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선, 사회주의를 향한 운동의 종말인가?

볼리비아 유권자들이 일요일 투표소로 향하는 가운데 경제 위기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사회주의운동(MAS)당은 완전히 붕괴했다우파가 승리하면볼리비아에 신자유주의적 긴축 정책이 다시 도입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불안의 물결이 시작될 수 있다.

2005년부터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전 대통령이 이끌어온 MAS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볼리비아에서 빈곤과 불평등을 극적으로 줄이는 등 대대적인 사회 변화를 주도했다. (Pablo Rivera / Anadolu via Getty Images)

지난주볼리비아가 독립 200주년을 기념했지만거리와 농촌의 분위기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요일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를 앞두고볼리비아는 악화하는 경제 위기와 지난 20년간 집권해온 좌파 정당인 사회주의를 향한 운동(MAS)의 완전한 붕괴를 맞이하고 있다.

극우 정치인 호르헤 투토’ 키로가(Jorge “Tuto” Quiroga)가 24.5%의 지지율로 선두에 올라 있고중도우파 사무엘 도리아 메디나(Samuel Doria Medina)가 23.6%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우파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이제 볼리비아는 MAS 없이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의 문턱에 서 있다.

좌파의 붕괴

먼지가 자욱한 알티플라노(Altiplano) 지역의 작은 마을 술카티티(Sullkatiti) 도로변에서두 명의 아이마라(Aymara) 원로가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한 최근 도로 봉쇄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대화는 곧 스페인어로 바뀌었고우리는 모두 다가오는 선거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예전에 에보를 좋아했어하지만 이런 봉쇄는 정말 나빠우린 여기서 도대체 누구를 뽑아야 해?”라고 한 여성이 낙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2005년부터 모랄레스가 이끌어온 MAS볼리비아의 원주민 운동을 정치적으로 가시화하고남미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에서 빈곤과 사회 불평등을 크게 줄이는 등 대대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부패 혐의와 사회운동의 공동화(空洞化)가 당을 얼룩지게 했고지도권을 둘러싼 공개적인 갈등도 이어졌다.

“MAS의 쇠퇴는 사회운동과 그 기반 사이의 단절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변호사이자 아이마라 연구자인 로저 아단 참비(Roger Adan Chambi)가 설명했다. “사회운동은 더 이상 운동이 아니라 권력의 또 다른 도구가 되었고종종 연줄주의와 자리 나눠먹기에 눈이 멀어버렸다.”

지난 2년간, MAS의 당내 기반은 에비스타(Evista)’와 아르시스타(Arcista)’로 나뉘어 격렬하고 장기적인 내분을 겪었다에비스타는 모랄레스를 지지하고아르시스타는 모랄레스가 후계자로 지명했던 현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Luis Arce)를 지지한다이 갈등은 정치적 교착 상태를 초래했고에비스타 진영 의원들이 아르세 정부의 재정 관련 입법을 가로막으면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선거를 앞두고에비스타 세력은 주로 에비스타의 본거지인 열대지방 코차밤바(Cochabamba)에서 도로 봉쇄를 벌였고이는 전국의 차량과 식료품 이동을 방해했다모랄레스는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데이는 그가 공식 정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헌법상 연임 제한 규정으로 인해 무기한 출마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로 봉쇄 사태는 6월에 전략적 광산 도시이자 코카 재배 지역 차파레(Chapare)와 포토시 북부의 아이유(Ayllu, 원주민 공동체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인 야야구아(Llallagua)에서 폭력 충돌로 절정을 맞았다에비스타 진영 시위대가 선거 당국의 모랄레스 후보 등록 거부에 항의하던 중경찰 3명과 농민 1명이 사망했다도로 봉쇄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아르세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특수 경찰을 투입한 결정은 전환점을 만들었다.

MAS의 내부 붕괴는 다민족국가 내에서 원주민 운동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볼리비아 인구의 41%가 원주민으로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며, 500년에 걸친 소외와 인종 차별의 역사가 있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집권했던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이었고, MAS는 전통적으로 원주민과 농민 운동을 주축으로 구성된 정당이었다.

