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상상의 세계에서는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그가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고 있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달러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경제는 둔화되고 있으며,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달러가 넘는다.
보통이라면 치매를 앓고 있는 79세 노인의 꿈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 사람이 미국 대통령일 경우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 트럼프의 비현실적인 세계가 우리 모두의 현실을 매우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환상이 매우 큰 문제로 이어지는 한 가지 방식은, 중국이 이제 세계에서 지배적인 경제 대국이라는 사실을 그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10년이 끝날 무렵,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보다 거의 50퍼센트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이 커지고 있는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시도했던 것처럼, 필수 품목에 대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며 그렇게 해야 한다. 또한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미국이 여전히 매우 중요한 행위자로 남아 있겠지만, 세계에서 지배적인 경제 강국이 더 이상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생각에, 이것은 중국과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명확한 사례는 의료 기술 및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의 기술 공유다. 전염병을 예방하거나 통제할 수 있고, 암과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이는 양국 모두와 전 세계에 이익이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정반대로 180도 다른 길을 가기로 결심한 듯하다. 그의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는 mRNA 연구를 중단하고 다양한 다른 분야에서 연구 보조금을 무분별하게 취소하면서 국가 생의학 연구 체계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기후 기술과 관련된 상황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트럼프는 태양광 및 풍력 산업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특히 풍력 산업에 대해선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 그는 또한 전기차 전환을 방해하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세액공제 혜택까지 철회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이미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기차 가격은 저렴하고 충전 시간도 짧다.
세계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청정 에너지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체제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파장을 미칠 것이며, 특히 전력 소모가 큰 인공지능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의 선도적 개발자들은 훨씬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갖추고 있으며,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는 여러 방식들을 고려하면, 2030년 미국 GDP가 IMF의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생의학 연구에 대한 공격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대학 기반 연구 전반을 겨냥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 그는 사실상 모든 주요 연구기관을 상대로 협박을 가하며 연구 자금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진보를 저해할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유럽, 캐나다 등으로 떠난 상황이며, 그곳에서는 정치인의 심술에 의해 자금이 갑자기 끊기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미국의 대학과 단과대학들은 오랫동안 주요한 수출 수익원이었는데, 전 세계 학생들이 미국 학위를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자격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현 행정부가 언제든 이유 없이 학생들을 추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 이 문제는 외국인 방문객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들의 여행은 2024년 미국 경제에 약 2,200억 달러(수출 수익의 7.3%)를 기여했다.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정책은 노동력 증가율을 사실상 정체 상태로 만들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를 상쇄할 이민자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노동력 증가 둔화는 IMF의 2030년 경제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또한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거의 완전히 단절했다. 유럽, 캐나다, 그 외의 나라들이 트럼프의 무역 협정을 받아들이는 척은 하겠지만, 실제로는 수출 시장을 미국에서 벗어나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2030년까지 미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크게 잃고, 사실상 국제 사회에서 호감도도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것 자체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없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는 그런 상황을 경험했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큰 문제 없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경제 패권을 쥔 상황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는 그런 지도자를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언제 그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출처] MAGA 2.0: Making China Great Agai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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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