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SCO(상하이협력기구)와 BRICS(브릭스) 회의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의 요구에 종속될 것을 강요하고 무역과 국제 투자에서의 모든 이익을 자국의 손에 집중시키려는 자기 규칙에 따른 단극 세계 지배 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다자적 대안을 이들 국가가 강화해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 러시아, 인도는 이러한 통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의 기본적 지배 이상을 결코 약화시킨 것은 아니다. 단지 미국 전략가들이 이 지배의 범위를 현실적으로 좁혀 유럽, 한국, 일본, 호주 등 자국 동맹국들을 종속시키는 데 집중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트럼프의 인도 경제 지배 시도는 과도했으며, 그 결과 인도는 빠르게 미국 외교적 지배권의 궤도에서 벗어났다. (여전히 인도가 아틀란티시스트(Atlanticist, 미국과 유럽 간의 긴밀한 동맹, 특히 NATO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양안 협력을 강하게 지지) 꿈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상당한 신자유주의 세력이 존재한다.) 이제 문제는 이러한 요구가 다른 동맹국들 역시 미국의 궤도 밖으로 밀어내는 비슷한 효과를 낳을지 여부다.
또 다른 부차적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지배를 강제하는 데 성공할 경우, 유럽, 동아시아, 영어권 동맹국들의 경제적 역량을 치명적으로 약화시켜 이들이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파괴하고, 결국은 자국 경제의 탈달러화를 향한 민족주의적 반발을 촉발할 것인지 여부다.
출처: Unsplash, Jon Tyson
가장 명백한 문제 사례는 유럽이다. 특히 독일, 프랑스, 영국처럼 가장 친미적인 국가들이 그러하다. 여론조사에서 이들 나라의 대중은 현재의 친미적 꼭두각시 지도자들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가장 즉각적인 분기점은, EU가 트럼프의 관세 위협 앞에서 EU 정책 수장 폰 데어 라이엔의 굴욕적 항복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미국의 요구에 무제한적으로 복종한 것이다. 그는 적어도 유럽에는 확실성의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이러한 항복이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의 외교에서는 결코 확실성이 존재할 수 없다.
트럼프는 약속했던 15% 기본 관세율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그 약속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50% 광범위한 관세율에 흡수시켜버리는 술수를 썼다. 이러한 관세는 미국 내 고용(따라서 노동조합의 지지)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었지만, 동시에 이 금속들을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모든 미국 제조업체들의 비용을 끌어올렸다. 이는 그 자체로 관세 정책의 기본 원칙을 뒤엎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즉, 값싼 원자재를 수입해 산업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비용 보조를 제공해야 하는데, 트럼프는 국가적 이익보다 좁은 정치적 상징성을 우선시했다.
지난주 상무부가 유럽과 기타 외국산 모터, 공구, 농업·건설 장비 수입품에 50%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적용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독일 기계공업연합회(VDMA) 회장 베르트람 카울라트(Bertram Kawlath)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계류가 독일의 대미 수출에서 약 30%를 차지한다면서, 이로 인해 독일 산업계가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고, 유럽 의회가 트럼프의 7월 관세 명령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됐다.
농업 수확 기계를 생산하는 크로네 그룹(Krone Group)은 10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이미 미국으로 향하던 수출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디어(John Deere)의 독일 지사도 마찬가지 타격을 받았는데, 이 회사의 수출품 가운데 20%가 미국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측은 트럼프가 의약품, 반도체, 목재 수입품에 적용한 것과 같은 15%의 관세 상한을 자신들의 산업에도 적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주의 정당들이 지지를 얻는 효과를 낳았다. 미국의 친미 아틀란티시스트 정당들을 대체하면서, 이들은 미국의 러시아·중국 전쟁에 참여하고, 우크라이나·발트해·러시아 국경 인접 지역에서의 전쟁 비용을 떠안으며, 남중국해에서의 분쟁까지 “대서양”식 보호를 확대하는 현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한국과 일본에도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는 현대자동차에 300억 달러를 들여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도록 요구했고, 미 이민당국은 건설 중인 공장에 들이닥쳐 약 475명의 노동자를 추방했다. 이 중 300명은 한국인으로 보고됐다.
현대는 해당 노동자들이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었으며, 공사 속도를 높이고 미국 내 직업교육 부재 문제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 활용하던 계약업체를 통해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호주에는 허용한 노동 비자 제도를 한국에는 허용하지 않은 채 이들을 송환시켜 한국을 “불가능한 입장”에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오랫동안 호주나 싱가포르와 같은 ‘백인 이민자’와 동등 대우를 요구했으나, 지속적으로 거부당해왔다. 비공식적으로는 허용되던 이민이 결국 9월 5일, 무장한 ICE 요원들이 기습해 노동자들을 수갑에 채워 체포하면서 중단됐다.
현대와 다른 해외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가 사실상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 우선주의 행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포기하고 떠날 수 없다는 점을 알기에, 임의로 투자 조건을 바꾸며 압박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이를 ‘재정 갈취 정책’의 일부로 삼았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대한 미국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하면서, 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미국 내 생산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군사적 충돌 없이도 한국의 수출 수입과 고용·소득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역 평화 조약’이었다.
일본에도 유사한 갈취 정책이 적용됐다. 트럼프는 미국과의 교역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일본이 5,500억 달러를 ‘보호비’로 내지 않으면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겠다고 했다. 일본이 자금을 먼저 제공한 뒤 수익을 절반씩 나누는 내용이 초안에는 담겼지만, 미국 최종안에서는 일본의 원금 상환까지만 50/50이 적용되고 이후 수익은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독일식 굴욕적 항복을 한 일본은, 트럼프가 한국에 제시한 것과 같은 ‘25%가 아닌 15% 관세’ 조건을 받아들였다. 일본은 45일 안에 자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로 인해 조성된 비자금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선물과도 같았다. 그는 이를 주요 선거 기부자와 지지자들에게 미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5,5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내 부유층 감세 예산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는 또 일본 신일철(Nippon Steel)이 미국 철강(US Steel)을 15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이익을 챙겼다. 미국 정부는 회사 운영에 대한 통제를 보장받기 위해 황금주를 무상으로 취득했다.
최근 SCO와 BRICS 회의 이후, 미국 지배에 밀착해 있지 않은 국가들은 독일, 한국, 일본처럼 미국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협정들은 미국 동맹 서방과 그 외 세계 사이의 대조를 보여주는 교훈적 사례가 된다.
알라스터 크룩(Alaister Crooke)은 9월 8일 이렇게 말했다. “서방의 기본 심리 모드는 방어적 적대감일 것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가 ‘규칙 기반 질서’에서 이탈해 비서방적 독립 영역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서방의 세계 패권 종식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서방의 패권 시대는 끝났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지배층은 이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이는 미국의 NATO 및 신냉전 동맹국들과의 관계에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범위는 그들로 한정돼 있으며, 트럼프는 미국의 영향력을 아메리카 대륙 전체 — 라틴아메리카, 캐나다, 그린란드까지 — 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종속을 강제하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민족주의적 반발을 낳을 텐데, 미국은 그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 중국, 이란 같은 명시적 적국과의 갈등을 당분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인 큰 질문은, 이렇게 학대당한 동맹국들이 언젠가 다른 동맹 구도를 선택하려 나설 것인지 여부다.
[출처] Trump’s Tariff Wars Hit Europe, Korea & Japa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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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