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비판에 모욕으로 맞선 국회,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8월 25일 인도네시아 인민대표의회(DPR) 국회의원들의 수당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자카르타 DPR 건물 앞에서 경찰과 충돌했다출처tempo

지난 몇 주 동안 이어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우리 국민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걸까?

대중의 분노를 가장 크게 자아낸 사실 중 하나는, 2024년 9월부터 2024~2029년 임기의 인민대표의회(DPR) 국회의원들이 월 5천만 루피아의 주거 수당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4년 국회의원들의 연봉과 수당은 평균 21억 루피아였고이는 2025년에 29억 루피아즉 월 약 2,400만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DPR 전체 예산도 2024년 67조 루피아에서 2025년에는 99조 루피아로 50%나 급증했다.

이는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내세운 예산 효율화 기조와 DPR의 실망스러운 성과를 고려할 때 명백한 아이러니다.

2024~2029년 임기 인도네시아 인민대표의회(DPD RI) 지도부출처DPD RI 홈페이지

이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는 결국 DPR 해산을 요구하는 일련의 시위로 이어졌다.

국가 헌법에 따르면 이 요구는 실제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1945년 헌법 제7C조에는 대통령은 인민대표회의(DPR)를 해산하거나 해산을 명령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DPR을 해산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정치 엘리트들이 비판에 대해 보인 반응이 반()비판적이며 성숙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비판에 모욕으로 응답한 DPR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내뱉은 발언 중 가장 공감 없고 부적절했던 것 중 하나는 나스댐(Nasdem)당 소속 제3위원회 부위원장 아흐마드 사흐로니(Ahmad Sahroni)의 발언이었다.

그는 DPR 해산을 외친 사람들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인간들이라고 불렀다.

또한 배우 나파 우르바흐(Nafa Urbach)는 의원들이 월 수천만 루피아의 주거 수당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교통체증을 들었다그는 자카르타 중심부 세낭(Senayan)에 있는 국회의사당까지 빈따로(Bintaro)에 위치한 자택에서 출근할 때마다 교통체증을 겪는다고 불평했다.

이들의 발언은 긴장을 완화하기는커녕오히려 모욕 정치(insult politics)’의 경향을 드러냈다이 정치 형태는 대중의 목소리를 어리석고피상적이며근거 없는 것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사무총리 프라세티요 하디(Prasetyo Hadi)의 발언도 더해졌다그는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시위를 모니터링하지 않았다우리는 지금 국가에 진정으로 공헌한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정부가 대중의 항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발언들은 DPR 의원들과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학문적 관점에서 보면이런 행태는 민주주의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증거다.

푸안 마하라니 DPR RI 국회의장. DPD RI는 8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28일 시위 중 경찰 장갑차에 깔려 희생된 배달 노동자 아판 쿠르니아완(Affan Kurniawan)의 애도를 표했다출처DPR IR 페이스북

민주주의 질 저하 현상

현대 민주주의는 더 이상 쿠데타 같은 급작스러운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는다대신 점진적으로 침식된다.

그 징후는 엘리트들이 비판자를 대화할 권리를 가진 파트너가 아닌 불신하고 매도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나타난다.

정치 엘리트들은 대중이 내는 다른 의견에 대해 논의하려 들기보다는 시위 참여자들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곤 한다이처럼 민주주의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욕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의 질을 훼손하고 국가적 불안을 조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반대자언론인제도 자체를 겨냥해 멸시적인 표현을 전략적으로 사용했다그는 국민이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신뢰를 잃도록 만들기 위해 멍청이나 거짓말쟁이”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이런 언행은 결국 엘리트와 대중 사이의 간극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헝가리의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 있다그는 자신이 장악한 언론을 통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비애국적인 꼭두각시라고 자주 묘사했다이런 서사는 현 체제를 비판하는 이들을 위협하고 배제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운동(Gilets Jaunes)’을 극단적인 폭력을 일삼는 폭도로 묘사했다하지만 사실 이 운동의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시민 운동으로마크롱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며 촉발되었다그중 하나는 연료세 인상 정책이었다.

8월 31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에서 "DPR RI 국회의원 주거 수당해외방문 수당 인상 등 여러 정책을 폐지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출처프라보워 수비안토 페이스북

민주주의의 퇴보

민주주의의 정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개선을 위한 건강하고 열린 대화다.

반면모욕 정치를 기반으로 한 서사와 태도는 민주주의의 질을 악화할 뿐이다.

국회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계속해서 국민을 모욕하면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1. 분열과 불안정성 유발

모욕 정치는 사회를 양극화시킨다정치적 견해 차이는 개인적 적대감으로 바뀌고, “우리 대 그들이라는 사고방식은 경멸의 언사로 전파되면서 사회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런 상황은 국가의 안정성을 해친다분열된 사회는 합의에 이르기 어렵고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도 힘들다.

2. 정치 혐오와 심지어 급진주의로 이어짐

정치 엘리트들이 국민을 지속적으로 깔보면국민은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치 참여에 대한 의욕도 사라진다.

이러한 불만은 무관심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더 심한 경우에는 급진적인 행동으로 번질 수 있다이 지점에서 민주주의는 국민과 지도자를 잇는 다리가 아니라 갈등의 원천이 되어버린다.

3. 비민주적 행태를 정상화함

선출직 공직자의 책임성이 약화하면민주주의의 퇴보는 가속화된다정치적 행위에 대한 기대와 기준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국민의 목소리를 깎아내리고 모욕하는 언행은 정치권과 사회 전반이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점점 더 심각해진다국민의 요구를 깔보는 서사는 사소한 실수가 아니며결코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질이 더욱 추락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정치 엘리트들은 겸손함공감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이라는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 요소들이 결여되면공적 공간에서의 불만은 더욱 격해지고이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기반을 위협하게 된다.

"2025년 8월 31일(일) 새벽, 자카르타 DPR RI 건물 앞 상황"

[출처] DPR merespons kritik dengan menghina rakyat, tanda demokrasi makin mundur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엘라 샤프푸트리 프리하티니(Ella Syafputri Prihatini)는 자카르타 무함마디야 대학교(Universitas Muhammadiyah Jakarta) 조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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