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AI가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지적했듯이, 지금까지 고용 증가나 생산성 데이터에서는 이를 보여주는 증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AI가 모든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생각은 창의적인 기업가들이 수십만, 심지어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이런 새로운 산업은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자리는 만들어낸다.
이런 종류의 낭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금융 산업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기술 발전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없앴어야 할 분야를 꼽으라면 금융 산업보다 더 적절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1970년대만 해도 사람들은 간단한 스프레드시트조차 사용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계산을 하려면 계산기를 써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손으로 직접 계산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1970년대에 막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를 갖춘 은행은 많지 않았고, 편의점이나 공항, 쇼핑센터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급여 자동이체도 여전히 드문 일이었고 자동 납부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변화들과 다른 여러 기술 발전은 금융 산업의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일이 벌어졌다. 1975년 금융 부문 종사자 수는 404만 7,000명이었다. 50년 뒤인 2025년에는 이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 919만 6,000명에 달했다. 금융 부문 고용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소폭 증가해 1975년 5.3퍼센트에서 2025년 5.8퍼센트로 상승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늘어난 노동자들은 무슨 일을 했을까. 핵심은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훨씬 더 복잡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거대 준공공 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은 주택저당증권(MBS)을 개발했다. 이후 민간 투자은행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하기 위해 모기지를 복잡하게 쪼개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적어도 주택 거품이 붕괴하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복잡한 금융 상품이 등장했다. 옵션과 선물 같은 파생상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관련 자산 거래량도 급증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암호화폐 붐까지 나타났다. 불법 거래를 돕는 것 외에는 별다른 용도가 없는 자산인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이제 3조 달러에 육박한다.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와 추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물론 이런 산업들은 자신들을 법적 소송으로부터 보호하고 경쟁자를 괴롭히기 위해 변호사들도 고용한다. 또한 자신들이 실제로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로비스트와 선전 담당자들도 고용한다.
금융 부문 가운데 증권·상품 분야는 특히 빠른 고용 증가를 기록했다. 일관된 통계가 존재하는 첫해인 1990년 48만 9,000명이었던 종사자 수는 2025년 114만 1,000명으로 늘어났다. 이 부문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발행과 거래를 담당한다. 이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 상당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어진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혁신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금융 산업 규모 확대가 경제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왔는지는 불분명할 수 있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AI 발전 역시 확대된 금융 산업만큼이나 별다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여러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어떤 산업이 등장할지 미리 특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의 과두 자본가들이 그런 산업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는 점만은 확신할 수 있다.
[출처] AI May Create Wasteful Jobs, Not Mass Unemployment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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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