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런은 어떻게 베네수엘라에서 장기전을 펼쳤나

셰브런은 트럼프와 만나 베네수엘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수백만 달러를 로비하는 데 썼다그 결과 지금은 이 나라의 방대한 석유 매장량으로부터 독보적으로 큰 이윤을 얻을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토요일카라카스에서 미군이 최소 80명을 살해하고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한 지 몇 시간 뒤도널드 트럼프는 전시의 총사령관이라기보다는 막 새로 손에 넣은 부동산을 둘러보는 개발업자에 더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그는 자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베네수엘라의 미래는 곧 매우 거대한 미국 석유 회사들의 것이 될 것이며이들이 머지않아 땅속에서 엄청난 양의 부를 퍼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이 땅에는 전 세계에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이 들어 있다약 3천억 배럴로전 세계 매장량의 약 17%에 해당한다그러나 수년간의 정치적 혼란과 미국의 제재 이후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원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퍼센트에 불과한 상태다브루킹스연구소의 에너지 안보 및 기후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서맨사 그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석유가 거기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하지만 지상에서 감수해야 할 위험은 엄청나게 크다.”

셰브런은 다른 미국계 석유 대기업들이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산업 국유화 이후 철수한 뒤에도 베네수엘라에서 계속 활동해 온 유일한 미국 대형 기업이다국영 석유회사의 조건을 수용해 소수 지분 파트너로 남아 있으면서셰브런은 인프라와 인력그리고 법적 발판을 유지했다이는 미국·중국·마두로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힘겨루기 속에서 셰브런에게 중요한 레버리지를 제공했다셰브런 최고경영자 마이크 워스는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장기전을 한다고 설명했다.

셰브런은 다른 미국계 석유 대기업들이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산업 국유화 이후 철수한 뒤에도 베네수엘라에서 계속 활동해 온 유일한 미국 대형 기업이다국영 석유회사의 조건을 수용해 소수 지분 파트너로 남아 있으면서셰브런은 인프라와 인력그리고 법적 발판을 유지했다이는 미국·중국·마두로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힘겨루기 속에서 셰브런에게 중요한 레버리지를 제공했다셰브런 최고경영자 마이크 워스는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장기전을 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셰브런은 침공 이후의 국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셰브런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오랫동안 공화당 정치권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고트럼프 행정부와 깊은 인맥을 맺고 있으며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해 온 이력이 있다트럼프는 토요일 셰브런은 베네수엘라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거기에 있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셰브런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자그의 행정부는 제재에도 셰브런의 베네수엘라 활동을 허용했던 바이든 시절의 면허를 철회했다회사는 4월까지 생산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계약을 정리하거나 인력을 철수시키거나 공급망을 축소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라이스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모날디는 3월에 셰브런이 연장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매우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3일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백악관

물밑에서는 셰브런 경영진이 트럼프와 고위 관료들을 만나느라 분주했다셰브런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400만 달러를 로비에 쏟아부으며 베네수엘라 내 거점을 유지하려 했다. 3월에는 워스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와 함께 면담하며 셰브런의 면허를 어떻게 조정하거나 연장할지를 논의했다트럼프는 워스의 텔레비전 출연을 흥미롭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고케이블 뉴스에 출연한 뒤에는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곤 했다워스는 이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과 비공개로 잇따라 만나 베네수엘라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자사 입장을 설득했다.

7월이 되자 이 도박은 성과를 냈다행정부는 새로운 면허를 발급해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다시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그해 가을 생산을 재개한 셰브런은 사상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고최근 분기 실적에서는 36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베네수엘라산 원유는 하루 10~15만 배럴로셰브런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이 원유는 중질유로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한 셰브런 정유시설이 처리하도록 설계된 유형이다베네수엘라산 원유에 접근할 수 있으면 이들 정유시설을 더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고공급을 늘리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셰브런이 이 생명줄을 자축하기 직전또 하나의 승리를 거두었다수년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씨름한 끝에 미국 최대 독립 석유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헤스 코퍼레이션을 마침내 인수한 것이다지난해 FTC는 반독점 심사 과정에서 존 헤스 최고경영자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들과 유가를 담합했다고 주장하며 그가 셰브런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을 금지했었다.

그러나 이 승리는 공기 중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헤스 가문은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이며트럼프의 첫 번째 취임식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셰브런 역시 2025년 대통령 취임식에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트럼프가 오랜 친구라고 부른 헤스는 FTC에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청원했고위원회는 이후 입장을 바꿔 인수를 허용했다. 7월 18셰브런은 530억 달러 규모의 합병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고헤스는 이사회 자리에 올랐다.

이 인수로 셰브런은 많은 분석가들이 이번 10년에서 가장 중대한 유전이라고 부르는 지역즉 베네수엘라의 이웃 나라 가이아나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엑손모빌은 이 작은 나라 연안에서 막대한 매장량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이 발견은 인구 100만 명도 안 되는 가이아나를 단숨에 석유 산업의 중심 무대로 끌어올렸다헤스가 이 프로젝트에서 보유한 30퍼센트 지분은 셰브런의 최근 인수에서 핵심적인 요소였다.

