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노동운동은 국가보안법과 새롭게 개정된 노조 조례 시행 이후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 연이어 벌어진 노조 해산으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약해졌다. 그러나 이런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도, 침묵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25세의 샨 호(Shan Ho)다. 그는 홍콩중문대학을 갓 졸업하자마자 청소노동자노조의 사무총장 역할을 맡았다. 젊은 나이와 노조의 제한된 자원에도 그는 노동운동 베테랑인 조 웡(Joe Wong) 노조위원장과 손잡고 8월에 홍콩침례대학교(Hong Kong Baptist University) 청소노동자들의 연좌농성을 끌었다. 이들의 집단 행동은 외주 용역업체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냈고, 청소노동자들에게 매월 300~500홍콩달러의 수당을 보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겉보기에 소박한 승리는 정치적 억압이 드리운 도시에서 드물게 피어난 저항의 불꽃이 되었다.
출처 : Unsplash, Summer Summer
국가보안법 아래서 다시 세우는 노동자 연대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수십 개의 노조와 시민단체가 강제로 해산됐다. 홍콩교사전문인협회(Professional Teachers’ Union)와 홍콩노총(HKCTU, Hong Kong 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같은 주요 단체의 붕괴는 한때 활발했던 홍콩 노동운동의 사실상 해체를 의미했다.
샨 호가 청소노동자노조 사무총장직을 맡은 것은 이상주의적 낭만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해산된 홍콩노총의 마지막 위원장이자 여전히 자발적으로 노조를 돕는 조 웡과 함께, 그는 노조를 버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두 사람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고, 노동자들에게 직접 다가가 흩어진 불만을 집단적 요구로 조직해냈다.
주저하는 목소리에서 대담한 요구로
분쟁의 발단은 홍콩침례대학교가 청소용역 업체를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임금 동결과 유급휴일 축소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노조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지 않고, 청소노동자들이 직접 집단 토론에서 요구를 말하도록 격려했다.
놀랍게도, 일부 노동자들은 예상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샨 호는 이렇게 회상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파업하자!’고 말했어요. 저희는 그저 연좌 농성이나 청원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분들이 먼저 파업을 말했죠(웃음). 정말 대단한 분들이에요.”
이 경험은 강력한 진실을 드러냈다. 수년간 착취당해 온 노동자들이 완전히 순종적으로 길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적절한 불씨만 있다면, 그들은 일어설 수 있었고 실제로 일어섰다.
위태로운 연좌 농성, 드문 돌파구
8월 1일, 예정된 연좌농성은 관리 측이 수당을 미끼로 갈등을 무마하려 하면서 무산될 뻔했다. 노조와 자원봉사자들은 아무도 오지 않을까 두려워했지만, 결국 10명 이상의 청소노동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나와 연대했다.
조 웡은 당시를 회상하며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동자들이 나타났을 때, 제 머릿속이 마치 한 프레임씩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더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합류하자, 관리 측은 결국 직접 협상에 나서야 했고, 매월 수당과 임금 인상 일부를 계약에 명시하는 데 동의했다. 비록 모든 요구가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노동운동이 끊임없이 억압받는 환경에서 이번 성과는 중요한 돌파구로 평가된다.
억압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는 일
홍콩의 노동운동은 더 이상 과거처럼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이지 않는다. 대중 모금과 집단 동원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조 웡은 이렇게 강조한다.
“노동자가 있는 한, 노동운동은 존재할 겁니다.”
오늘날의 노조는 과거처럼 지도자가 앞장서기보다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홍콩침례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비록 좁은 공간일지라도, 저항과 조직화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침묵을 거부하는 것이 곧 희망
샨 호는 이 모든 부담을 온전히 짊어지고 있다. 노조 행정을 관리하고, 사비로 비용을 충당하며,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가족들의 걱정까지 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위협을 마주하면서도 용감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샨 호는 말한다.
“노동운동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물질적 이익을 쟁취하는 데 있는 게 아니에요. 부당함에 굴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존엄을 잃지 않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 홍콩에서 노조는 더 이상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저항이자, 책임의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 하나, 작은 승리 하나가 더욱 소중하다.
갈라진 틈 사이로 여전히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그 불꽃은 노동자들이 공정함을 추구하는 열망이자, 미래에 대한 꺼지지 않는 희망이다.
[출처] Small Victories, Big Defiance: Cleaning Workers Push Back in Hong Kong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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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홍콩 노동권 감시단>(HK LABOR RIGHTS MONITOR)에 올라온 것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