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동부에 있는 라스 알카이르 담수화 시설(Ras al-Khair water desalination plant)은 페르시아만 연안에 위치한 수많은 담수화 시설 가운데 하나다. 출처: THE ISLANDER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와 페르시아만 지역의 인접 국가들은 사막 지하의 화석연료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식수를 만들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석유는 400개가 넘는 담수화 시설을 가동하며, 이 시설들은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꾼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에서, 이란군의 보복 공격은 이미 석유 정제시설과 천연가스 공장을 타격했고 관광과 항공 산업도 교란했다. 이러한 공격은 모두 걸프 국가들의 경제와 안전과 안정성이라는 힘들게 쌓아온 명성을 훼손한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은 두바이의 핵심 담수화 시설 인근에도 이미 타격을 가했다. 3월 2일 이란이 두바이의 제벨알리 항구(Jebel Ali port)를 공격하면서, 연간 1,600억 갤런 이상의 물을 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43개의 담수화 설비가 있는 대규모 단지에서 약 12마일(20km) 떨어진 지점이 타격을 받았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F1 전력·수처리 시설(Fujairah F1 power and water plant)과 쿠웨이트의 도하 웨스트 발전소에서도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 두 경우 모두 인근 항구 공격이나 드론 요격 과정에서 떨어진 파편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소금물 왕국
이 지역의 군주국들은 흔히 석유국가로 불리지만, 동시에 내가 “소금물 왕국(saltwater kingdoms)”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되었다. 이들은 바다에서 끌어온 물을 인공적으로 담수로 바꾸는 기술에서 세계적인 초강대국이다. 담수화 덕분에 이 지역에는 골프장, 분수, 워터파크, 심지어 인공 눈을 사용하는 실내 스키장까지 존재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화 시설 10곳 가운데 8곳이 아라비아반도에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소렉(Sorek) 담수화 시설 두 곳이 나머지를 채운다.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은 전 세계 담수화 설비 용량의 약 60%를 보유한다. 그리고 이란 인근의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 주변 시설들은 전 세계 담수화 수량의 30% 이상을 생산한다.
대략 1억 명의 사람들이 걸프 지역에서 담수화 시설에 의존해 물을 공급받는다. 이 시설들이 없다면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거의 아무도 살 수 없을 것이다.
두바이의 거대한 실내 스키장(indoor ski area)은 걸프 국가들이 담수화된 물(desalinated water)을 활용하는 여러 사례 가운데 하나다. 출처: return of the naz
물 공급 파괴
걸프 지역 담수화 시설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CIA의 우려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1990년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1991년 1월 연합군이 이라크 군사 시설을 폭격하기 시작하자, 이라크군은 대응 조치로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페르시아만에 유출했다. 거대한 기름 유막이 남쪽으로 이동하자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은 이것이 담수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자들은 주요 담수화 시설의 취수 밸브를 보호하기 위해 방유 차단막을 설치했다. 특히 리야드의 물 공급 대부분을 담당하는 시설이 주요 보호 대상이었다. 쿠웨이트에서는 이라크의 파괴 행위로 담수화 설비 상당 부분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
쿠웨이트 당국은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아 약 750대의 물 탱크 차량과 200대의 트럭을 동원해 약 18톤의 비상 생수 공급을 수입했다. 미국이 제공한 발전기와 이동식 담수화 장비도 일시적인 구호를 제공했지만 완전한 복구에는 수년이 걸렸다.
최근의 위협
담수화 시설 공격에 대한 우려는 예멘의 후티 운동이 2019년과 2022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슈카이크(Al-Shuqaiq) 시설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다시 나타났다. 다행히 이 공격은 장기적인 피해를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의 무기는 후티보다 훨씬 많고 정교하다. 따라서 이란이 담수화 시설을 공격한다면 피해 규모는 상당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Tehran)은 심각한 물 부족 위기를 겪고 있어 2025년에는 가뭄 피해를 입은 수도를 해안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란은 담수화 시설에 대한 공격에는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 이란은 대신 댐과 지하수에 의존해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번역자 주, 2026년 3월 7일 밤부터 8일 새벽 사이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테헤란 북서부 샤흐런 석유 저장소와 남부 레이 정유 단지 등 주요 연료 저장시설이 폭격을 받아 폭발이 발생했다.)
“Black rain” and “nuclear winter” effect reported in Tehran after Israeli strikes on oil facilities
— Drop Site (@DropSiteNews) March 8, 2026
Israeli strikes on oil depots around Tehran have released massive quantities of toxic hydrocarbons, sulfur dioxide, and nitrogen oxides. Mixed with rainwater, these… https://t.co/NrooMXThd6 pic.twitter.com/LSHLwt1S8S
"이스라엘의 석유 시설 공습 이후 테헤란에서 ‘검은 비(Black rain)’와 ‘핵겨울(nuclear winter) 효과’ 보고
▪️ 이스라엘이 테헤란 주변 석유 저장시설을 공습하면서 대량의 독성 탄화수소, 이산화황, 질소산화물이 방출됐다. 이 화학물질들이 빗물과 섞이면서 피부 화상과 심각한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강한 산성의 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이란 당국이 밝혔다.
▪️ 샤흐런 등 정유시설에서 발생한 짙은 검은 연기 기둥이 태양을 가려 도시 일부가 어둠에 잠기며 “핵겨울과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당국은 이 유독한 연기가 급성 호흡 곤란과 눈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석유 성분이 섞인 빗물이 도시 전역에 떨어지면서 건물 지붕과 발코니, 거리 곳곳이 두껍고 탁한 검은 액체와 기름성 그을음으로 뒤덮였다. 이러한 오염은 니켈과 바나듐 같은 중금속이 토양과 지역 수계로 스며드는 장기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환경단체들은 이 오염이 페르시아만을 통과하는 철새들에게도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검은 비”와 연기 기둥은 조류의 내부 장기 손상을 일으키고 깃털의 단열 기능을 파괴해 저체온증과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 적신월사(Iranian Red Crescent Society, 이슬람권 적십자)는 이러한 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주민들에게 보호 조치를 취하고 노출된 음식물을 기름성 그을음 입자로부터 가릴 것을 권고했다. 당국은 이 비가 강한 부식성을 지니고 있어 민간 건축물에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전쟁이 무엇을 둘러싸고 벌어지든 간에 물은 폭력 사태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오래 지속되는 정치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의도적으로 수원이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가 된다.
[출처] Persian Gulf desalination plants could become military targets in regional wa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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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리스토퍼 로(Michael Christopher Low)는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 역사학 부교수, 중동센터 소장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