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는 “927 기후정의행진”을 하루 앞두고 “모두에게 필요한 전기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위험하고 불안한 일터를 지탱해 온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후위기 시대, 모두의 일과 삶을 지킬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1차 공동파업에 이은 두 번째 총파업 투쟁이다. “위험이 아래로, 더 아래로 흐르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과 고 김충현의 동료들인 이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와 “발전 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9월 26일,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대회" 현장. 참세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개최하고, 정부가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과 발전 비정규직 당사자 노동자와의 노정교섭에 적극 나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국면에서 발전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일과 삶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와 한전KPS비정규직지회가 이날 ‘총파업투쟁’에 돌입했고, ‘금화PSC지부, 한전산업개발발전지부, 일진파워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도 ‘총력투쟁’으로 결합했다. 총파업대회 현장에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파업”을 지지하는 여러 노동자·시민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발언 중인 박규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장. 참세상
박규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장은, 이날 파업대회에서 “우리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공 발전소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전력 공급을 위해 헌신”해왔으나, “안전과 처우, 고용 무엇하나 보장된 것이 없었고,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러도 ‘죽음의 외주화’는 여전했다”고 참담한 마음을 전했다.
박 지부장은 게다가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문을 닫는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해 왔다”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 발전소를 멈추는 것에 동의하되 나와 내 동지들의 삶까지 멈추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 기후정의 활동가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해 “회사에게는 임단협 요구안을 쟁취하고, 정부에게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해 총고용 보장을 쟁취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조창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 참세상
조창희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연쇄적 폐쇄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도 정부는 준비도, 대책도, 대화도 없다”면서 발전 노동자 당사와 함께 폐쇄 문제를 고민하고 대화해 대책을 마련하자는 요구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일갈했다.
조창희 지회장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후 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정의로운 전환 없이 진행되는 폐쇄는 노동자의 생존을 무시하는 폭력”이라 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말로만 정의로운 전환 외치지 말고 지금 당장 실질적인 일자리 대책, 지역 재생 대책, 그리고 노동자와의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당한 노동의 권리와 지역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힘 주어 말했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 참세상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은 올해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선반 기계 작업을 하다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전KPS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씨의 죽음과 그 이후 이어져 온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환기하면서, 여전히 고 김용균과 고 김충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것 처럼 하청의 하청을 거듭하는 이 사회를 끊어내야 한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이제는 지켜라”라고 외치며 투쟁을 이어가는 동안, 고 김충현 노동자의 장례식을 찾았던 정부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은 “정말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한전KPS의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의무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전KPS가 항소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막을 생각이 없고”, “산자부, 기재부, 노동부 등 정부 부처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음에도 방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영훈 지회장은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이제 우리 노동자의 힘으로 살인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겠다”고 소리 높였다.
투쟁 결의문을 낭독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참세상
이날 총파업대회에 참여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발전소에서 온갖 무슨 일을 하며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 온 노동자들이 이제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이재명 정부도, 산업통상자원부도, 발전사도 우리의 요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한 “고 김충현 사망사고 이후 정부와 고용안정과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안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며 “대체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라며 일갈했다.
이들은 당장 올해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38년까지 37개 호기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어 2,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놓여 있으나 “이재명 정부는 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해서 아무런 답이 없다”고 규탄하고, 정부는 발전 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비롯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안은 ‘공공재생에너지법’이라며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생산했던 발전 공기업이 공공재생에너지를 책임져야 한다”고 짚었다. 노동자들은 “발전산업은 민간이 46%를 차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분야는 민간 자본이 77%나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공공 부문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고,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발전소 노동자들과 노정 교섭에 나와”, 당사자 노동자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요구하는 기후 정의 단체와 연대하여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날 총파업대회를 마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녁 7시 서울 경복궁역 고궁박물관 인근에서 “기후정의행진 노동자·시민문화제”에 참여하고, 다음날인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927 기후정의행진”에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과 “정의로운 전환 쟁취”를 위한 실천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