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2025년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이후 나타난 미국 달러 평가절하는 기존의 통념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개방 거시경제 모형은 환율에 대한 관세의 효과가 교역 상대국의 대응 방식에 달려 있다고 예측한다. 보복 위협을 고려할 때, 이 칼럼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발표되거나 부과된 미국의 관세와 2025년 관세를 비교해 미국 달러에 대한 영향을 다시 살펴본다. 관세가 보복으로 맞서게 될 경우 미국 달러는 약세를 보이는데, 이는 해방의 날 이후의 경험과 일치한다. 다만, 4월 2일 이후 장기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의 급등은 그와 달리 전례 없는 일이다.
2025년 4월 2일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미국 달러가 급격히 평가절하된 것은 과거의 패턴과 단절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미국 달러는 유로화뿐 아니라 여러 통화 바스켓 대비 실효가치 측면에서도 크게 약세를 보였다(그림 1 참조). 많은 이는 이러한 반응이 전통적인 통념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Hartley and Rebucci 2025, Cardani et al. 2025). 기존의 통념은 관세가 세계 수요를 이동시킴으로써 해당 국가의 통화를 절상시킨다고 본다. 다른 이들은 달러 평가절하와 장기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이 결합된 현상을 ‘기축통화 충격’(reserve-currency shock, Jiang et al. 2025)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미국 자산과 달러에 연계되어 있던 안전 프리미엄에 대한 투자자 인식이 변화한 것으로 본다.
그림 1. 해방의 날 이후 미국 달러는 유로(및 다른 통화)에 대해 크게 평가절하되었다
그러나 개방 거시경제 이론은 환율에 대한 관세의 효과가 교역 상대국이 이러한 조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예측한다. 즉, 미국 달러의 관세 반응은 관세가 보복을 불러오느냐에 크게 좌우되며, 일방적으로 부과될 경우 달러는 절상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절하된다. 베르긴과 코르세티(Bergin and Corsetti, 2023, 2025)가 보여주듯이, 이런 결과는 달러로 수출 가격이 책정될 때 미국과 해외 모두에서 무역정책과 최적 통화 안정화 정책이 결합된 효과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해방의 날 이후 미국 달러의 평가절하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의 한 논문(Ostry et al. 2025)은 이러한 이론적 예측이 실제 데이터에서 성립하는지를 검증했다.
2018~2020년 재검토
이를 위해 우리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관세 교환 사례를 다시 살펴보며, “관세가 반드시 더 강한 통화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존 문헌과 비교할 때, 우리의 차별점은 교역 상대국의 보복 여부가 있는 관세 충격과 없는 관세 충격을 구분했다는 데 있다.
분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2018년 3월 1일이다. 이날 미국은 EU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관세를 발표했다. 보복적 대응은 곧 예상되었다. 예를 들어, 3월 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헤드라인은 “EU, 미국에 대응해 ‘세이프가드’ 수입관세 부과 고려”라고 보도했다. 이어 3월 7일 EU는 공식적으로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해방의 날과 마찬가지로, 미국 달러는 미국의 발표 직후 즉시 약세를 보였고 3월 내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그림 2 참조).
그림 2. 2018년 3월 1일 관세 발표 이후 미국 달러는 유로 대비 평가절하되었다
우리의 계량경제학 분석은 일별 데이터를 사용해 이 패턴이 체계적임을 확인했다. 핵심 결론은 미국의 관세 발표가 반드시 미국 달러 강세와 연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장이 해외의 보복을 예상할 때 달러 약세가 일반적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데이터셋
이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2018~2020년과 2025년을 비교 대상으로 하여 미국의 관세 발표, 위협, 실행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여기에는 EU, 중국, 캐나다의 대응도 포함된다. 우리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가 작성한 상세한 사건 연대표를 활용했고, 실시간 뉴스 보도를 보완 자료로 사용했다.
그 결과 데이터셋에는 2018~2020년 사이 미국의 35건과 해외의 15건의 관세 사건, 그리고 2025년 미국의 13건과 해외의 10건의 사건이 포함되었다. 우리는 각 조치의 경제적 규모를 ‘실효 관세율’(effective tariff rate)로 계량했는데, 이는 관세율과 수입 비중을 결합한 가중평균 방식으로 산출해 사건의 경제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각 미국의 관세 사건은 시장에서 대체로 예상치 못한 정보(관세율, 부문, 적용 범위 등)를 담고 있는 ‘충격‘으로 처리했다. 반면, 세계 다른 나라들의 사건은 보복 성격을 띠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예상치 못한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외국의 대응을 활용해 보복을 수반한 미국의 관세 충격과 그렇지 않은 충격을 구분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관세 충격은 다른 나라가 7일 이내에 관세를 위협하거나 실제 부과하면 ‘보복을 받은 사건’으로 분류했다(이 정의의 강건성도 별도로 검증했다).
