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등으로! 광장을 잇는 9.27기후정의행진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은 시장이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고, 모두의 평등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가장 유력한 길이라고 제안하는 사회단체들의 모임입니다. 행진단은 기획연재 <공공성으로 평등하자>를 통해 우리에게 기후위기란, 공공성이란, 평등이란 무엇인지 참여 단체들의 목소리를 나눕니다. 경쟁과 이윤 논리에 잠식당한 ‘공공성’의 진의를 민중의 이름으로 탈환하기 위해, 기후위기 시대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향해, 927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납시다!

 

9.27기후정의행진이 광장을 잇자는 기조로 조직되고 있다. 지난 겨울 비상계엄 사태 이후 펼쳐진 우리의 투쟁이 무엇이었는지 되새기자는 제안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윤석열만 물러나게 하자고 광장에 나오지는 않았다. 대통령도 바꾸고 세상도 바꾸자는 목소리로 광장을 채웠다. 대통령은 바꾼 지금, 세상을 바꾸는 싸움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올해 기후정의행진이 던진 질문이다. 

기후위기 대응해서 성장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후보 시절부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RE100’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했다. ‘진짜 성장’을 내건 이번 대선에서도 곧잘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공약에 더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도 내놓았다. 당선 후 한국의 대표적 기후운동가로 알려진 이가 대통령실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이 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기후위기 언급이 기후정의의 길과 어딘가 어긋난다는 점은 금세 드러난다.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이 AI미래기획수석 산하로 배치된 것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출한 국정과제 보고서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은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의 하위 전략으로 배치됐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 이것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에너지 정책이 산업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재명 정부에서 에너지는 그 자체로 성장을 이룰 산업이 된다. ‘경제성장의 대동맥, 에너지고속도로’로 만들려는 세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무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의 경로인 한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주목할 때 성장을 명분으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사업 또한 추진된다. 기후위기를 강조하는 입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신공항 건설을 약속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에는 모순이 아니다. 탈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만들 때에는 중요한 탄소중립이 방위산업을 육성할 때에는 사라진다. 방위산업과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성장의 전략을 만드는 배경일 때 벌어지는 일이다. 

성장에 종속된 기후위기 대응에 정의가 깃들 리 없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표에 맞춰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보내기 위한 시간표는 준비되지만 발전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시간표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보내는 것이 목적일 때 송전탑은 마을도 사람도 짓밟을 것이다. 풍력해상발전이 개발 중인 호남권은 벌써 송전탑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공장을 옮기면 해결될 일일까? RE100산업단지를 만드는 목적이 성장일 때 정부는 싼 에너지와 함께 싼 노동력을 보장할 것이다. 경기도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라북도로 옮긴다고 기후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 장소를 달리해 자본의 이윤이 실현될 뿐이다. 기업의 수익 동기에 기대어(기후 시장에 투자하세요!) 기후정의에 이르려는 도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후정의, 평등으로 단호하게 

이재명 정부가 더 잘하게 하면 기후정의로 가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다르게 하도록 싸워야 기후정의로 길을 낼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짜 성장’을 말할 때 그것은 진짜가 아니라거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성장이 대안이 아님을 알려야 한다. 기후위기를 마주한 우리 사회가 평등으로 가야 한다고 더 크게 말해야 한다. 

이윤을 축적하며 자본이 확대재생산하는 일을 성장이라 불러온 결과가 기후위기다. 성장은,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는 대신 돈되는 것들을 생산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대신 돈 가진 사람에게 파는 구조를 부르는 이름일 뿐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어떤 생명과 삶들은 덜 가치 있는 것, 더 값싼 것으로 만듦으로써만 유지될 수 있었다. 인간을 ‘생산성’에 따라 위계화하고 생산에 기여하는 역할을 통해서만 지위를 부여했다. 우리는 불평등에 맞서는 단호한 투쟁들을 통해서만 기후정의로 길을낼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평등으로 가야 한다. 기후재난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위험은 저절로 재난이 되지 않는다. 폭염이 노동자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다. 하청노동자라고, 이주노동자라고, 계약직이라고 쉴 권리를 박탈하는 자본의 권력이 노동자를 쓰러뜨린다. 폭우가 주택을 침수시키는 게 아니다. 반지하로 찾아들 수밖에 없게 하는 주거불평등이 가난한 이들을 질식시킨다. 정의로운 전환은, 불평등으로부터 평등으로 나아가는 전환이어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이라는 점에서도 평등은 강조될 만하다. 우리 사회가 극우 세력화의 시간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구조적 차별은 극우가 자라는 토양이 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출발선을 부정하는 극우가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를 고취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킬 때, 우리 사회가 혐오와 차별을 용인하지 않으며 평등을 지지한다는 점을 더 자주 더 확고하게 말하는 것은 극우 세력화를 저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실천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공공성으로 전환을 시작하자 

평등은 무엇을 바라는지 모두에게 묻고 듣는 일이다.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누리는 데 차별이 없게 하는 일이다. 평등은 좋은 가치나 이데올로기에 그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중받으려면 모든 이들의 필요가 충족될 수 있어야 한다. 생태적 한계 안에서 모든 생명의 상호의존과 돌봄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삶들이 자본에 종속되도록 한 체제의 방향을 이제 돌려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공의료, 공공교통, 공공돌봄… 우리 사회는 이미 대안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공공’조차도 자본의 필요를 더 먼저 고려하며 성장에 종속된 채로 움직여왔다는 데 있다. 민중의 힘으로 공공성을 탈환해야 한다. 공공성은 필수적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가 공급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무엇이 필수적인지, 그것을 어떻게 생산할 것이며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민중이 직접 구상하고 설계하는 것이 공공성이다. 

기후위기를 만들어온 수많은 산업도, 기후위기에 대처하며 필요해진 수많은 일들도 우리의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체제전환은 불안정노동자와 함께 존엄과 권리를 다시 쓰면서 민중의 삶의 필요를 충족하는 질서로 우리의 노동을 서로 연결시키는 만큼 가능해진다. 어디에 어떤 집을 짓고 병원을 지을지, 농사를 짓고 돌봄을 맡는 이들의 존엄은 어떻게 보장할지, 쏟아져나오는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고 재활용할지,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와 우리 모두가 정해야 한다.  

‘모두’의 이름으로 ‘모두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공공성이다. 공공이 주도하며 모두의 필요에 응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재생에너지는 공공성을 탈환하여 정의로운 전환의 선례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함께 행진하자 

우리의 대안을 연결하는 방법은 운동들의 연결로 시작된다. 기후정의행진이 열릴 때마다 우리는 다양한 기후 의제와 요구를 함께 확인하며 연대의 의지를 다진다. 그러나 기후정의행진이 기후정의를 향한 길로 한걸음씩 나아가려면 그 방향을 뾰족하게 만들어가며 서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해마다 돌아오는 기후정의행진이 체제전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에서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으로 함께 행진하자고 제안한다. 성장이 아니라 평등으로, 민중의 힘으로 공공성을 탈환하고 재구성하며, 다른 세계로 길을 열자. 더 많은 운동들이 연결될 때 길은 더욱 크게 열릴 것이다. 불평등에 맞서온 운동들, 차별에 저항하고 노동의 권리를 쟁취하고 전쟁과 학살을 종식하려 투쟁하는 운동들이 함께 행진하며 공공성을 모두의 대안으로 만들어가자. 기후정의를 이룰 민중의 세력화로 광장을 잇자.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 참여신청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