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조선, 쿠바 도착

이번 조치는 쿠바에서 심화하는 인도주의 위기 우려와 외교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러시아 국기를 단 유조선 아나톨리 콜로드킨(Anatoly Kolodkin)호가 2026년 3월 31일 쿠바 마탄사스(Matanzas)의 석유 터미널에 접안해 있다. 출처: GBX

의외의 전개로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유조선이 쿠바에 원유 73만 배럴을 공급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쿠바는 미국이 1월 말 사실상의 석유 봉쇄를 가한 이후 심각한 연료 부족에 시달려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밤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를 포함한 국가들이 쿠바에 석유를 보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이는 행정부가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등 쿠바의 최대 공급국 두 나라에 석유 수출 중단을 압박해 온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예상 밖이었다트럼프는 그들이 필요하므로 누군가가 한 선적분을 보내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없다그들은 생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제재 대상인 아나톨리 콜로드킨(Anatoly Kolodkin)호에 실린 원유는 최근 쿠바 해역에 도착했으며약 25만 배럴의 디젤로 정제할 수 있다쿠바 에너지 전문가 호르헤 피뇬(Jorge Piñón)은 이 원유를 처리하는 데 15~20전국에 분배하는 데 추가로 5~10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러시아 대변인은 이번 연료 공급이 쿠바의 필수 서비스 유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쿠바의 인프라는 미국의 제재와 경제 운영 문제로 수년간 악화해 왔으며특히 1월 이후 상황이 더욱 불안정해졌다페스코프는 최근 미국과의 회담에서 쿠바에 연료를 공급하는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지만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월요일 미국의 대쿠바 제재 정책에는 변화가 없으며이른바 인도적” 물자 공급 여부는 향후 개별 사안별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빗의 발언 외에도연료 공급 중단 압박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사실상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급선회한 배경에는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지속되는 연료 부족이 초래할 심각한 인도주의적 영향과 선거 국면에서 미국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주 위기를 행정부가 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쿠바 위기가 악화할 경우 미국의 도덕적 입지와 협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다른 우선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란과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교착 상태가 쿠바 문제에 대한 대응을 늦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트럼프는 최근 금요일 쿠바가 다음 차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더욱 유력한 가능성으로이번 조치가 미국과 쿠바 간 양자 협상이 실제로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본다쿠바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Diaz-Canel)은 3월 13일 양국 간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으며트럼프 역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쿠바 지도부와 최고 수준에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블룸버그는 쿠바 당국이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자체 운영을 위한 소량의 연료 수입을 허용한 이후 미국이 이번 선적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이는 쿠바 외무부가 미국의 요청을 뻔뻔하다고 비난하며 거부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 이후 불과 일주일 만의 변화였다.

일요일 쿠바 외무차관 호세피나 비달(Josefina Vidal)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미국이 쿠바의 경제 발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쿠바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는 러시아의 지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 달간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도 나타났다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연료의 쿠바 민간 부문 판매를 허용했고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동부 지역에 가톨릭 교회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전달했다또한 미국이 쿠바에 대한 군사 작전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1월 9일 이후 대규모 연료 선적은 없었지만로이터는 최소 3만 배럴의 디젤이 미국에서 쿠바 민간 사업자들을 통해 수입됐다고 보도했다이는 최근 2주간 쿠바 거리에서 활동이 늘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쿠바 정부도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범 석방민간 경제 규제 완화디아스포라 투자 유치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다만 긴장이 완화되는 상황에서도 러시아 유조선의 입항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지난 한 달 동안 다른 러시아 유조선 두 척은 미국의 압박으로 항로를 변경했으며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해당 선박이 대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금요일 프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바 공산 정권을 무능하다고 비판하며 체제 교체를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쿠바의 정전 사태와 경제 침체가 미국 정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아나톨리 콜로드킨호의 연료 공급은 쿠바의 구조적인 연료 부족 문제를 해결할 장기적 해법은 아니지만추가적인 긴급 연료 수입 가능성을 열어준다보고타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 정상회의(CELAC) 기간 중 브루노 로드리게스(Bruno Rodríguez) 쿠바 외무장관은 멕시코콜롬비아브라질나이지리아가나 외무장관들과 회담했지만연료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외 다른 국가들이 석유 공급에 나설지 여부와 관계없이쿠바는 자체 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비달 차관은 2026년 말까지 국내 원유 생산을 늘려 수요의 50%를 충당하고태양광 발전을 두 배로 확대해 20%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처] Russian Oil Tanker Anatoly Kolodkin Reaches Cuba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리 슐렝커(Lee Schlenker)는 퀸시 책임국가전략연구소(Quincy Institute for Responsible Statecraft) 글로벌 사우스 프로그램 연구원이며, 조지타운대학교 에드먼드 A. 월시 외교대학원 라틴아메리카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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