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바꿔, 세상을 바꿔온” 공공부문 노동자들… '공공성 강화' 위해 총파업 나섰다

내려오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1만여 명의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공공성 강화”로 모두의 일과 삶을 지키려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7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공공기관 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열고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이어가며,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공공기관 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 대회 현장. 참세상

이날 대회에는 21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동 파업에 나선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병원(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현장 노동자들을 비롯해 철도노조, 국민건강보험노조, 국민연금지부, 서울교통공사노조 등 우리 사회 모두의 일상을 지탱해온 공공부문 노동자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 현장 노동자들은 공공부문의 “진짜 사용자”이자, 모든 시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할 사회서비스의 공급 주체여야 할 정부가 아직도 “공공기관 기능 축소와 민영화, 인력 감축, 강압적 임금체계 개편, 비정규직 무시 정책 등”으로 “공공성을 파괴하고, 노동권을 침해”한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공성 강화·민주적 운영·노동권 보장을 위한 공공기관 정책 대전환”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에 나섰다.

공공운수노조는 “경제부처의 일방적·관료적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낡은 공공기관 운영 제도를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제도로 바꾸어 내고, 민생 회복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기본서비스를 공공부문이 중심이 되어 보편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 디지털·AI 산업전환의 시기, 공공부문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공공재생에너지-공공교통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모두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부과 공공 부문의 책임에 밑줄을 그었다.

이를 위한 6대 핵심 요구로는 △공공기관 노정교섭과 민주적 운영 위한 법 개정 △총인건비제 전면 개선 △윤석열 정부 직무성과급 지침·혁신가이드라인 폐기 △현장 인력 충원과 안전한 일터 구축 △공공서비스 공공성 확대·정부 재정 책임 강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차별 철폐 대책 수립을 내걸었다.

공공기관 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 대회 후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하는 노동자들. 참세상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지난 대선 당시 ‘공공부문 초기업교섭 우선 실현’과 ‘공공기관 민주적 운영 혁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을 지켜보며 현장 노동자들은 기대를 가졌으나,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약속은 허공의 연기처럼 사라질 위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달 “기재부가 발표한 <경제성장전략> 속에는 규제완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낡은 프레임만 반복됐다”면서 “‘공공기관을 민주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된 정부가, 정작 ‘공공기관을 시장성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세부 과제를 내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달 초 발표된 <공공기관 안전 강화 방안>에서도 “원청의 책임 강화나 인력충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공공부문 현장에서, 이재명 정부의 공약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평했다.

엄 위원장은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정책 후퇴에 대해 직접 소통하기 위해 지난 7월 국무총리실에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돌아온 것은 ‘만날 수 없다’는 답” 뿐이었고, ILO(국제노동기구)가 권고한 공공기관 노정교섭 제도화도 국정과제에서 최종적으로 빠졌다”면서 “약속은 후퇴하고, 정책은 진전 없고, 대화는 거부되는 이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쟁 뿐”이라고 파업 투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엄길용 위원장은 “이 투쟁의 목표는 선명하고 단순하다”면서 “총인건비제 전면 개선, 직무급제-혁신가이드라인 폐기, 비정규직 정규직화, 안전인력 충원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노정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라며, “25만 조합원의 투쟁으로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모두의 평등을 실현하는 노동권 확대의 길에 함께 나서자”고 힘 주어 말했다.

공공기관 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 대회 현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의 이번 총파업·총력 투쟁은 다만 하루 파업에 그치지 않고, 9월 중하순부터 10월 이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17일에는 의료연대본부가 먼저 파업에 나서고, 9월 중하순부터는 공항,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연이어 파업에 돌입한다.

현재 노조 산하 공공기관 19개 사업장에서 약 3만 명의 노동자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이며, 이후 3만 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쟁의권을 확보해 “공공기관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사회대개혁의 과제를 실현할 때까지” 공동 투쟁에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각 부문별 노동자들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일터를 바꾸는 투쟁이, 우리 사회 모두의 존엄한 일과 삶을 지키는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공공부문 현장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구현하는 것이, 지난 겨울과 봄, 광장을 밝힌 시민들의 힘으로 당선된 이재명 정부가 약속과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 짚었다.

공공기관 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 대회 현장. 참세상

김태균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정부에 묻겠다”면서 “내란을 청산하자면서 내란세력들이 앞다퉈 추진해온 노동개악 정책들이 여전히 판치고 활개치고 있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내란을 청산하자면서 내란세력이 낳은 오물과 쓰레기들을 그대로 놔둔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노동개악, 공공성 파괴를 획책한 윤석열표 반노동·반공공 정책, 법, 제도, 시행령 속에 아직도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윤석열표 노동개악을 바로 지금, 그 뿌리부터 도려내고 분쇄하는 것이야말로, 내란 청산의 출발점이자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동권을 유린하고 공공성을 짓밟은 그 모든 패악을 공공노동자의 이름으로 완전히 분쇄하고 청산하자”고 힘 주어 말했다.

강철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청도역에서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4명의 노동자가 크게 다친 산재 사고를 환기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산재사고 예방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국토부는 열차가 다니는 선로에 노동자를 몰아넣으려 하고, 국토부고 기재부고 안전대책을 이야기하지만 안전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고속철도 통합을 약속했다”면서 “통합을 하면 좌석은 늘어나고 운임은 낮아지고, 통합을 해야 중복비용을 줄일 수 있고, 안전해진다”고 강조하고 철도노조는 지켜지지 않는 “약속만 기다리고 있지 않겠다”면서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덧붙여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공공성의 확장이며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에너지, 연금, 건강보험, 사회서비스, 교통 등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서 공공성이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힘 주어 말했다.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부본부장은 “우리의 요구는 누구나 어디서나 아플 때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라며 “시장과 자본에 맡겨 둔 민간의료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공공병원 역할과 지원 강화, 모든 병원 돌봄 노동자의 인력 기준 상향과 인력 충원,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정부는 노동자들의 정당하고 절실한 요구에 답을 가져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대개혁을 요구하며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행진하는 의료연대본부 노동자들. 참세상

이날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004년에 이어,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4개 국립대병원 현장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파업에 나섰다. 본부 소속 병원·돌봄 노동자 3천여 명은 공공운수노조가 주관한 “공공기관 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 대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의료연대본부 공동파업 대회를 열고 “누구가 어디서나 건강할 권리”를 위한 의료 및 돌봄 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 소속 4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8,600여 명에 이르며, 이날 파업에는 약 2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함께했다.

이번 공동파업의 핵심 요구는 △국가책임 강화로 공공·지역의료 살리기 △보건의료 및 돌봄 인력 확충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권 강화 △의료 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다. 본부는 이날 1차 경고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약속이 확인되지 않고, 병원별 교섭에서도 특별한 진전이 없을 경우” 더 강력한 2차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현재 쟁의권을 확보한 4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외에도 서울대병원 식당분회(70여 명), 요양지부 서울동부요양분회(120여 명), 대구지부 경북권역재활병운분회(110여 명) 등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병원과 요양원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 300여 명이 쟁의조정 절차를 진행 중으로, 다음 주 후반에는 약 9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이들 중 조합원 규모(3,500여 명)가 가장 큰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달 24일까지 정부와 병원 측이 현장 노동자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지 않는다면, 같은 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연대본부 공동파업대회 현장. 의료연대본부 제공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