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동안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 군대, 이스라엘 정치와 사회의 일부 세력, 그리고 해외에서 이들을 돕는 조력자들이 가자지구 인구를 의도적으로 굶주리게 하여, 주민들이 도망치거나 점점 심화되는 고통과 결국은 극심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강요하고 있음이 더 이상 의심의 여지 없이 드러났다. 2023년부터 이어진 명백한 의도적 행위의 증거가 존재하며, 이는 분명히 집단학살 혐의로 기소할 만하다.
스스로를 ‘이스라엘의 옹호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가자에서 실제로 식량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서둘러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기근 역사학자이자 구호 전문가인 알렉스 드 왈(Alex de Waal)은 <가디언>에 기고한 강력한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의 식량 배급소는 단순히 죽음의 함정이 아니라 변명(alibi)이다… 가자 인도주의 재단 시스템은 굶주린 물고기들이 있는 큰 연못 가장자리에 서서 빵 부스러기를 던지는 것과 같다. 누가 그 빵 부스러기를 차지하겠는가?” 식량을 공중에서 투하하는 방식 또한 결국 같은 행위일 뿐이다.
굶주림을 통한 인종 청소가 실제 정책이다.
기근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역사가 궁금하다면, 드 왈이 쓴 처절한 역사서를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대규모 굶주림: 기근의 역사와 미래⟫(Mass Starvation: The History and Future of Famine), 알렉스 드 왈(Alex de Waal)
그가 보여주듯이, 의도적인 굶주림은 1940년대 나치의 폴란드 점령에서 비롯된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의 집단학살에 대한 원래 논의의 핵심이었으나, 이후 20세기 공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서 점차 주변으로 밀려났다.
내가 아시아의 안전한 거품에서 벗어나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처음에는 드 왈(de Waal)의 책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곧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역사 이야기를 쓸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역사적 비교 정치학을 두고 턱을 어루만지며 토론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곳의 폭력에 집중해야 한다.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입장에서 흔히 제기되는 또 다른 반론을 예상해 보자. 분명히, 2025년 여름에 고통받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가자지구만은 아니다. 또한 기아가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는 곳도 가자만은 아니다.
이런 대화를 해 본 적이 있다면 아마 이런 반박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스라엘을 비판하지 마라. 그 정부의 범죄적 정책을 언급하지 마라.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공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것은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종종 자신들이 예외적 존재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기원의 예외성을 강조하며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혼란과 궤변의 토끼굴로 들어가지 않고, 차라리 그 도전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자.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행과 전쟁, 기아라는 광경 속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에서 시행하는 정책을 비교해 보자.
이 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이 있고, 단순히 논점을 흐리려는 것이 아니라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작성해 준 전 세계 ‘기아 핫스팟(hunger hot spots)’ 개요를 참조해 보길 바란다.
이것이 2025년 여름 전 세계에서 예상되는 심각한 기아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가자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약 1억 5,200만 명이 이번 여름 심각한 기아와 기근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 대다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있다. 아시아에서 주요 핫스팟은 미얀마가 유일하다.
이 모든 고통의 지역들에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무력 충돌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렇게 밝혔다.
“수단, 팔레스타인, 남수단, 아이티, 말리가 가장 우려가 큰 지역으로, 가장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예멘, 콩고민주공화국, 미얀마, 나이지리아는 매우 높은 우려가 있는 핫스팟으로 분류되며, 생명과 생계를 보호하고 추가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 외의 핫스팟으로는 부르키나파소, 차드, 소말리아, 시리아 아랍공화국이 있다. 13개 핫스팟 중 12곳에서 무력 충돌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모든 지역에서 광범위하고 심화되는 무력 충돌이 식량 안보 악화의 주된 동인으로 작용하며, 피해 지역에서 재앙적 수준(IPC/CH 단계 5)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수단에서는 지속적인 분쟁과 흉작기를 맞이하며 기근과 유사한 상황(IPC 단계 5)이 계속될 수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장기화되고 대규모로 진행되는 군사 작전과 인도주의 기관이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기근 위험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남수단에서는 지역 간 폭력과 정치적 긴장이 거시경제적 어려움과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기록적인 갱 폭력과 치안 불안이 대규모 난민 발생을 초래하고 인도주의 활동을 가로막아 포르토프랭스 대도시 지역에서 난민들 사이의 재앙적 식량 불안을 악화시키고 있다. 말리에서는 지속적인 분쟁과 북부 및 중부 지역에서의 극심한 접근 제한이 식량 체계를 붕괴시키고 지원을 차단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의 표현으로 말한 것이다.
수단, 남수단, 미얀마, 콩고민주공화국은 모두 내전 중이다. 아이티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깝다. 이들 상황은 복합위기가 겹치는 ‘폴리크라이시스(polycrisis)’ 지역이거나,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 북부처럼) 만성적 빈곤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만성적 빈곤 자체도 더 깊은 원인을 설명해야 하는 문제다.
