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장’ 밝히는 927 기후정의행진…“세상 바꿀 우리의 힘, 함께 잇는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를 위한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재난이 일상이 된 위기와 절망의 시대,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수만 명의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나선다. 모두의 존엄을 향해 함께 걷고 싸우며 길을 내는 9월 기후정의행진의 막이 올랐다.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참세상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선포식을 열고, 오는 9월 27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강원, 대구, 대전, 부산, 안동, 제주, 충북 등 전국 곳곳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집회와 행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를 표어로 삼고, “정권 교체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염원의 공간”이었던 지난 겨울 “퇴진 광장의 연장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끝내고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기후정의의 광장을 다시 펼칠 계획이다.

28일 선포식 현장에는 기후부정의에 맞서 싸우는 다양한 현장의 주체들인 1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나서게 된 고민과 바람을 나누었다.

“광장과 광장을, 투쟁과 투쟁을, 생명과 생명을 이어”

황인철 92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행진의 의미와 개요를 밝히는 발언에서, 2019년 한국사회에서 첫 대규모 기후 대중 행동을 시작한 이래 “지난 7년간 기후재난은 더욱 심화되었고 정부가 두 번 바뀌었으며 세 차례의 선거가” 있었음에도, “정부와 입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은 여전”하며, “기후위기를 유발한 체재 또한 건재하다”고 환기했다.

그러나 다섯 번의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석탄 발전 노동자와 기후 활동가가 만나고, 청년과 농민이 만나고, 쪽방촌 주민과 동물권 활동가가 만나고, 새만금의 흰발농게와 설악산의 산양이 만났다”라며, 우리는 “서로 연대함으로써 중첩된 이 거대한 위기를 넘어설 힘을 키워왔다”고 짚었다.

그는 올해 927 기후정의행진에서도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 지역에서, 반지하방과 쪽방촌에서, 땡볕과 포구의 논밭과 건설 현장에서, 지리산과 설악산, 새만금 가덕도에서, 이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정의를 향한 투쟁이 함께 만나 더욱 큰 하나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광장과 광장을 잇고, 투쟁과 투쟁을 잊고, 생명과 생명을 이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황인철 공동집행위원장은 또한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지난 겨울과 봄, 내란의 긴 어둠 속에서 함께 빛을 밝혔던” 광화문에서, “기후 위기를 넘어서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향한 광장을” 이을 것이라 밝히고, “9월 27일, 이곳 빛의 광장에서 기후정의를 향한 행진으로 다시 만나자”고 힘 주어 말했다.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참세상

“평등의 얼굴을 할 기후정의를”

927 기후정의행진 청년학생참가단에 함께하고 있는 신혜슬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언젠가 닥쳐올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의 묵을 옥죄는 생존의 문제”이나, “모두에게 동시에, 그리고 같은 무게의 두려움으로 찾아오지는 않는다”라며, 기후재난과 맞물린 불평등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구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청년 이주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환기하면서 “작업 중지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 이름이 아니라 관리 번호로 불리는 물류센터 노동자에게, 발전소 폐쇄를 명목으로 위험 업무를 떠맡을 수밖에 없는 하청 노동자에게, 50도에 육박하는 온도를 견디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몸을 뉠 공간이라고는 두 턱 남짓의 쪽방이 전부인, 혹은 그마저도 갖지 못한 홈리스에게 기후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죽음”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지금 이순간에도 팔레스타인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화석, 방위산업 자본의 탐욕은 자연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제국주의와 합세해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에 맞서 “올해 우리는 ‘대학 참가단’ 또는 ‘학생 참가단’이 아닌 ‘청년 학생 참가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행진한다”며 “청년 세대라는 넓은 범주로 묶여 있지만, 사실 그 안에는 대학생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며, 그 모든 형태의 삶이 기후위기를 직면한 당사자이자 기후정의 실천의 주체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겨울 우리는 광장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억압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외쳤다”라며, “기후위기가 불평등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기후정의는 당연히 평등의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짚고는, 지난 겨울의 광장을 잇는 “927 기후정의행진이, 수많은 광장의 목소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장이자 차별없는 기후정의 실현으로 향하는 건널목이 되기를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참세상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개발에 맞서”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집행위원은 “지난 6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그러나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이와 정반대되는 위험천만한 사업”으로 “건설사조차 포기할 만큼 위험성이 입증되었음에도 정부는 이 사업을 국정과제 최우선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 이대로 강행된다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필적 고의의 살인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공항 건설 과정과 완공 후 항공기 운항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것이며, 이는 2025년 탄소중립 목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신공항 건설은 기후정의에 반하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욱 집행위원은 이번 927 기후정의행진에 “가덕도신공항뿐만 아니라 새만금, 제주 제2공항 등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는 무분별한 신공항 건설에 맞서기 위해”,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개발 방식에 ‘아니오’ 라고 분명히 말하기 위해” 참여한다고 밝히고, “우리의 행진은 기후위기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절박한 외침”이며, “미래를 빼앗긴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는 투쟁”이라고 이야기했다.

