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국감 증인 철회 대가로 약속한 ‘이수기업 해고자 교섭’ 또 거부

현대자동차가 정의선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철회를 조건으로 약속했던, 이수기업 해고 노동자 복직 관련 교섭을 또다시 거부했다. 노동조합측 교섭위원으로 선정된 해고 노동자의 ‘자격’을 문제삼은 것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같은 현대차의 행태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고 “국회의원실에 스스로 제출한 서약서 내용마저 일방 파기”하며 “국회와 노동자・시민 모두를 기만”하는 것이라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3월과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이수기업 해고자 복직 촉구 집회 현장에서 자행된 “구사대 폭력사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정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다. 그런데 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국정감사에 앞서 현대자동차가 폭력 사태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4가지 대책안이 담긴 서약서를 대표이사 명의로 작성”해 의원실에 제출하면서 증인 신청은 철회됐다.

‘현대차 이수기업 구사대폭력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정 회장의 증인 채택 철회를 조건으로 의원실에 제출한 해당 서약서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이수기업 해고자 복직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이수기업 해고자들이 교섭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측은 노동조합 교섭위원에 이수기업 해고노동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를 들며 지난 24일로 계획됐던 1차 교섭에 불참했다.


"현대차 이수기업 교섭해태, 국정감사 농랍 규탄 기자회견" 현장. 금속노조 제공

이에 진상조사단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이학영・박정현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대차의 이수기업 교섭 해태”와 “국정감사 농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대차는 더 이상 하청 노동자를 짓밟지 말고, 불법파견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수기업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에서 수출용 차량 이송 업무를 담당하던 1차 사내하청 기업으로 지난해 9월 30일 폐업 처리됐다. 폐업 이튿날인 10월 1일 자에는 이수기업 소속 노동자 34명 전원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 폐업 시 업체명과 사장만 다를 뿐 똑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또 다른 업체로 노동자들을 고용승계해왔으나, 이수기업 폐업 과정에서는 노동자 전원을 집단해고한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과 노동계, 시민사회는 이번 집단해고의 배경으로, 이수기업 소속 노동자들이 이전 업체 소속일 당시부터 현대자동차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내 불법파견 관계를 인정받고, 원청 현대차의 직접 고용 의무 등을 촉구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탄압하기 위한 의도를 짚고 있다.

이후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해를 넘긴 투쟁을 이어왔고, 올해 3월과 4월 중순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연대시민들과 함께 집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보안운영팀 소속 직원들인 ‘구사대’가 해고 노동자와 연대시민들을 비롯한 집회 참여자들에게 폭력을 자행해 노동자 시민 여럿이 크게 다쳤다.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고용승계 촉구 집회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구사대'의 모습. <현대자동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인용

안미숙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4년 5월 30일, 7월 25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와 이수기업의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을 확정하자 현대자동차는 9월 30일, 저희 이수기업 노동자들 모두를 정리해고했다”면서 “수십 년간 축적된 관례처럼 고용승계나 타업체로 전적은 없었다”고 환기했다.

그는 “이수기업은 대법원 판결로 불법파견이 확정된 공정이기에, (소속 노동자들은)해고가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할 대상”임에도 “현대자동차는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하청사장의 개인사정이라는 거짓된 핑계로 저희 모두를 공장 밖으로 내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1년 넘게 투쟁”을 이어왔고, “지난 3월과 4월에는 시뻘건 대낮, 구사대를 동원한 폭력으로 천막을 강탈하고 저희 투쟁에 함께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짓밟으며 현대자동차식 노무관리의 폭력성과 잔혹성이 폭로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과 구사대 폭력이 폭로되고 정의선 회장의 증인 출석이 채택되자 사측은 정의선 회장의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이수기업 사태 해결을 위해 교섭하겠다고 약속 하며 국회에 서약서를 보냈다”라며 그런데 “10월 24일 교섭 상견례가 열렸지만, 현대자동차는 해고 당사자를 교섭 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교섭위원마저 선별하려 들었고 결국 교섭장에 나오지 않으며 교섭을 해태”했고, 이같이 “노측 교섭위원을 사측이 선별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규탄했다.

안미숙 해고노동자는 “결국, 현대차는 이수기업 정리해고사태 해결은커녕 단지 국정감사를 회피하기 위해 거짓 약속으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리며 “현대차는 온갖 핑계로 시간 끌지 말고, 당장 해고 당사자를 교섭위원으로 인정하고 교섭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고용승계 촉구 집회에서 '구사대' 폭력으로 다친 노동・시민들. <현대자동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인용
'구사대' 폭력 현장에서 '구사대'가 아닌 집회 대오를 향해 사진채증을 하는 경찰들. <현대자동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인용

진상조사단의 단장을 맡은 김상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는 “조사 결과, 지난 3월과 4월,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현대차 구사대에 의해 자행됐던 (노동자와 연대시민들에 대한)폭력의 배경에는 불법 파견을 은폐하고 현대차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부정하려고 했던 현대차 자본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지난 24년 5월과 7월에 이수기업 해고자들이 담당했던 공정이 불법 파견 공정임을 인정”했고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이수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를 이행해야 함에도 이를 피하고자 “(하청업체 폐업 시) 노사 합의와 관행에 의해 이루어져온 고용 승계를 하지 않고” 이수기업을 폐업하면서 노동자 전원을 집단해고했으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어떠한 단체 교섭도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현대차가 이수기업 해고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교섭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교섭 거부로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지배 개입에 해당”하는 위법이며 “(정의선 회장의) 증인 철회를 조건으로 국회의원실에 서약했던 내용을 철저히 어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덧붙여 증인 채택을 피한 “정의선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미국 정관계 인사들과 골프를 쳤다”면서 “정 회장이 있어야 할 곳은 미국의 골프장도 아니고 경주의 APEC 회의장도 아니라, 바로 현대차 울산공장 교섭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파렴치하고 비열한 교섭 해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 현대차는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대로 교섭 해태를 즉각 중단하고, 합의된 교섭위원(안미숙 포함)과 성실하고 책임 있게 교섭에 임할 것 △ 현대차는 불법파견 범죄와 노동자들을 향한 구사대 폭력 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이수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전원 고용승계를 실시할 것 △ 정부와 국회는 현대차의 노동 3권 침해, 노조법 무시, 그리고 국정감사 약속 불이행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이 링크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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