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연안을 따라 소말리아 북부에 위치한 분리주의 거점을 주권 국가로 인정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예멘을 겨냥한 전초기지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가자지구에서 강제로 축출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 지역으로 재정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2025년 12월 29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는 소말리아 유엔 대사 아부카르 오스만. 출처: 소말리아 외무부
소말리아 북서부의 분리주의 지역인 소말릴란드를 주권 국가로 인정한 이스라엘의 결정은 전 세계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12월 29일 소말리아의 요청으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15개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이 이 조치에 반대했다. 회의가 열린 뉴욕에서 이스라엘의 결정을 옹호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했다.
다른 국가들은 이 조치가 소말리아의 주권을 훼손하며, 홍해 지역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안보리 내 아프리카 비상임이사국 그룹인 A3+(알제리, 시에라리온, 가이아나)를 대표해 발언한 소말리아 유엔 대사 아부카르 오스만(Abukar Osman)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소말리아의 통합과 영토 보전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인구를 소말리아 북서부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킬” 가능성을 경고했다.
소말릴란드는 주로 이사크(Isaaq) 씨족에 기반한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으로, 내전 이후 국가가 붕괴한 1991년에 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주권 주장은 유엔, 아프리카연합, 그리고 이스라엘을 제외한 어느 국가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2월 26일 소말릴란드를 공식 인정하고 상호 외교 관계를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멘을 겨냥한 전초기지
소말릴란드는 홍해 연안에서 예멘과 마주하고 있다. 예멘의 안사르 알라 정부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선박을 봉쇄하고 드론 공격을 감행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스라엘의 소말릴란드 인정은 “예멘 인근에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이스라엘 시온주의 블로거 사무엘 로트만(Samuel Rothmann)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설명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INSS)도 11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말릴란드의 중요성을 “지정학적 위치와 서방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려는 의지”에서 찾았다.
보고서는 걸프 국가들, 미국, 이스라엘이 최근 수년간 후티(안사르 알라)와 싸웠지만 결정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소말릴란드의 위치와 그 영토를 활용할 가능성은 “판을 바꿀 수 있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소말릴란드는 후티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정보 수집과 감시, 대후티 전쟁에 대한 병참 지원, 그리고 직접적인 군사 작전, 즉 공격 작전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안사르 알라 지도자 압둘말릭 알후시(Abdulmalik al-Houth)는 소말리아와 아프리카, 예멘, 홍해 연안 국가들을 겨냥한 “적대적 태도”를 규탄하며, “소말릴란드 내 어떤 이스라엘 존재도 우리 무장 세력의 군사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말리아 대통령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Hassan Sheikh Mohamud)는 12월 28일 연방의회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소말리아 영토가 이스라엘의 지역 공격 거점으로 사용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인정해야 한다”
총리 함자 압디 바레(Hamza Abdi Barre)도 별도의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소말릴란드 영토를 지역 공격에 활용할 경우 북부 소말리아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말릴란드에 대한 외교적 승인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밝히면서, 이스라엘은 점령과 침략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튀르키예, 지부티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소말릴란드 인정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조치가 이스라엘의 팽창주의 정책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막으려는 시도와 맞물려 있으며, 소말리아의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연합도 소말리아의 통합과 주권, 영토 보전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대륙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프리카 8개국으로 구성된 정부간개발기구(IGAD) 역시 일방적 인정은 유엔 헌장, 아프리카연합 헌장, IGAD 설립 협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아랍연맹, 걸프협력회의(GCC), 이슬람협력기구(OIC)도 모두 이스라엘의 결정을 규탄했다. 유럽연합(EU)조차 소말리아 연방공화국의 통합과 주권,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거의 전면적인 국제적 반대 속에서 12월 29일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아랍연맹 유엔 대사 마제드 압델아지즈는,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북부 소말리아 항구를 군사기지로 활용하려는 모든 조치를 거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스라엘, 소말리아에 집단학살 혐의 제기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해 발언한 유엔 부상임대표 조너선 밀러(Jonathan Miller)는, 소말리아 내전 당시 소말릴란드를 장악한 이사크 씨족에 대해 소말리아가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말리아 대사 오스만은, 팔레스타인에서 수십만 명을 살해·부상시키고, 주민들을 굶기며, 공동체 전체를 강제 이주시킨 “점령 세력”이 집단학살을 논하는 것은 “터무니없고 믿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집단학살을 말하자면, 지금도 우리 눈앞에서 매일 그것을 저지르고 있는 쪽은 이스라엘”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엔 대사 마투 조이니도, 이스라엘이 소말릴란드를 유일하게 인정하면서도 국제법상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거부하는 태도는 아이러니이자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적 곡예
미국 대사 태미 브루스(Tammy Bruce)는 이스라엘을 옹호하며, 2025년 여러 국가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일방적으로 인정했을 때는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중잣대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슬로베니아 대사 사무엘 즈보가는 팔레스타인은 불법 점령된 영토이며 유엔 옵서버 국가라고 반박했다. 반면 소말릴란드는 유엔 회원국의 일부이며, 이를 인정하는 것은 유엔 헌장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쑨 레이(Sun Lei) 유엔 부대사는 다른 나라의 분리주의 세력을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이스라엘의 행동이 아프리카의 뿔 지역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부티 대사 모하메드 시아드 두알레(Mohamed Siad Doualeh)는 아프리카 수억 명이 이 사안을 지켜보고 있으며, 안보리가 명확하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대표단의 디나 길무트디노바(Dina Gilmutdinova)도 이 조치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넘어 더 큰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영국의 대리대사 제임스 카리우키(James Kariuki) 역시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가안보에 가장 큰 이익”
이런 비판 속에서도 미국 대사 브루스는 긴급회의 자체가 “진지한 논의를 방해하는 연막 작전”이라고 비난하며, 이스라엘은 다른 주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외교 관계를 맺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소말릴란드를 인정할 계획은 없으며, “하나의 소말리아”라는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공화당 하원의원 페리 스콧은 소말릴란드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말릴란드 인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크루즈는 소말릴란드가 대만 대표부 개설을 허용하고, 이스라엘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며, 아브라함 협정 지지를 표명했고, 홍해 인근 미군 주둔과 핵심 광물 협정에도 열려 있다며, 이것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가장 큰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출처] Global outcry against Israel’s recognition of Somalilan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피플스 디스패치>(peoples dispatch)에 올라온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