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이고, 아마도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이 부과한 관세의 목적이 무역적자를 줄이고 무역 균형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세는 확실히 수입을 줄일 수 있고, 그가 시행한 관세가 수입 가격을 충분히 끌어올려 우리를 무역 균형에 가까운 지점으로 이끌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어떻게 미국에 이익을 줄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가치는 있다.
먼저 지난 30년 동안의 무역적자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는 바와 같이, 무역은 1990~91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면서 거의 균형에 가까웠고, 1992년 초에는 국내총생산(GDP)의 0.3퍼센트에 불과한 적자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가 침체에서 회복되던 1990년대 중반에는 무역적자가 완만히 증가했지만, 1990년대 후반에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이런 현상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 인터넷 거품에 의해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막대한 양의 수입을 끌어들였다.
둘째,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이 명시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취했다. 이는 해외 거주자들에게 미국산 수출품을 더 비싸게 만들었고, 미국 거주자들에게는 수입품을 더 싸게 만들었다. 경쟁력이 떨어진 수출과 값싼 수입이 결합하면 무역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요인은 동아시아 금융위기였다. 1997년에 동아시아 국가들의 자산에 대한 투매가 발생했는데, 이들 국가는 그 이전 수년간 호황을 겪고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 재무부가 주도한 정책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해당 국가들에 대출을 제공했지만, 그 조건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폭락하도록 방치하는 것이었다. 그 생각은 이들 국가가 수출을 늘려 대출을 상환한다는 것이었고, 많은 수출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왔다.
2001년 경기침체가 끝난 이후에도 무역적자는 한층 더 확대됐다. 이는 주로 중국의 대미 수출 급증에 의해 주도됐다. 결국 무역적자는 2005년 4분기에 GDP의 6.0퍼센트를 넘어 정점을 찍었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이고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무역적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 배경의 일부는 2008~2009년 주택 거품 붕괴 이후의 경기침체였다. 그러나 경기침체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무역적자는 과거 정점에 근접하지 않았다. GDP의 약 3.0퍼센트 수준에서 안정됐는데, 이는 2005년 정점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런 감소는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크게 떨어진 것과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생산이 많 늘어나 연료 수입이 급감한 데 기인했다.
이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무역 균형의 절반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GDP 대비 3.0퍼센트 포인트의 무역적자 축소 효과는 트럼프가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 균형으로 이동하려는 시도와 비슷한 효과일 것이다.
만약 이처럼 무역적자가 급감한 것이 제조업 고용의 붐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무역적자가 정점을 찍었던 2005년에도 제조업 고용은 여전히 1,400만 명 이상이었다. 2013년에는 1,200만 명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무역적자가 안정되면서 지난 12년 동안 제조업 고용은 소폭 증가했지만, 그 성장을 붐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만약 무역이 균형에 가까워지고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면 제조업 고용이 다소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 증가폭은 2013년 이후와 마찬가지로 수십만 명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1억 6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있는 경제에서 결코 큰 규모라고 할 수 없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몇 가지 다른 점도 있다. 만약 대부분의 이야기가 분석가들이 추정하듯 대략 3분의 1 정도의 수입을 줄이는 것이라면, 2~3년 후 우리는 현재 연간 3조 3천억 달러에 이르는 상품 수입을 2조 달러 수준으로 줄이게 될 것이다.
이런 수입 감소는 미국 시장이 현재보다 해외 국가들에게 훨씬 덜 중요한 시장이 된다는 뜻이다. 오늘날 한국, 일본,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미국 시장의 갑작스러운 상실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듯이 — 이는 제조업체가 주요 고객을 잃는 것과 같은 충격이다 — 트럼프의 관세 체제에 적응한 뒤에는 그런 상황이 특히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대미 수출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줄어들 뿐만 아니라,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 여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될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과 국가들이 트럼프나, 혹은 그의 뒤를 이을 수 있는 MAGA 계승자가 화가 나서 그들의 수출에 새로운 장벽을 세울 가능성에 대비책을 마련해 두게 된다는 의미다.
그들은 여전히 애플 CEO 팀 쿡처럼 트럼프에게 금화 하나를 줄 의향은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 실질적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장난은 단발성 거래일 뿐이다.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의 번영을 현실과 동떨어진 노인의 변덕에 의존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무역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는데, 트럼프는 이를 모르는 듯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수출의 거의 40퍼센트가 서비스였고, 이 서비스 수출은 상품 수출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미국 내 외국인의 여행(유학생 등록금 포함, 서비스 수출의 19.3%), 금융 서비스(서비스 수출의 16.2%), 지식재산권 사용료(서비스 수출의 13.6%) 같은 항목이 포함된다.
이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수출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 안전한 예측이다. 우리는 이미 해외 관광 급감을 목격하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자신들을 무기한 구금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나라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외국의 미국 금융 서비스 지출도 미국 시장과의 연결을 끊고 대체 결제 수단을 개발하면서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부패에 눈감고 암호화폐를 터무니없이 받아들여 금융 부문에 거품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연구 자금을 삭감하고 연구자들을 미국에서 쫓아내는 정책으로 인해 외국의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도 줄어들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 분야에서 자신의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미국 과학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다른 나라들은 그 영향을 분명히 알고 있다.
여기서 기본적인 이야기는 무역적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질 낮은 미국산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소폭 늘어나겠지만,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어차피 가졌을 법한 일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바이오메디컬 연구나 청정 에너지 같은 역동적인 경제 부문을 파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MAGA일 수는 있겠지만, 결코 위대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출처] The Impact of Trump Tariffs on the Trade Deficit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