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상의 ‘제9행성(Planet Nine)’을 태양계 외곽에 위치한 모습으로 표현한 예술적 상상도. 태양으로부터의 막대한 거리를 강조하기 위해, 이미지 오른쪽 위에는 해왕성의 궤도가 밝은 고리 형태로 나타나 있다. 출처: ESO / Tom Ruen / nagualdesign.
약 10년 전부터, 태양계에 아홉 번째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 가설에 따르면, 그 행성은 해왕성 바깥 궤도 너머에 존재하는 거대한 얼음형 가스 행성으로, 트랜스해왕성천체(TNO: Trans-Neptunian Objects)라 불리는 일부 천체들의 특이한 운동을 설명해 준다.
최근 몇 달 동안, 이 가상의 ‘제9행성(Planet Nine)’은 과학계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5월에는 대만의 천문학자들이 과거 관측 자료에서 그 존재를 암시하는 흔적을 발견했으며, 6월에는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와 미국 행성과학연구소(PSI)가 이 행성의 존재 가능성을 약 40%로 추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 소식은 낙관적이지 않다. 7월,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발표된 한 논문은, 태양계 외곽에 존재할 것으로 제안된 이 가상의 얼음형 행성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상은 바로 새롭게 발견된 트랜스해왕성 천체 2023 KQ₁₄, 별명 ‘암모나이트(Ammonite)’이다. 이 천체의 발견은 제9행성 존재 가능성을 더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해왕성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태양으로부터의 거리 순서대로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을 거의 외우고 있을 것이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작고 밀도가 높은 암석형 행성(내행성)이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가스형 거대 행성(외행성)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해왕성 바깥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우선 역사적 맥락에서 중요하게 언급할 대상은 바로 명왕성(Pluto)이다. 명왕성은 수십 년 동안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여겨졌으나, 국제천문연맹(IAU)이 2006년 행성의 정의를 재정립하면서 왜행성(dwarf planet) 또는 플루토이드(plutoid)로 강등되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질량이 큰 트랜스해왕성 천체는 에리스(Eris)이며, 지름은 명왕성보다 약간 작지만, 질량은 더 크다. 그 뒤를 잇는 것은 마케마케(Makemake)로, 라파누이 신화의 창조신 마케마케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기에 더해 세드나(Sedna) 역시 빠질 수 없으며, 이 천체는 최근 발견된 암모나이트(Ammonite)와 같은 계열의 왜행성으로 분류된다.
태양계 외곽에 위치한 주요 트랜스해왕성 천체(TNO)들의 상대적 크기를 보여주는 축적 일러스트레이션. 그중 명왕성(Plutón), 에리스(Eris), 마케마케(Makemake), 세드나(Sedna)가 강조되어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즈
그렇다면, 이처럼 태양으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진 천체들은 태양계의 어떤 영역에 위치해 있을까?
카이퍼대와 오르트 구름
해왕성 바깥 영역에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지닌 수많은 트랜스해왕성 천체(TNO)들이 존재하며, 이들 중 많은 수가 지구에서 주기적으로 관측되는 혜성의 기원이 된다.
이 천체들은 태양계의 두 개의 먼 외곽 지역에 있으며, 태양과 지구 사이 평균 거리(1AU)에서 거의 1광년에 이르는 거리까지 퍼져 있다.
먼저, 태양으로부터 30~50AU 거리 범위에 있는 지역은 카이퍼대(Kuiper Belt)라고 불리며, 이는 1951년 해당 지역의 존재를 예측한 네덜란드계 미국인 천문학자 헤라르트 카이퍼(Gerard Kuiper)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 지역은 도넛 모양의 환상 구조(toroidal shape)를 이루며, 소행성대(Asteroid Belt)처럼 태양계 형성 당시 남겨진 작은 얼음 천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카이퍼대는 소행성대보다 약 20배 더 넓고, 질량은 약 200배에 달한다.
더 멀리 태양계의 경계부, 약 5,000AU 이상 떨어진 곳에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 존재한다. 이 지역은 수조 개의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천체들로 구성된 거대한 구형 구조이며, 태양과 모든 행성, 그리고 카이퍼대를 둘러싸고 있다.
오르트 구름은 내부와 외부의 두 영역으로 나뉘며, 내부 오르트 구름(힐스 구름, Hills Cloud)은 나선형 구조, 외부 오르트 구름은 구형 구조를 이룬다.