트럼프 덕분에 가이아나 프로젝트를 가로막던 마지막 주요 정치적 걸림돌 가운데 하나도 이제 제거되었다마두로는 해상 구역에 대한 가이아나의 통제권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베네수엘라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국경 분쟁을 근거로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간헐적으로 주장해 왔다. 2019년 이후 이 지역의 생산이 본격화되고 베네수엘라 자체 석유 산업이 흔들리자마두로는 공격 수위를 높였다그는 가이아나 해역에 해군 함정을 파견하고 개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이런 수사는 이번 주 트럼프가 마두로를 상대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때 사용한 표현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침공 전후로 석유 기업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베네수엘라 정부를 직접 장악하는 일은 업계가 기대했던 범위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다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미주문제연구소 전임 석좌교수였던 데이비드 메어리스는 <그리스트>(Grist)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나서는 석유 회사들은 없다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할 수 있는 정부가 과연 존재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복잡하게 얽힌 부채 문제도 있다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는 수십 년에 걸친 채무 불이행과 국유화 조치로 1,50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되었다코노코필립스 같은 에너지 기업부터헐값에 부실 채권을 사들인 이른바 벌처 펀드에 이르기까지 채권자들은 국제 중재를 통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아직 지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중국은 그동안 6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빌려준 최대 해외 채권국이었고그중 일부만이 주로 석유 수출 형태로 상환되었다메어리스의 말처럼, “베네수엘라 석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일부 채권자들은 그 수익을 즉각 압류하려 들 것이고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산량을 설령 제한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조차 노후화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개보수해야 하며이는 막대한 투자와 정치적 안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이런 조건들은 수년간 카라카스에서 실현되지 못했고가까운 시일 내에 갖춰질 가능성도 희박하다상품 시장 분석업체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의 미주 지역 석유 가격 부문 책임자인 거스 바스케스는 이메일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을 즉각적으로 늘릴 현실적인 전망은 없다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는 과거 생산 능력에 가까운 수준으로 복구하는 데만도 수년어쩌면 수천억 달러가 필요하다정유시설 복구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셰브런은 이미 현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들과는 전혀 다른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시점은 최악에 가깝다세계 원유 가격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하락해 최근에는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이는 많은 미국 석유 기업들의 손익분기점에 근접한 수준이다이런 흐름은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겹친 결과다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석유·가스 분석가 트레이 코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석유와 가스 산업이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던 시대가 이미 한참 전에 끝났다는 사실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에도 사만다 그로스는 트럼프는 자원 경제를 매우 구식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지적했다자원을 권력의 둔중한 지렛대로 보는 인식이다셰브런 같은 기업들이 경험했듯그의 우선순위에 발을 맞추면 시장 전반의 조건과는 무관하게 재정적·규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이번 주 셰브런의 주가는 6% 급등했다.

화요일 트루스소셜에서 트럼프는 카라카스가 3천만~5천만 배럴 규모의 제재 대상 석유를 넘겨줄 것이며이 석유가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돈은 내가 통제할 것이라고 썼다트럼프는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낮추기를 원하고 있는데이는 셰일 생산업체들을 압박하고 미국 석유 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수요일 미 에너지부는 짧은 성명을 통해 이를 보완 설명했다이때 셰브런은 행정부와 생산 확대 및 원유를 다른 정유사에 재판매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에 들어갔다성명은 미국이 이 주권 국가의 원유를 세계 시장에 판매할 것이며수익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은행의 미국 통제 계좌로 들어간다고 밝혔다이는 미 재무부를 우회하는 이례적인 방식이다이 자금은 미국인과 베네수엘라인 모두를 위해 쓰일 것이라고 모호하게 약속됐고이 체계는 기한 없이 유지될 예정이다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목요일 아마도 셰브런의 현지 활동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침공 10일 전에그리고 의회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석유 기업들과 소통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이들은 납세자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암시는트럼프 행정부가 군사력 사용을 결정하기 전에 석유 기업들과 어떻게 접촉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고 썼다그로스는 트럼프를 포퓰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 연출에 가깝다고 말하며, “TV에서 연기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덧붙였다동시에 그는 포퓰리즘 정부가 석유 산업을 장악할 때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무엇이 베네수엘라에 좋은가 하는 문제다우드로윌슨 국제센터 라틴아메리카 프로그램의 전 소장 신시아 아르손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슬픈 점은 마두로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트럼프 정책의 목표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습 이후 백악관의 성명들은 민주적 이행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고인권 침해와 정치범 처우에 대한 우려는 주변으로 밀려났다.

설령 석유가 다시 흘러들기 시작하더라도새로운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차베스 이전 베네수엘라의 석유 계약은 보통 정부가 수익의 약 50퍼센트를 가져가 사회 프로그램과 중산층을 떠받쳤다반면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은 대개 약 12퍼센트 수준의 로열티를 제시한다.

이 대비는 앞으로의 길이 얼마나 취약하고 불확실한지를 잘 보여준다수백만 명을 국외로 떠밀어낸 수년간의 경제 붕괴는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석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정치적·사회적 격변을 남겼다그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하지만 나쁜 일은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

[출처] How Chevron played the long game in Venezuela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로이스 파슐리(Lois Parshley)는 독립 탐사 저널리스트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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