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이 중증 암 진단을 받고 복합적인 문제로 입원을 했는데 간병사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1일 간병비가 15만 원이 넘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 상태에 맞는 적절한 간병사를 구하는 것은 더 힘들었다. 2016년부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은 계속 벌어지고 있을까?
이번에 당선된 이재명 정부도 ‘국민 간병 부담의 확실한 경감’을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상급종합병원 참여 제한을 완화하고 요양병원 기능 재정립과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 이 정부에서는 간병이 필요한 입원환자의 간병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답은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또 ‘아니다’이다.
지난 5월 12일, 의료연대본부 주최 ‘새 대통령은 공공의료 공공돌봄으로 국민건강 지켜라’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의료연대본부 제공
2016년 이후 모든 정부가 공약이나 국정과제에서 늘 비슷한 얘기를 하지만, 현실에서는 간병이 꼭 필요한 중환자일수록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더 적용받기 어렵다. 섬망·치매가 있는, 거동이 힘든 중환자일수록 간호간병인력이 더 필요한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인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환자들은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국민이 매달 건강보험료를 내는 데 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 이를 개선하려면 인력기준을 상향해 간호간병 인력을 더 배정해야 한다. 그래야 심사 없이, 거절 없이 누구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24년 6월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병상 중에 23.4%만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난치질환 환자에 대해 포괄적·전문적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환자는 세 가지(①보호자의 간병이 제한되는 환자 ②보호자 간병이 물리적으로 곤란한 경우 ③의료진 판단하에 필요하다고 인정) 중 하나에 해당하면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는 병동 수에 따라 결정되고 그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수도권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수십 개의 병동 중 4개 이하 병동으로 제한되었다가 2026년부터 최대 6개 병동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배치받지 못하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국민건강보험료는 매달 꼬박꼬박 내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이렇게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병원급 이상의 공공병원은 의무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기관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법에는 이렇게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데 현실에서는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조차 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법 따로 현실 따로, 환자 차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를 하겠다는 이재명 정부는 공공병원부터 우선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차별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과 공공병원 우선 도입을 위해 9월 17일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다. 병원노동자와 환자 보호자가 함께 나서자.
지난 6월 19일 의료연대본부가 개최한 병원·돌봄 노동자 공동투쟁 선포대회에 참가한 의료연대본부 대표자들의 모습. 의료연대본부 제공
현재 의료연대본부 산하 강원대병원·경북대병원·서울대병원·충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식당분회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의견 불일치로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번 주 각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진행되며,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될 경우 9월 17일 “누구나 어디서나 건강할 권리 쟁취”를 기치로 공동파업 대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공동파업 일정과 규모는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 사용자와의 교섭 진행 상황 및 정부와의 협의 상황 등에 따라 변동될 수도 있습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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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희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