태양계 외곽에서 카이퍼 벨트(Kuiper Belt)와 오르트 구름(Oort Cloud)의 위치를 나타낸 일러스트레이션. 표시된 거리는 실제 비율(scale)에 따라 그려진 것이 아니다. 출처: NASA
세드노이드(Sednoid)와 암모나이트(Ammonite)
이제 이번 글의 주제인 천체, 2023 KQ₁₄, 별칭 암모나이트(Ammonite)로 돌아가 보자. 이 천체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궤도에서 특정한 특징을 공유하는 일부 트랜스해왕성 천체(TNO)로 구성된 선별된 집단에 속한다.
이 집단에 속한 천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궤도의 긴반지름(semi-major axis)이 매우 크다.
둘째,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일점(Perihelion)의 거리가 50AU(천문단위)를 초과한다.
셋째, 궤도가 매우 이심률이 높거나 납작한 형태를 띠며, 이는 왜행성 세드나(Sedna)의 궤도와 유사하다.
이러한 천체들은 또 하나의 분류 기준에 의해 태양계에서 '분리된 천체(detached objects)'로 간주한다.
그 이유는 이들의 근일점 거리가 충분히 멀기 때문에, 해왕성의 중력이 궤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해왕성의 중력 섭동으로부터 사실상 독립적인 궤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러한 특성을 모두 갖춘 세드노이드(sednoid)는 전 세계적으로 네 개만 발견되었다.
발견된 순서대로 나열하면, 첫 번째는 바로 이 범주의 명명 근거가 된 세드나(Sedna)이고, 두 번째는 2012 VP₁₁₃, 세 번째는 (541132) 레레아쿠호누아(Leleakuhonua)이며, 네 번째가 바로 2023 KQ₁₄, 즉 암모나이트(Ammonite)다.
왜행성 세드나(Sedna)의 궤도(붉은색)와 태양을 공전하는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다양한 색조)를 비교한 도표. 세드나의 궤도는 반장축이 약 506 AU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며, 궤도 이심률도 높아 극단적으로 편평한 형태를 띤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즈
특히 암모나이트는 2023년 3월, 5월, 8월에 걸쳐 이루어진 관측을 통해 발견되었다. 이 관측은 일본 국립천문대(National Astronomical Observatory of Japan)가 운영하는 스바루 망원경(Subaru Telescope)을 통해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 암모나이트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암모나이트의 독특한 궤도
그렇다면 이처럼 태양계 외곽에서 새롭게 발견된 천체, 암모나이트(Ammonite)는 무엇이 특별할까?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이 천체가 태양을 도는 공전 궤도이다. 암모나이트의 궤도는 다른 세드노이드 천체들과는 실질적으로 다르며, 그 궤도는 약 45억 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네 개의 세드노이드는 약 42억 년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궤도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은 태양계가 형성된 이후 약 4억 년이 지난 시점, 태양계 외곽에서 어떤 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암모나이트가 다른 세드노이드들과 궤도 양상이 다르다는 점은, 태양계 외곽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가설상의 '제9행성(Planet Nine)'의 존재 가능 위치에도 새로운 제약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암모나이트(Ammonite)의 궤도(빨간색)를 나머지 세 개의 세드노이드 천체들의 궤도(흰색)와 비교한 도표. 2023 KQ₁₄로 지정된 암모나이트는 근일점 부근, 즉 태양으로부터 약 71 AU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되었으며, 노란 점은 암모나이트의 현재 위치를 나타낸다. 출처: 일본 국립천문대 (NAOJ)
다시 말해, 만약 그 행성이 실재한다면, 그 궤도는 현재까지의 이론들이 예측한 위치보다 훨씬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며, 혹은 아예 태양계로부터 완전히 방출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제9행성'의 종말인가?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일본 국립천문대(NAOJ)의 황위쿤(Yukun Huang)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암모나이트의 현재 궤도가 나머지 세드노이드 천체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제9행성의 존재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태양계에 실제로 행성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이후 어떤 이유로 태양계에서 방출되었으며, 그것이 지금 우리가 관측하는 이상한 궤도들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번 천문학적 발견이 제9행성 가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행성이 우리 눈을 피해 숨을 수 있는 태양계 외곽의 공간은 훨씬 더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출처] Nuevas noticias del enigmático Planeta Nueve, y no son buena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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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르 델 바르코 노비요(Óscar del Barco Novillo)는 무르시아대학교(Universidad de Murcia) 물리학과 광학 분야 부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