“MAS의 성공이자 가장 큰 실수는 정치 프로젝트 전체를 에보 모랄레스라는 한 인물에 집중시킨 것이었어.”라고 참비가 말했다. “이러한 쇠퇴는 최근 몇 년간 조직되어온 방식의 원주민 운동을 약화하지만동시에 당파적이고 영도자 중심의 정치 틀을 넘어서는 원주민 정치 프로젝트를 새롭게 구상할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

달러침체그리고 부채

볼리비아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하는 가운데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 위기다인플레이션은 20%를 넘었고생필품 가격은 폭등했으며재정 적자는 이제 GDP의 12%를 초과했다도시에서는 만성적인 연료 부족으로 인해 트럭들이 주유소 앞에서 며칠씩 줄을 서며 도로를 뒤덮고 있다.

가스와 석유 매장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볼리비아는 대부분의 연료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가격을 보조하고 있다하지만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 부채 상환과 보조금 지급을 동시에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볼리비아는 지난해 가스 보조금으로 3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2024년 말 기준 외채는 133억 달러에 달했고외환 보유고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부족의 원인은 가스와 석유 등 탄화수소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지난 20년간 MAS의 재분배 경제 정책은 이 자원 수출 수익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현재 비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5볼리비아노로공식 환율인 6.97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채굴주의의 새로운 지평

경제를 둘러싼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진영을 막론하고 모든 캠페인의 중심이 되었고각 후보가 제시한 해결책은 분명하다바로 채굴주의(extractivism)볼리비아 민중연구센터(CEESP)의 경제학자 우아스카르 살라사르 로만(Huáscar Salazar Lohman)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선거 과정은 오늘날 볼리비아가 직면한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하나는 민중운동의 심각한 해체다민중운동은 역사적으로 정치 의제를 설정하고 자신의 요구를 선거 담론에 통합하는 능력을 갖췄지만, MAS의 분열은 이러한 조직 기반을 더 조각내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다른 하나는 악화하는 경제 위기 앞에서정치적 스펙트럼 전반—곧 대통령직을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전통적 우파뿐 아니라 자칭 좌파 진영까지—이 제시하는 유일한 해법이 리튬신규 탄화수소 탐사그리고 특히 농산업과 광업 모델의 심화를 중심으로 한 채굴 자본주의의 강화라는 점이다.”

안데스 지역에서는 피슈타코(pishtaco)’라는 신화 속 인물이 존재하는데이는 원주민의 지방을 빼내는 괴물 같은 존재다최근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며 긴축 중심 공약을 내세운 극우 후보 투토(Tuto)를 이 인물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그는 미국 자본과 볼리비아의 전통 엘리트의 이해를 대변하며, 2000~2001년에는 대통령직을, 1997~2001년에는 독재자 우고 반세르(Hugo Banzer) 정부에서 부통령직을 맡았다그의 공약은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지출 삭감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을 포함하며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으로부터 12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엘알토(El Alto)의 노동자 계층 거주지 비야 아델라(Villa Adela)에서 열린 투토의 유세는 꽉 들어찼고아이마라 및 좌파 성향이 강한 이 지역에서 그를 상징하는 캠페인 물품을 착용한 촐리타들(도시 원주민 여성)의 모습은 묘한 장면을 연출했다이 정치인은 도시 노동계급이나 원주민 운동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기 때문이다도로변에서 국수(fideo)를 팔던 여성은 여기 있는 놈들 전부 도둑이야라며 중얼거렸다투토의 선거운동 마감 행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이는 MAS 이후 정치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메디나(Medina)는 자신을 극단적인 중도(extreme center)”라고 부르며 중도적 이미지를 구축했다하지만 그는 호텔 체인과 볼리비아 버거킹 프랜차이즈의 소유주이며과거에는 신자유주의 정부였던 곤살로 고니’ 산체스 데 로사다(Gonzalo “Goni” Sánchez de Lozada) 정권에서 관료로 일했다그는 100일 안에 달러를 볼리비아에 들여오겠다고 약속했고이를 위해 국가 규모 축소와 보조금 철폐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위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MAS 소속의 현직 대통령 아르세(Arce)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대신 산타크루스 출신의 변호사 에두아르도 델 카스티요(Eduardo del Castillo)가 MAS 후보로 나섰다그는 아르세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인물로당내에서는 온건한 존재지만 MAS의 기반이었던 사회운동 세력으로부터는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그는 TV 토론에서는 선전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은 고작 1.83%에 그치고 있으며이는 여당에 대한 광범위한 환멸을 반영한다그가 3% 득표에 실패하면볼리비아 선거법상 MAS는 정당 등록을 취소당하게 되고이는 한때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선봉이었던 정당의 종말을 의미한다.