“공공재생에너지라는 희망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의 송곳이 되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석탄의 발전소가 폐쇄된다고 해서 우리의 삶까지 폐쇄할 수 없다”면서 “공공재생에너지 5만 입법 청원을 함께 만들고,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노동을 거부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태성 집행위원장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9월 26일 파업으로 기후정의 행진 사전대회의 문을 열고, 9월 27일 기후정의행진에서 우리의 손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추고, 정의로운 전환을 투쟁으로 만들겠다 외칠 것”이라며 “노동자도 지역 주민도 우리도, 모두 안전하고 행복해지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만들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의 맨 앞에서 발전 노동자가 송곳이 되어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참세상

“농민에게 먹거리 생산권을, 소비자에게는 먹거리 접근권을”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온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어도 극한 폭우와 폭염, 가뭄으로 쑥대밭이 되어버리는 논밭에서 골병과 속병을 앓는 농민들이 있다”면서 “2024년 온열질환 사망자의 3분의 1이 농민으로, 우리는 살기 위해서 일하지만 기후 재난 속에서는 일하다가 죽는 것이 현실”이라고 환기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2024년 기준, 1년 평균 총농업소득은 조작 천만 원도 안 되는 957만 원”인 현실에서 “아무리 뜨거워도, 내 몸이 바스러지는 걸 알면서도, 1분이라도 더 일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려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식량주권을 실현해 농민에게는 먹거리 생산권을, 소비자에게는 먹거리 접근권을 보장하는 세상을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정영이 회장은 그러면서 “기후 재난으로 생산권도 먹거리에 대한 접근권도 무너지는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여성 농민들은 9월 27일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나서, 기후재난 해결의 주체로 다시 광장에 서겠다”고 밝혔다.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참세상

“세상을 바꿀 힘, 우리에게 있음을”

민정희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팀장은 이날 마지막 발언에서 “다른 세상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다가오고 있으며 고요한 날에는 그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인도의 사회운동가이자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말을 소개하면서 “여러분들은 다른 세상 즉 우리가 희망하는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고 느끼는가”, “오늘 이 광장에 모인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은 기후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평등한 세상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러한 세상이 오려면 지난 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나와 힘을 모았던 것처럼 시민들의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면서 “9월 27일 광화문 동십자작각에서 열릴 기후정행진은, 노동조합, 농어민 조직, 청년과 청소년 그룹, 종교단체와 인권단체, 교사와 학부모단체, 환경단체, 반전평화 그룹 등 다양한 부문 단체들과, 전국 곳곳에서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송전망 확충 등 무분별한 개발 사업에 반대 투쟁해 온 지역 단체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기후정의와 새로운 사회 전환을 위한 힘을 결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정희 조직팀장은 이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 힘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권력이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기업에 있지 않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힘은 노동자, 농어민, 청년, 학생, 여성 등을 비롯한 우리 시민들에게 있다”고 짚고는, “동료 시민”들에게 “거주지역 가까운 곳에서 진행될 다양한 사전 행동과 92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해, 세상을 바꿀 힘이 우리 시민들에게 있음을 저들에게 보여주자”면서 “9월 27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만나자”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참세상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의 전환이 지체되고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일터와 삶터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가축과 비인간 동물들,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하고 있다”면서 “기후부정의와 불평등, 희생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기후정의를 위해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조직위원회는 또한 “이재명 정부가 등장했으나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앞세우며 경제성장 위주의 국정방향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기후정의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이윤과 성장 중심에서 생명과 평등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 광범위한 대중들의 운동으로 기후정의를 위한 사회적 압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결집할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이를 위해 “우리는 9월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다시 모인다”면서 “기후정의행진은 내란 이후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 광장 투쟁의 연장선”으로 “광장은 정권 교체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염원의 공간”이었고,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후위기, 불평등은 함께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우리는 퇴진 광장의 연장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끝내고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지향한다”면서 “9월 27일 다시 광장에 서자.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기후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함께 외치고 행동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927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및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및 사회공공성 강화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및 먹거리 기본권 수립 △전쟁과 학살 종식 및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이라는 6대 요구와 18개의 세부 요구를 내걸고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기후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다시 광장을 밝힌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