반면, 가자지구의 기근을 초래한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군사 작전”은 위기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이스라엘이라는 부유하고 완전한 주권 국가가 전적으로 의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작전이다. 식량 공급은 이스라엘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으며, 의도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조절”되고 있다. 동시에 해수 담수화 시설은 정밀폭격으로 파괴되었고, 요리할 연료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전쟁을 수행하면서 미국 정치 주류와 다수의 유럽 국가들로부터 전폭적이고 공개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이는 예컨대 아랍에미리트가 수단에 개입한 것처럼 은폐된 작전이 아니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칭송받고 있는 정책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유럽과 미국의 정치권은 팔레스타인 아동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장면에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응은 끔찍할 정도로 완곡어법에 기대어,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이 “위기”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펼치는 정책의 결과라는 명백한 사실을 회피하고 있다.
미 상원의원 코리 부커(Sen. Cory Booker) 트윗
가자지구에서 특히 어린이, 여성, 병자, 노인 등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기아와 고통을 목격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가자지구의 위기는 절박하게 필요한 음식, 물, 약품(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이들을 위한 치료용 식품 포함)과 같은 생명 유지 자원을 즉각적이고 대규모로 투입해 대응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달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 도덕적 의무다.
가자 인도주의 재단의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면서 하마스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검증된 방법을 사용해 지금 즉시 해당 지역에 대규모로 지원해야 한다. 지연되는 매 순간이 생명을 앗아가고 어린이, 임산부, 다른 민간인들의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생명을 구하고, 하마스의 영향력과 능력을 약화시키며, 남아 있는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략의 일부다. 이러한 목표들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진행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은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Haaretz)가 매일 헤드라인에서 말하는 것을 감히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하아레츠> (HAARETZ)
이번 주, 이스라엘은 수요일 오후까지 43명을 굶겨 죽였다. 가자 전쟁은 치명적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스라엘 의사결정자들에게 가자지구를 굶주리게 하는 것은 전쟁 첫날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가자에서 발생하는 아사(餓死)는 이름 없는 모호한 위기의 부수적이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가 아니다. 이는 팔레스타인인의 가자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고도로 정교한 국가의 자원을 동원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의도적인 정책의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 가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기아 위험에 처한 곳이 11곳이나 있지만, 이러한 전 세계적 기근 상황을 살펴보면 가자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사실을 드러낸다. 강력한 국가가 의도적으로 수행하는 정책의 결과로서, 2025년 여름 가자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아사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이 예외성은 단순히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영향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대량 학살이 얼마나 의도적인지를 평가할 때 이 비율은 핵심 지표다. 예를 들어,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했을 당시 유대인과 비유대인 폴란드인을 학살한 정도의 차이를 설명할 때도 이 지표가 종종 인용된다.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한 대량 학살 모두 극심했지만, 폴란드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학살은 처음부터 완전한 절멸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2025년 전 세계 기아 집중 지역에서 인구의 몇 퍼센트가 위험에 처해 있는가?
나이지리아(주로 북부)는 전체 인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미얀마와 콩고민주공화국(DRC)은 대략 4분의 1 정도다. 예멘, 수단, 남수단, 아이티—이스라엘에 대해 “특별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주장할 때 흔히 언급되는 지역들—에서는 위험에 처한 인구 비율이 49~57%다. 가자지구에서는 그 비율이 100%다. 기근의 위험이 전 인구에게 전면적으로 닥쳐 있다.
FAO와 WFP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25년 5월 발표된 IPC 분석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체 인구(약 210만 명)가 2025년 5월에서 9월 사이 ‘위기’ 단계 또는 그 이상의 급성 식량 불안정 상태(IPC 3단계 이상)에 처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47만 명은 ‘대재앙(Catastrophe, IPC 5단계)’, 100만 명 이상은 ‘비상사태(Emergency, IPC 4단계)’에 해당한다. 필수적인 보급품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 양과 분배 메커니즘, 시기 등이 기근으로의 급격하고 통제 불가능한 붕괴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주요한 식량 불안정 요인들이 계속 악화하면서 우려는 극도로 높다. 가구들은 점점 더 극단적인 생존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음식과 교환하기 위해 쓰레기를 모으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도 관찰되고 있다.
이처럼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기아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유엔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불평등과 위계의 세부적인 차이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 결과는 가자가 처한 상황이 단순한 식량 위기가 아니라 포위 상태, 감옥, 또는 게토와 같은 예외적 상황이라는 점을 다시금 보여준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 끔찍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드 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규모 기아가 한 공동체를 덮칠 때, 드물고도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굶주림은 단순히 몸이 소모되는 생물학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의 죽음의 비명이기도 하다. 기근이란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찾는 광경이다. 굶주린 사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몰래 음식을 숨기며 요리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가족이 단 한 끼 식사를 위해 할머니의 보석을 팔고, 그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으며 눈빛은 흐려져 있다. 인간이 짐승처럼 음식을 찾아 헤매는 순간, 그곳에는 타락, 굴욕, 수치,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이 있다. 이런 현실은 어떤 통계로도 포착할 수 없다… 우리가 목격하는 사회의 붕괴,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이 상황은 이스라엘이 가하는 피해의 부산물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범죄의 핵심이다. 팔레스타인 사회를 파괴하는 것 말이다.”
200만 명을 굶주리게 만드는 이스라엘 국가의 명백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든 시도, 이를 ‘위기’라는 완곡어법으로 호도하려는 모든 시도는 이 역사적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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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