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총선, 불평등과 기후 위기 속 갈림길

[번역자주] 9월 8(현지시각치러진 노르웨이 총선에서 현 총리인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Jonas Gahr Støre)가 이끄는 노동당이 승리했다노동당은 전체 의회 169석 중 52(득표율 28%)을 확보해 1위를 했으며노동당과 연대 중인 4개 정당을 포함하면 87석을 확보해 과반을 넘겼다한편, 반이민 정책 확대 등을 주장하는 우파정당 전진당이 사상 최고 수준인 24.7(48)를 득표해 2위로 1야당이 되었다전진당은 지난 총선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이 글은 총선이 치러지는 날 작성된 것으로 노르웨이의 경제 상황과 정치지형을 분석한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Jonas Gahr Støre)가 이끄는 노동당이 승리하고 "믿어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출처 : 노르웨이 노동당 페이스북

노르웨이는 총선을 치른다인구 560만 명 중 약 400만 명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국제 기준으로도 투표율은 높은 편으로 보통 75%를 넘는다사실상 사전 투표가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으며최대 60%가 공식 선거일 전에 이미 투표를 한다.

노르웨이인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국민일 것이다. 1인당 평균 소득으로 측정했을 때 그렇다. 1인당 소득은 다른 주요 경제국보다 높으며스위스룩셈부르크모나코와 같은 조세 피난처 국가들만 예외적으로 더 높다하지만 평균 소득 수치는 극단적인 불평등을 가린다다른 자본주의 경제와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에서도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심각하다사회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북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현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적고 빈곤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그 현실은 사라졌다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0은 완전 평등, 1은 한 사람이 전부 소유)는 1990년의 0.25에서 2020년대에 거의 0.40까지 올랐으며현재 이 수치는 많은 선진국들보다 높다.

개인 자산으로 넘어가면불평등은 더욱 극심해진다(이는 모든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인구의 상위 1%가 국가 전체 개인 자산의 22%를 소유하고 있지만하위 50% 성인은 고작 3.6%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을 보면노르웨이는 더 이상 사회민주주의적 낙원이 아니다그리고 이러한 심화하는 불평등은 노르웨이 유권자들에게 큰 우려 사항이다. <아프텐포스텐>(Aftenposten)이 노르웨이 여론조사기관 레스폰스 애널리시스(Respons Analyse)에 의뢰해 8월 7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불평등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꼽혔다노르웨이는 1892년부터 부유세(formuesskatt)를 시행해 왔으며스웨덴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얻기 전부터 존재했던 제도다스페인스위스와 함께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여전히 이러한 방식으로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는 단 세 나라 중 하나다현재 세율은 1.7백만 크로네(약 12만 5천 파운드이상의 자산을 가진 경우 1%, 20.7백만 크로네 이상이면 1.1%.

이 세금은 매년 부과되며부동산저축투자주식 등의 가치를 합산한 뒤 부채를 차감해 계산한다개인 소유 기업도 소유자의 재산으로 간주다다만 일정한 공제 혜택이 있다예를 들어시민의 주거용 주택은 평가액의 25%만 과세 대상이다이 세금은 매년 약 320억 노르웨이 크로네(약 30억 달러)를 걷으며약 725천 명의 노르웨이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대부분은 적은 금액만 낸다.

하지만 노르웨이 억만장자들에게는 가장 큰 타격이 되고 있으며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그럼에도 노르웨이의 억만장자들은 계속 부유해지고 있다. <카피탈>(Kapital) 비즈니스 매거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위 400명의 부호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2조 1,390억 크로네로 1년 만에 14% 증가했으며이 부 중 절반은 국외로 이주한 가문들이 통제하고 있다실제로 노동당 정부가 세금을 인상했을 때 30명의 억만장자들이 노르웨이를 떠났다이번 총선을 앞두고 부유층과 우파 정치인들은 이 세금을 폐지하려는 강력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노동당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노동당은 모든 세제를 검토하기 위한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그러나 부유세는 사실상 노르웨이의 주류 정치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아니다그들은 오히려 푸틴의 러시아가 곧 침공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국가 안보’ 강화 및 국방비 증액 필요성에 집착하고 있다현재 노동당이 주도하는 정부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5%까지 확대해 NATO 목표에 맞추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며이번 주말 선거 이후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이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노르웨이가 지난 50년 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공은 사실상 해안가에서 이루어진 막대한 석유 가스 생산에 기반한다노르웨이의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는 이 방대한 석유·가스 수익으로 조성되었으며이는 노르웨이 국민 1인당 약 34만 달러에 해당한다이 펀드는 노르웨이 정부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자유롭게 공공서비스와 복지 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노르웨이 에너지 대기업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다노르웨이는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즈프롬(Gazprom)을 대체해 유럽 최대 가스 공급국이 되었으며, EU가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그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새로운 석유와 가스 매장지를 개발하는 것은 향후 예상되는 생산량 감소를 늦추는 데 필수적이다그러나 많은 노르웨이인들은 화석연료 생산이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이 때문에 전기자동차전기보트전기트럭을 구매하고정부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그럼에도 노르웨이 경제의 성공은 여전히 에너지 대기업에 밀접히 의존하고 있으며노르웨이 자본의 수익성은 석유·가스의 국제 가격에 달려 있다.

