아빠라 자신을 소개한 신승룡 씨는 "윤석열 탄핵 가결 때 국회 앞에서 울려 퍼지던 다시 만난 세계를 들으며 취해 있던 저를 반성한다. 백일이 넘도록 진행되는 장기 투쟁 속에 이만하면 됐지라며 지쳐 있던 저의 모습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신 씨는 "계엄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윤석열 파면이 기각이라도 됐다면 조금의 일상조차 없어질 텐데 이걸 망각하고 지쳐있던 내 잘못이었다.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다시 다짐했다”면서 "모든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대학생 김민아 씨는 "윤석열이 석방된 날 저는 친구들과 거리에서 밤을 보냈다"며 "겁도 없이 재판부에 절절히 감사한다며 인사하는 걸 봤고, 사법부와 검찰이 윤석열을 탈옥시키는 걸 봤는데 열불이 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 광장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가 없구나, 끝까지 안심해서는 안 되겠구나, 이건 전쟁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한 "12.3 내란 이후 세 달이 지났다. 저들은 2시간짜리 계엄이었다고 얘기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들은 1년의 4분의 1을 집회 속에서 보내지 않았나. 우리는 결코 언제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밀지 모르는 세상, 국민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낙인찍고 처단하겠다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없는 세상, 누구나 누구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그날까지 거리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즉각하면 된다, 파면". 참세상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지난 9일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파면 시 까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고 농성을 진행 중이다.
공동의장들과 함께 이날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표발언에 나서 "내란에 동조하고 부역한 자들, 내란 수괴를 옹호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자들, 장관, 경찰, 검찰, 군인, 국민의힘, 극우세력을 이제 낱낱이 색출해서 처벌하고 역사에서 지워버리자"면서 "오늘부터 윤석열이 파견되고 구속되는 그날까지 조금의 긴장도 늦추지 말고 모두가 이 광장에서 함께 싸우자"고 이야기했다.
이날 공동의장단이 낭독한 비상행동의 선언문에서는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내란극우세력과 실랑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누군가는 일터와 삶의 보금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있고, 또 누군가는 무너지는 생계에 고통받고 있다. 그들이 엉망으로 만든 세상을 바꾸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 우리가 윤석열 따위에게 이렇게까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가"라며 "우리는 하루라도 더 참을 수 없다. 윤석열이 관저에 숨어 내란비호세력들과 권력을 휘두르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이라 짚었다.
비상행동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자신이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 똑똑히 기억하라. 고통받고 있는 주권자 시민들의 얼굴을 바라보라. 헌법과 민주주의의 파괴를 사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면서 "우리는 단 하루도, 아니 단 한 시간도 더 기다릴 수 없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광장에 모인 이유"라고 강조하고 "오늘 전국에서 100만의 시민들이 모였다. 만약 다음 주 주말까지 파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크게 더 강하게 모여야 한다. 100만을 넘어 200만이 넘는 전국 시민들의 집회를 만들 것이다. 시민 여러분,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 결의를 밝혔다.
비상행동은 또한 시민들에게 매일 저녁 7시 파면 촉구 집회와 행진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오는 19일은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선포하고 시민 동조 단식 등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중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