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예멘에서 불장난을 하고 있다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예멘의 안사르알라(Ansar Allah, 후티 무장단체의 공식 명칭운동의 고위 관리 모하메드 알부카이티(Mohammed al-Bukhaiti)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예멘 수도 사나(Sanaa)에서 이 단체의 총리와 상당수 내각 인사를 살해한 직후 이렇게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내각 살해 직후 분노한 예멘 사람들. 출처: 현지 방송 갈무리 

후티(Houthi)로 더 잘 알려진 안사르알라 소속 고위 관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Israel Katz)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약속한 이번 공습은중동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 군대와 가장 강인한 게릴라 세력 사이에서 2년 동안 이어진 소모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였다.

보복은 신속했지만 군사적으로는 효과가 없었다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에서 공중 분해됐다내부적으로는 스파이로 의심되는 인물들에 대한 집중적 단속이 이어졌다후티 보안군은 세계식량계획과 유니세프 사무실을 급습해 최소 11명의 유엔 직원을 체포했으며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즉각 규탄했다.

이번 대결의 촉매제는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촉발된 가자 전쟁이었다이 사건은 후티들에게 이념적 동력과 정치적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단체의 지도자 압둘말릭 알후티(Abdul-Malik al-Houthi)가 전능하신 신을 위한 희생이라고 표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의 기치를 내걸며후티들은 지역을 위협하는 세력에서 단숨에 세계적 교란 세력으로 격상됐다하마스의 공격 직후 몇 주 만에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운송로 중 하나를 사실상 인질로 잡았다

체스판은 지난 5월 위험하게 재편됐다비용만 크고 효과는 미미했던 공습에서 출구를 찾고 싶었던 트럼프 행정부가 후티들과 깜짝 휴전을 성사시킨 것이다오만(Oman)의 중재로 성사된 이 협정의 내용은 단순했다미국은 후티 표적에 대한 폭격을 중단하고후티들은 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로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방식으로 후티들이 항복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칭송했다.

실제로 이번 합의는 후티들에게 선전 활동상 승리를 안겨주었다후티들은 자신들이 초강대국과 맞섰고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반면 미국에게 이 합의는이전에 공언했던 후티 세력의 완전한 섬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비용 지출을 중단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거래적 출구 전략에 불과했다중요한 점은이 합의가 이스라엘이나 국제적으로 승인된 예멘 정부와 어떤 협의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다그 결과 두 세력 모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이스라엘에게는 미국의 일방적 결정이 후티 위협을 홀로 감당해야 함을 의미했다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합법 정부를 구성하는 분열된 기구인 대통령지도위원회(PLC)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무스타파 노만(Mustapha Noman) 예멘 외무부 차관은 정부의 충격과 절망을 이렇게 표현했다그는 PBS와의 인터뷰에서 5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질문을 안고 왔지만더 많은 질문을 안고 떠난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직접적 분쟁 철수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다오히려 이 합의는 후티와 이스라엘 간 갈등이 격화되는 환경을 조성했고워싱턴에게는 멀리 떨어진 문제였던 상황을 이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 감당해야 하는 끝없는 전략적 도전으로 바꿔 놓았다.

8월 말 후티 내각 회의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정보력을 보여줬지만목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사망한 총리 아메드 알라하위는 후티 정부의 민간 장식품에 불과한 존재였다고 한 분석가는 표현했다그는 이 단체의 실제 핵심 축을 이루는 비밀스러운 이념·군사 지휘부의 일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번 암살은 심각한 갈등 격화를 의미했다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통해 항만에서 발전소에 이르는 예멘의 이미 붕괴된 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공격했고매번의 폭격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켰다동시에 이스라엘은 원거리에서 활동하며 사상자에 대한 높은 감내력을 지닌그리고 전술적 적응력이 입증된 강력한 적을 상대해야 했다가자나 남부 레바논과 달리 예멘은 광활하고 산악 지형이 많은 나라로후티들은 은폐와 비대칭 전술의 기술을 완벽히 연마했다.

공습만으로는 후티를 패배시킬 가능성이 낮았다이는 7년 동안 이어진 사우디 주도의 개입에서 이미 확인된 교훈이었다. 2015연합군은 수도 사나에서 후티들의 점령을 되돌리고 국제적으로 승인된 예멘 합법 정부를 복원하기 위해 개입을 시작했다그러나 이 작전은 잔혹한 소모전으로 변질됐고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2022년 사우디 주도, UAE 지원의 휴전으로 끝났다.