출처: EWPT, AMECO, 저자

여론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파·반이민·기후변화 회의론 성향의 전진당(Progress Party)은 더 많은 석유 생산과 탐사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전진당 대표 실비 리스트하우그(Sylvi Listhaug)는 이렇게 말했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100년 동안 석유를 계속 퍼 올리고 싶다.” 이 발언은 에너지 대기업들의 귀에 달콤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에퀴노르(Equinor), 아케르 BP(Aker BP), (Shell) 등은 노르웨이 대륙붕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기업들로여전히 북해와 노르웨이해 기존 유전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새로운 매장지를 적극적으로 탐사하고 있다특히 셸은 최근 오르멘 랑에(Ormen Lange) 가스전에서 회수율을 75%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했는데이 가스전은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가스전이다해당 유전에서 나오는 추가 수익만으로도 새로운 회수 비용을 1년 안에 모두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석유·가스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2,750억 크로네(약 2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노르웨이의 대표적인 비()석유 산업계 인사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산업은 노르웨이에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 산업이다스스로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환경 보호에 대한 구호는 요란하지만노동당이 이끄는 현 정부는 이를 막지 않고 있다노르웨이 외무장관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Espen Barth Eide)는 이렇게 주장한다. “EU가 노르웨이산 가스에 특히 오랫동안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러시아 및 기타 비서방 석유 공급원을 먼저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노르웨이산 공급을 줄이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그러나 에너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르웨이 국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임에도 말이다팬데믹이 끝난 뒤 생활비가 폭등했는데이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다지난 12개월 동안 식료품 가격은 약 6% 상승했으며전체 인플레이션율은 중앙은행 목표치인 연 2%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현재도 상승 중이다.

동시에 실업률도 상승하고 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부유한 노르웨이에서도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에너지 부문을 제외하면 노르웨이의 실질 GDP 성장률은 기껏해야 부진한 수준이어서정부 지출은 사실상 에너지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함과 동시에 가계부채도 함께 폭증하여 현재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사상 최고치인 200%에 이르렀다.

실제로 노르웨이 전체 경제는 점점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그렇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노르웨이 경제가 악화는 원인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반이민 성향의 전진당은 이를 이민 문제로 크게 몰아가고 있다현재 노르웨이 거주자의 약 5분의 1이 이민자 혹은 이민자의 자녀이며최근 몇 년간 특히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의 영향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이민율을 기록했다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높은 이민율로 인한 수용 능력 초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진보당은 여론조사에서 지지를 확대하고 있지만이는 주로 전통 보수당(Conservatives)의 지지를 잠식한 결과다.

노르웨이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169명의 의원을 19개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임기는 4년으로 고정되어 있다전국 득표율 4% 이상을 얻은 정당은 의회 의석을 보장받으며개별 지역구에서 강세를 보일 경우 추가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위해 필요한 85석을 단독으로 확보할 정당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현 노동당주도의 좌파 연합’(red bloc)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이에 따라 노동당의 소수정부 혹은 다른 정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그러나 좌파’ 연합은 분열해 있다. 노동당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가 이끄는 이전 연립정부는 농촌 기반 중도당이 EU의 기후 규제 규정 채택에 반대하면서 붕괴했다또한 사회주의좌파당은 노동당이 향후 정부를 구성하려면 이스라엘의 가자에서의 불법 전쟁에 연루된 모든 기업에서 투자 철회를 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그러나 스퇴레 총리와 최근 복귀한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NATO 사무총장이 이끄는 노동당 지도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함께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수행하기 위한 유럽 내 자발적 연합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 자본주의는 화석연료 생산을 기반으로 매우 성공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다그러나 심화하는 불평등과 지구온난화는 노르웨이 자본주의 내부의 모순을 점점 더 격화시키고 있다.

노르웨이 경제가 화석연료 자본에 의존한 채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노르웨이의 억만장자들이 화석연료 이익의 대부분을 계속 차지하는 것이 정당한가대안은 무엇인가노르웨이 유권자들조차 그 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출처] Norway: the fossil fuel capital of Europe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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