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상반기에 연 1.2% 성장했는데, 이는 2024년 2.5% 성장률에서 크게 둔화한 수치다.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불러온 불확실성, 대규모 추방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단행된 정부 지출 삭감이 주된 요인이다. 이런 조합은 올해 남은 기간과 2026년까지도 미국 경제를 저성장 궤도에 묶어둘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주식시장이 붕괴할 경우,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GDP 성장 둔화는 일자리 증가 둔화와 맞물려 있다. 4월 이후 월평균 신규 일자리가 3만8천 개에 그쳤는데, 이 수치는 미국 노동통계국(BLS) 국장이 경질될 정도로 낮았다. 이 수치가 고용 둔화의 추세를 다소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고용 증가 속도는 월 5만~7만 개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 월평균 17만 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고용 둔화는 상당 부분 의도된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이민 노동자의 유입을 더욱 줄였기 때문이다(2024년 6월 바이든 정부가 이미 이민을 크게 축소했었다). 또한 기존에 노동시장에 있던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을 떠나거나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로 미국 태생 노동자의 노동력 증가 속도는 매우 느리다.
고용 증가 둔화는 총임금 증가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 증가 둔화를 불러온다. 노동력이 연율 0.4%(월 약 6만 명)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실질임금 증가를 제외하고도 총임금 증가율은 0.4%에 불과하다.
명목임금 증가율은 최소한 완만히 둔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6월·7월의 임금 증가율을 2월·3월·4월과 비교하면 연 3.7%였는데, 이는 2023년과 2024년의 4.0% 증가율에서 둔화한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에 가장 민감한 서비스업 부문에서 임금 둔화가 두드러졌다. 이 부문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최근 3개월 동안 연 2.5% 증가에 그쳤다.
노동시장의 약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도 있다. 채용률과 퇴직률이 낮아졌고, 특히 흑인 및 청년층의 실업률은 최근 몇 달 사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 집단들은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명목임금 증가율이 앞으로 더 둔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실질임금 증가율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 그런 경우 소비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의 1.0%보다 더 낮아져,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에는 더욱 둔화할 수 있다.
소비 증가 둔화를 상쇄할 만한 요인은 거의 없다. 상반기 설비투자는 연 6.1%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장 건설 붐이 식으면서 건물 투자는 급격히 감소했고, 호텔 투자도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여전히 소폭 증가할 수 있겠지만, 크게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식재산 투자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제약과 문화콘텐츠 분야의 약세를 상쇄할 정도로 AI 중심 소프트웨어 투자가 강력하기 때문이지 전반적인 성장 때문은 아니다.
주택 건설은 최근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안정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정책의 큰 변화가 없는 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 부문도 올해 상반기에 소폭 축소됐다. 이는 연방정부 지출 삭감에 따른 결과다. 연방정부 지원금 축소로 인해 2025년 하반기에는 주 및 지방정부 지출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역은 기껏해야 작은 긍정적 요인에 그칠 것이다. 상품 수입이 줄면 국내 생산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의 상품 수출과 관광 등 서비스 수출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경제는 간신히 성장세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노동력 증가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고용 증가세가 약해도 실업률은 낮게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노동시장 전망에 자신감을 갖지 못할 것이며, 트럼프의 관세 인상분을 상쇄할 만큼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곧바로 경기침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침체와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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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거품이 붕괴한다면?
이것이 2025년과 2026년의 “긍정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만약 AI 주도 주식시장 거품이 꺼진다면 어떨까? 많은 논평가들이 지적했듯, 현재의 주식시장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와 상당히 닮아 있다. 그 버블은 2000년 3월 정점을 찍었고, 2002년 여름까지 S&P지수가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당시 폭락한 것은 기술주뿐만이 아니었다. 맥도날드나 GM 같은 오랜 기간 안정적이었던 기업들의 주식 역시 절반 가까이 가치가 떨어졌다.
나는 붕괴 시점을 예측하려고 하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 주식시장 버블과 2000년대 초 주택시장 버블을 면밀히 관찰했지만, 두 거품 모두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됐다. 대규모 자본 세력은 오랫동안 환상을 유지할 수 있으며, 주택시장 거품 당시에는 스스로도 부실하다는 걸 알면서 대규모 대출을 증권화하는 방식으로 노골적인 금융 사기를 저질렀다.
이번 거품 붕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는 중국이 AI 개발에서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일 수 있다. 특히 주요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전력 소모량이 10분의 1 수준인 시스템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력 비용이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공급도 훨씬 원활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청정에너지 정책을 폐기한 점을 감안하면, 저비용·대량 전력 공급 능력은 중국 AI 개발자들에게 큰 이점을 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AI 주도 주식시장 거품을 무너뜨릴 촉발 요인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왜 2000년 3월에 닷컴 거품이 꺼졌는지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결과는 명확히 추측할 수 있다. AI에 대한 투자 열풍은 빠르게 식을 것이며, AI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한 발전소 건설 붐 역시 급격히 꺼질 것이다.
하락 폭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불과 15%만 하락해도 약 10조 달러의 주식자산이 증발한다. 이는 소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연간 소비가 3천억~4천억 달러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진다. 더 큰 폭의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버블 붕괴의 파급효과를 완벽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암호화폐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처럼 주요 금융기관 일부가 매우 무모한 거래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AI 버블이 무너지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진다.
현재로서는 약한 경제성장, 매우 미약한 실질임금 증가, 그리고 위축된 소비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 Quick Thoughts on the Economy: Slowing Growth Until the Stock Market Crash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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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