미국은 자국의 짧고 궁극적으로 무의미한 공습 전쟁에서 이 교훈을 다시금 배워야 했다공중전력의 한계가 드러났고 지상 침공은 물리적·정치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이스라엘은 사실상 군사적 승리의 경로를 상실했다.

게다가 후티들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이스라엘이 집착하는 주요 전선에서 자원을 빼앗았다그 전선은 가자의 하마스였고동시에 이란과 그 핵 프로그램이었다후티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경제적·심리적 소모전을 수행하고 있었으며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공항 외곽까지 도달한 미사일 같은 상징적 공격이 군사적 효과는 미미하더라도 막대한 정치적 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이를 통해 그들은 예멘인들을 대중적 대의 아래 결집시키고더 넓은 아랍권에 영웅적 저항의 이미지를 투사했으며결정적으로 자신들의 통치 실패로부터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이스라엘 현 지도부에게 이번 전쟁은 더 이상 봉쇄 전쟁이 아니었다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표현한 것처럼 저항의 축을 하나씩 해체하는” 더 큰 십자군적 사명이었다이스라엘이 후티들과의 전쟁을 강화하는 전략은사나에서 후티 총리를 제거한 바로 다음 날 가자시티에서 하마스 대변인 아부 우바이다(Abu Obeida)를 공습으로 살해했을 때 명확히 드러났다.

이스라엘 정책 입안자들에게 연이은 두 차례의 표적 암살은자신들이 여러 전선에서 싸우고 있지만 상대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적이라는 오랜 전략적 신념을 보여주는 사례였다네타냐후는 이미 2014년에 하나의 최고 신앙에 의해 움직이는 무장 이슬람주의자들이 지역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가자에서 2년간의 전쟁과 테헤란과의 직접적인 12일 충돌을 거친 지금후티 전선은 이스라엘이 생존을 걸고 수행하는 다중 전선 전쟁의 점점 더 필수적인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략의 결과는 심각했으며이미 예멘의 취약한 정치 지형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이스라엘의 직접적인 분쟁 개입은 사실상 예멘의 공식 평화 프로세스를 무효화시켰다유엔이 지원한 로드맵은안사르알라를 전국적 휴전과 다른 예멘 파벌들과의 포괄적 정치 과정으로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틀이었지만이미 생명줄에 의존한 상태였다이제 이 문서는 역사적 기록에 불과하며, 10월 7일 이후 완전히 지역화된 전쟁의 현실에서 무의미해졌다.

예멘 내전의 중력 중심은 더 이상 내부 권력 다툼이 아니었고후티와 이스라엘 간 갈등의 격화였다이러한 전환은 반후티 연합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왔다사실상 국제적으로 승인된 정부의 집행부 역할을 하기 위해 2022년 리야드에서 구성된 대통령지도위원회(PLC)는 내부 모순의 무게에 짓눌려 붕괴 직전에 놓였다.

최근 몇 달 동안 공공연한 충돌과 순환형 대통령제’ 요구가 이어졌는데이는 사우디가 지원하는 위원회 의장 라샤드 알알리미(Rashad al-Alimi)남부과도위원회(STC) 분리주의 지도자 아이다루스 알주바이디(Aidarous al-Zubaidi), 그리고 군사 지휘관 타리크 살레(Tareq Saleh)를 포함한 UAE 지원 세력 간 깊은 권력 투쟁을 드러냈다이러한 마비 상태는 후티들에 맞선 정치적·군사적 일관된 전략 수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후티들은 예멘 북부에서 사실상 도전받지 않는 실질적 권위자로 남게 됐다.

그 결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전략적 교착 상태가 발생했다정치적 해법은 무의미해졌고군사적 해법은 반후티 연합 내부의 균열로 차단됐다예멘 분쟁의 내부 논리는 이제 완전히 지역적 적대감에 흡수됐다.

이 공백 속에서 이스라엘은 승리할 수 없는 분쟁에 발목이 잡혔고미국은 더 광범위한 불안정성을 대가로 제한적 평화를 확보했으며산산조각 난 예멘 국가의 각 파벌들은 남은 권력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이스라엘과의 격화된 대립은 결국 안사르알라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으며이 새로운 혼란스러운 질서에서 사실상 유일한 승자는 안사르알라였다.

[출처] Israel Plays With Fire in Yemen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엘파딜 이브라힘(Elfadil Ibrahim)은 중동과 아프리카 정치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글을 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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