데이터셋에 포함된 관세 사건은 그림 3에 나타나 있으며, 2018~2020년(상단 패널)과 2025년(하단 패널)의 실효 관세 충격을 보여준다. 주황색 원은 중국만을 겨냥한 관세를, 검은색 사각형은 대개 중국을 포함한 더 넓은 국가 집단을 겨냥한 관세를 나타낸다. 대부분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태양광 패널, 세탁기 같은 특정 제품에 부과된 2018~2020년의 관세를 반영한다. 채워진 표식은 보복을 수반한 조치를 의미한다. 예컨대, 맨 왼쪽 첫 번째 채워진 검은 사각형은 2018년 3월 1일 철강·알루미늄 관세 발표를 가리킨다. 산출된 충격치는 약 0.3%포인트였는데, 이는 각각 25%와 10%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율과 총수입에서의 비중을 고려한 결과다.
그림 3. 2018~2020년과 2025년의 실효 관세율 충격
a) 2018~2020
b) 2025
2018~2020년의 미국 관세 충격과 2025년의 충격을 비교하면 두 가지 핵심 차이가 드러난다. 2025년의 미국 관세 조치가 규모 면에서 훨씬 컸다는 사실(2025년 4월 2일 발표는 14%포인트 충격이었다)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첫째, 2025년의 미국 관세 조치는 거의 모두 보복을 불러왔지만, 2018~2020년에는 50% 미만만 보복으로 이어졌다. 둘째, 2025년의 미국 조치는 대부분 광범위한 국가 집단을 대상으로 했고, 이에 따른 보복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8~2020년의 조치는 대부분 중국만을 겨냥했다.
관세와 환율
이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우리는 지역 추정을 이용해 미국 달러와 다른 변수들이 미국 관세 충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했다. 그림 4는 2018~2020년 기간에 대한 주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4. 보복 여부에 따른 미국 관세의 달러화 영향
a) 모든 미국 관세
b) 미국의 ‘글로벌’ 관세”
패널 A는 양자 간 CNH/USD 환율(상승은 달러화 절상을 의미)을 보여주는데, 이는 보복이 없는 경우(왼쪽 그림)와 보복이 있는 경우(오른쪽 그림) 각각에 대한 1%포인트 미국 관세 충격의 반응을 나타낸다. 보복이 없을 경우, 미국의 관세 조치는 위에서 설명한 통념대로 위안화 대비 달러화를 유의하게 절상시키며, 1%포인트의 관세 충격은 평균적으로 4주 후 달러화를 2% 절상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복이 있을 경우, 달러화의 초기 절상 효과는 완전히 반전되어 CNH/USD 환율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글로벌’ 관세(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적용되는 조치)에 대한 보복은 두드러진 달러화 절하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패널 B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그림은 미국이 EU, 캐나다, 멕시코 등(종종 중국 포함)을 겨냥한 광범위한 관세 충격에 대해 EUR/USD 환율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글로벌 관세 충격은 모든 미국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2025년 ‘해방의 날’ 관세와 유사하다.
앞선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국의 보복이 없는 조건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관세가 유로화 대비 달러화를 절상시킨다. 그러나 보복이 뒤따를 경우, 달러화는 강하게 절하되어, 효과적인 미국 관세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달러화가 유로 대비 최대 8%까지 떨어진다.
2025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앞서 주장했듯, 한 나라가 관세 전쟁을 시작해 보복에 대한 광범위한 기대를 불러올 경우, 해당 국가의 통화는 강세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25년 4월의 달러화 절하는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전 사례와 2025년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특히 절하의 규모와 다른 자산 가격과의 동조성에서 그렇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경험적 모형을 확장해 만기별 미국 국채 수익률의 반응을 분석했다.
두 시기(2018~2020년과 2025년) 모두에서 달러화 절하는 단기 만기 국채 수익률의 하락과 동반되었는데, 이는 이론과 일치한다. 하지만 논문에서 자세히 논의했듯, 2025년에만 장기 만기 국채 수익률의 급격한 상승이 관측되었다.
결론
‘해방의 날’의 미국 달러 절하는 과거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특히 광범위한 관세 조치가 보복 위협에 직면할 경우 달러는 약세를 보인다. 단기 수익률의 하락 또한 과거 사례와 부합한다. 그러나 새로운 점은 장기 국채 수익률의 지속적 상승으로, 이는 우리의 데이터셋에서 전례 없는 움직임이다.
[출처] Tariffs and US dollar depreciations: Not so surprising after all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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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카를로 코르세티(Giancarlo Corsetti)는 유럽대학원 경제학부 및 로버트 슈만 고등연구소 공동 교수이며, 사이먼 로이드(Simon Lloyd)는 영국은행 연구 및 정책 자문관이고, 다니엘 오스트리(Daniel Ostry)는 영국은행 연구 경제학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