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페프(Apep) 성운. 출처: Han 외 / White 외 / Dholakia; NASA / ESA
박사 논문 심사를 하루 앞둔 날, 내 친구이자 전파천문학자인 조 캘링엄(Joe Callingham)이 내게 다섯 해 동안 기다려온 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칠레에 있는 초거대망원경(Very Large Telescope, VLT)으로 요청했던, 죽어가는 두 별을 촬영한 적외선 사진이었다.
나는 숨을 멈추고 감탄했다 — 두 별은 거대한 먼지의 나선 구조에 휘감겨 있었고,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처럼 보였다.
우리는 이 구조에 고대 이집트 파괴의 뱀 신 아페프(Apep)의 이름을 붙였다. 이후 우리는 마침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아페프를 관측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유럽남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Very Large Telescope)이 포착한 아페프(Apep)의 나선 구조. 출처: ESO / Callingham 외, CC BY
처음 그 아름다운 나선형 성운을 보았을 때의 충격을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번에 공개된 숨막힐 만큼 정교한 JWST의 이미지였다. 해당 데이터는 현재 arXiv에 등록된 두 편의 논문에서 분석되었다.
격렬한 별의 죽음
초신성으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 우주의 가장 거대한 별들은 외곽 수소층을 격렬하게 방출하며 무거운 핵(core)을 드러낸다.
이러한 별들은 이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한 천문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울프-레이에 별(Wolf-Rayet stars)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태양의 항성풍보다 훨씬 강력한 고속의 가스 흐름(stellar wind)을 방출한다. 울프-레이에 단계는 우주적 시간 척도로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해당하는 수천 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으며, 그 후 이들은 격렬하게 폭발한다.
태양과는 달리, 우주의 많은 별들은 쌍성계(binary)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울프-레이에 같은 거대 질량 별들은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울프-레이에 별의 강력한 항성풍이 동반성의 더 약한 바람과 충돌하면, 그사이에 강한 압축이 일어난다. 이 격렬한 충돌의 중심부에는 밀도 높고 차가운 환경이 형성되며, 이곳에서 탄소가 풍부한 바람이 먼지(dust)로 응결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기원이 되는 우주 최초의 탄소 먼지도 바로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울프-레이에에서 생성된 먼지는 거의 직선 형태로 외부로 방출되며, 별의 공전 운동이 이를 나선형 성운으로 감아낸다. 이 구조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보인다.
우리는 아페프가 우리 동료이자 공동 저자인 피터 터틸(Peter Tuthill)이 발견한 우아한 핀휠(pinwheel) 성운 중 하나처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페프는 그렇지 않았다.
세 개의 울프-레이에 별로 이루어진 삼중성계 WR104의 ‘핀휠(pinwheel)’ 성운. 출처: 피터 터틸(Peter Tuthill)
대등한 라이벌
이번에 공개된 이미지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적외선 카메라(NIRCam)를 이용해 촬영되었다. 이 장비는 사냥꾼이나 군사 장비에서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이미지에서 고온의 물질은 파란색, 저온의 물질은 초록색에서 빨간색까지로 표현된다.
이번 관측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아페프(Apep)가 단순히 강한 별 하나가 약한 동반성을 압도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대등한 두 개의 울프-레이에 별(Wolf-Rayet stars)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거의 동일한 세기의 항성풍을 내뿜고 있으며, 이 바람이 형성한 먼지는 넓은 원뿔형 구조로 퍼진 뒤, 바람에 날리는 깃발(wind-sock) 형태로 말려 들어가 있다.
우리가 2018년에 아페프를 처음 기술했을 때, 더 멀리 떨어진 세 번째 별을 관측했고, 이 별이 시스템의 일부인지 아니면 단순히 시선 방향에 우연히 위치한 별인지를 두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관측에서 먼지는 항성풍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우리는 이 먼지가 고속으로 자전하는 별의 적도에서 방출되는 느리고 두꺼운 항성풍에 실려 나오는 것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항성풍은 오늘날에는 드물지만, 초기 우주에서는 흔했던 현상이다.
이제 제임스 웹 망원경의 정밀한 데이터는, 세 개의 추가적인 먼지 껍질이 더 바깥쪽으로 뻗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각의 껍질은 더 차갑고, 더 희미하며, 완벽하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열되어 있으며, 소용돌이치는 먼지 배경 위에 겹쳐 나타난다.
아페프(Apep) 성운의 가상 색상 이미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MIRI 카메라로 수집한 적외선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 출처: Han 외 / White 외 / Dholakia; NASA / ESA
새로운 데이터, 새로운 지식
JWST의 관측 데이터는 현재 두 편의 논문으로 분석되어 공개되었다. 하나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소속 천문학자 이누오 한(Yinuo Han)이 주도했고, 다른 하나는 맥쿼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석사과정 학생 라이언 화이트(Ryan White)가 작성했다.
한의 논문은 성운의 먼지가 어떻게 냉각되는지, 그리고 배경 먼지가 전경의 별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히며, 이 별들이 이전에 추정한 것보다 지구에서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음을 제안했다. 이는 두 별이 상당히 밝은 천체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이전에 제안했던 느린 항성풍과 고속 자전에 관한 주장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화이트의 논문은 성운의 형태를 모델링할 수 있는 고속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내부 쌍성의 공전 궤도를 매우 정밀하게 해석해냈다.
그는 또한, 먼지 껍질의 한 부분이 잘려 나간 듯한 영역을 발견했으며, 그 위치는 정확히 세 번째 별의 항성풍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였다. 이로써 아페프 시스템은 단순한 쌍성이 아니라, 세 번째 구성원을 포함한 삼중성계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아페프(Apep) 성운계에서 세 번째 별 동반성이 만들어낸 공동(cavity)을 묘사한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White 외 (2025)
아페프와 같은 항성계에 관한 연구는 별의 죽음과 탄소 먼지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며, 동시에 단순한 기하 구조에서 나타나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항성의 죽음이라는 격렬한 과정은 뉴턴과 아르키메데스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정교한 퍼즐을 남기며, 우리는 그것을 풀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기쁨을 느낀다.
[출처] Swirling nebula of two dying stars revealed in spectacular detail in new Webb telescope imag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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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포프(Benjamin Pope)는 호주 맥쿼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수학 및 물리과학부(School of Mathematical and Physical Sciences) 부교수(Associate Professor)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