MAS에서 탈당해 알리안사 포퓰라르(Alianza Popular)’로 출마한 인물은 36세의 안드로니코 로드리게스(Andrónico Rodríguez)그는 코카 재배자 연합 지도자이자 모랄레스의 옛 후계자였으며현재 상원 의장이다그는 유력한 좌파 후보이지만, TV 토론에서의 미온적인 모습과 모랄레스와의 관계가 계속된 점이 발목을 잡았다그는 현재 8.46% 지지율로 한참 뒤처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그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마리아나 프라도(Mariana Prado)는 여러 사회운동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광산 협동조합과 농민 연합(CSUTCB) 등은 그녀가 대중적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보고 있다페미니스트 단체들도 그녀를 비판했는데, 2018년 그녀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부유한 라파스 남성의 인물 보증인으로 법정 증언을 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농촌 차파레(Chapare) 지역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더 넓은 농민 대중과 도시 노동계층에게 지지를 확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논란이 많지만 영향력 있는 세력인 협동 광부들도 로드리게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협동 광부들은 원주민 및 환경 단체로부터 자연의 파괴자(depredadores de la naturaleza)”라는 비판을 받아왔고특히 중국 및 콜롬비아 자본과 함께 볼리비아에서 불법 금광 개발에 관여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모랄레스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열대 코차밤바 지역에서 무효표를 던지라고 촉구한 이후많은 유권자들이 무효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무효표가 충분히 많이 나오면에비스타 진영은 선거 결과가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모랄레스는 자신이 시작한 긍정적 변화와 농촌 대중의 이익을 대변한 강경한 정치적 입장 덕분에 여전히 농촌 유권자들 사이에서 강한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차파레의 코카 재배자들 외에는 지지 기반을 확대하지 못한 점은모랄레스가 이끄는 선거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적 열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MAS의 핵심 기반이었던 강력한 농민 연합 조직인 CSUTCB는 로드리게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볼리비아 사회운동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

이번 선거와 그 이후의 상황은, 2019년 선거 이후 에보 모랄레스가 우파 세력에 의해 축출되면서 발생했던 쿠데타 수준의 사회적 격변만큼이나 큰 규모의 새로운 사회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최근 연설에서 아르세(Arce)는 이 사건들과 최근의 갈등에 대해 국가의 안전과 방어는 외부의 위협뿐만 아니라정치적 음모와 제도적 교란이라는 내부 요인에 의해서도 정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리하려면후보는 전체 득표율 40% 이상을 확보하고 2위 후보보다 최소 10%포인트 이상 앞서야 한다여론조사가 정확하다면이번 주말 치러지는 선거에서 단일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작고, 10월 19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를 넘어우파가 정권을 잡게 된다면 경제 구조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IMF와 세계은행의 대출은 1980년대의 혹독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강도 높은 경제 조치를 수반할 수 있다볼리비아 최빈층이 의존하고 있는 연료 및 식품 보조금이 철폐되면새로운 사회적 격변의 물결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다음 주 어떤 결과가 나오든, MAS의 황금기는 뼈아픈 분열 속에 종결되었고다민족국가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출차] Is This the End of MA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올리비아 아리호 스타일스(Olivia Arigho Stiles)는 영국 에식스 대학교(University of Essex) 라틴아메리카학 강사이며, 볼리비아의 원주민-농민 운동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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