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 “운명의 주간”… 노동계 “더 이상 후퇴 없이 본회의 통과해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에 오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두 차례나 입법이 좌절됐던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의 문턱을 넘고, 이번 주 8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다수의 언론보도로 확인된 민주당의 계획에 따르면 23일 본회의 표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노동계에서는 본회의에 오를 이번 환경노동위원회 대안이 “노동자 추정조항,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책임 간주조항, 개인손배 금지 등이 담기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으나, “노조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는 사이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손해배상과 원청의 무책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후퇴 없이, 신속하게 통과시켜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18일 오전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 후퇴 없이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만족스럽지 않은 개정안”…”그럼에도 통과돼야”

박래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 이번 개정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히고는, “제2조 2호에서 사용자 정의를 수정한 것처럼 같은 조 1호의 근로자 정의도 수정되기를 바란다”며,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 확인을 위해서 지난한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이번 개정안에서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이른바 ‘노동자 추정제’가 빠진 것을 짚은 것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조합원 개인에게 가해지는 손해배상 폭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면서 노조법 제3조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과 관련해 개인 손해배상 금지조항이 반영되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했다.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번 개정안이라도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안은 “노사대화촉진법”으로 “지금까지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쟁의 범위를 너무 좁혀서 불법화했던 것을 법원 판례에 맞게 수정하고, (노동조합의 노동쟁의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허들을 더 놓았을 뿐”이라며,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은 이번 본회의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불법·편법적 부당노동행위에 기대어 노동기본권을 억압해 온 기업 관행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통과 촉구 기자회견 현장.  KNN NEWS 유튜브 화면 갈무리

“72년간 유지된 근로자·사용자 개념”…바뀐 세상 반영해 이제는 개정해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조영선 변호사는 “노조법이 제정된 지 72년 동안 딱 한 번도 바뀌지 않는 규정이 있다면 그건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이라며 “오늘날 사용자·근로자 관계는 특수고용노동자, 파견 노동자, 사내하청, 플랫폼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면적 중층적이기까지 하나, 근로조건에 관하여 직접적인 노사관계의 보이지 않는 손, 실질적인 지배를 행사하는 제3자에 의해서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었으나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노조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변호사는 “이미 2010년 현대중공업 부당노동행위 판결 이후, 10년 이상 수차례 판결을 통해서 근로조건에 실질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사용자라는 것이 확립되었다”며, “이번 국회입법은 10년 이상 거듭 축적된 판결을 뒤늦게 입법한 최소한 입법일 뿐”이라 짚었다.

또한 “소위 사용자가 말하는 노사갈등의 원인은 근로 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70년이 지났다”, “바뀐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입법, 그것이 2025년 오늘의 과제라 할 것”이라 강조했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 경영권 이유로 부정할 수 있나”

박석운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의 핵심 주장들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먼저 운동본부에는 전국 13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은) 단순히 노동자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사회 정의와 경제 정의를 열망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가장 쟁점은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것”인데, “이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사용자라 확립돼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와 기업 측에서 계속 이같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 평가했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노조법 제2호 5호 관련 “노동쟁의 개념 확대”를 꼽고, “(개정안은) 96년 노동법 날치기 개악으로 파업을 불법화하는 악질적 도구로 사용된 조항을, 72년 전 노동법 제정 당시 명시되어 있던 조항으로 원상회복하자는 것”이라며, “사실상 단체교섭 촉진법”으로, 단체교섭을 통해 실질적 문제해결과 산업 현장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노조법 제3조의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하청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투쟁에 대해 47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형해화시키기 위한 위협 수단이고 권리 남용”이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정당방위에 대해서, 기업의 불법 행위에 기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시키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또한 “노조법 2·3조 개정은, 한국의 노동법을 ILO 등이 요구하는 국제 기준에 맞게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며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헌법에 명시돼 있지도 않는 경영권을 이유로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로 노조법 2·3조 개정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 짚었다.

“재벌 천국, 노동지옥의 나라, 어떤 희망도 없어”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역대 모든 정권에서 노동자들은 배제됐고, 노동정책은 외면됐고, 노동자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해고를 각오해야 했고, 파업을 한 번 하려면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고 환기했다. 또한 “윤석열 내란 정부는 노조를 아예 박멸 대상으로 삼고, 반국가 세력이라며 불법 계엄으로 척결하려고 했다”면서 “이렇게 만든 재벌 천국, 노동 지옥의 나라는 어떠한 희망도 미래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서 “ILO(국제노동기구)도,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도 진짜 사장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도약할 준비를 위해서라도 국제 기준에 부합한 노조법 개정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통과 촉구 기자회견 현장. 진보당 제공

“기업의 이윤보다 ‘노조할 권리’가 중요”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경제계와 국민의힘은 왜곡된 주장을 쏟아내며 개정안을 후퇴시키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경제계는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등 불법을 저질러놓고도 노조가 이에 항의하여 투쟁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노조를 압박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해 왔다”고 비판하고, “개정안에 대한 반대는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대기업들의 오만일 뿐”이라고 짚었다.

“사회적논의가 필요하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개정안이 제출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의 일로, 무려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노동자들은 외치고 또 외쳤다”, “그런 외침에 힘입어서 법원에서도 수차례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확인했고,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손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정부와 국회가 귀를 막고 있었을 뿐 사회적논의는 이미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법률단체, 인권단체, 종교인들, 그리고 시민들이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로 모여, 기업의 이윤보다 '노조할 권리'가 중요하다고 선언했다”면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불법행위로 이윤을 획득해 왔던 경영계가 이제는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올바르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후퇴 없이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본회의 상정 앞두고 격돌하는 노동계와 재계

이날 운동본부의 기자회견 바로 직전, 경총을 비롯한 경제6단체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투자·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노조법 개정에 반대한다”며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조법 개정안으로 인해 산업현장에 위기감이 커지고,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노동쟁의 개념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은 제외해달라는 입장이다. 또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최소 1년 이상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계는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1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개정 수정 요구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노동계는 22일까지 개정안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중 투쟁 일정들을 계획하고 있다. 18일 운동본부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민주일반연맹,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산업연맹 등이 순서대로 릴레이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진행한다. 22일 저녁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투쟁 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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