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부의 세계에서 지금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지경학적 변화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미국 기술 과두재벌들의 놀라운 약진과 이들이 정치 영역에서 갈수록 더 큰 목소리를 내며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드러내는 현상이다. 다음은 2026년 봄 포브스(Forbes) 억만장자 명단의 자료다. 이 자료는 비중과 절대 규모 모두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2년만 해도 상위 10명 가운데 미국인은 3명뿐이었고, 기술업계 거물은 2명에 불과했다.

두 번째 변화는 이와 대조적으로 과두재벌의 부를 대하는 중국의 체제가 급격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기술 부문에서 창출된 부가 거침없이 불어나고 있지만,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당이 다시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 나는 이전 글에서 이를 ‘벽 안에 갇힌 부(walled-in wealth)’라고 표현했다. 개인의 거대한 부를 둘러싼 이처럼 상반된 변화는 무역 자료나 국제수지 통계만으로는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운 ‘디커플링’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중국 발전의 장기적 궤적은 놀랍다. 시진핑의 집권 시기가 부동산과 기술 산업에서 탄생한 중국의 초거대 자산가들이 세계 100대 부호 명단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정확히 겹친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중국에서 거대한 부가 등장한 역사는 비교적 짧다. 2003년만 해도 중국에는 자산이 10억 달러에 이르는 사람이 아마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중국의 자본 축적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시진핑이 집권했을 당시 세계 부호 순위에서 중국의 위상은 여전히 미미했다. 2012년에는 세계 100대 억만장자 명단에 중국인이 단 한 명이라도 포함됐는지를 두고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초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에는 중국 기업인 7명이 세계 100대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부가 통계상 정점을 찍었던 2021년에는 중국 본토 출신 20명이 포브스 100대 부호에 포함됐고, 이 가운데 4명은 3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2021년 봄 무렵에는 이미 결정적인 전환이 시작되고 있었다. 중국공산당(CCP)이 코로나19 1차 유행과 맞선 ‘인민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하며 베이징에 낙관론이 퍼져 있던 2020년 초여름, 중국 정부는 일련의 핵심 결정을 내렸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했고, 부동산 성장 붐에 제동을 걸었으며, 공동부유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신흥 재벌 마윈(Jack Ma)의 기세를 꺾었다. 이런 조치를 추진하려면 개인과 그들이 소유한 기업을 상대로 재량적 정책과 당의 권력을 동원할 의지가 필요했다. 동시에 데이터와 자금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인프라 차원의 권력도 필요했다.
중국이 기술 주도 자본주의 발전을 서구와 분리된 체계로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방화벽을 세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서구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졌고, 결국 2010년 구글(Google)은 중국에서 철수했다. 당시 구글의 에릭 슈밋(Eric Schmidt)은 역사가 서구의 편에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종류의 [검열]을 하면서 현대적인 지식사회를 건설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구글 회장 에릭 슈밋은 2012년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긴 시간을 놓고 본다면 이런 체제 운영 방식이 끝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정반대였다. 중국에서는 기술 창업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후 10년 동안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뒤에 완전히 독자적인 중국 인터넷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2021년 중국 억만장자 명단에는 이런 기술기업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바로 그 시점이 정치적 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전환점이 됐다.
거시경제 차원에서 2000년대에는 중국의 이른바 ‘브레턴우즈 2.0(Bretton Woods 2.0)’식 통화·외환 통제가 과도기적 조치에 불과하며, 결국 자본계정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2015년 금융위기를 가까스로 피한 뒤 베이징은 통제를 크게 강화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이런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세금 납부 단속을 강화하고 여권을 통제해 개인의 이동까지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플랫폼 기업이 대체로 비슷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과두재벌들이 상당한 자율성을 누리던 시기에는 이런 인프라 장벽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됐다. 중국의 부는 서구의 거대 자산가들을 따라잡는 방향으로 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양쪽에서 이런 수렴 흐름이 깨졌다. 중국에서는 당이 통제권을 확고히 했고,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플랫폼 기업의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이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현재 세계 100대 억만장자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숫자는 2020년대 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초거대 부가 상대적으로 상승하던 흐름이 꺾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최상위 부호들의 자산 규모는 이제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멀리 앞서 있다. 이들의 자산은 이미 1천억 달러급 부호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절대적인 규모와 변화의 방향은 모두 중요하다. 두 흐름을 함께 보면 금융 협력과 기술 공급망을 매개로 가까워지던 ‘차이메리카(Chimerica)’ 엘리트의 진전은 멈췄고, 앞으로 다시 수렴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래 그래프는 2010년 이후 세계 100대 부호 가운데 중국 본토와 홍콩 억만장자들이 차지한 대략적인 비중을 보여준다.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이제 양국의 대비는 매우 뚜렷하다. 중국에서는 당이 지도력을 확고히 했다. 중국에서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이런 새로운 질서를 뒤흔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맞물리는 ‘악성의 동시 발생(malign coincidence)’이 나타나면서 사실상 무제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 규모는 1990년대 닷컴 붐이나 2000년대 금융화의 급등기보다도 훨씬 더 극적이다.
무역과 거시경제적 금융 흐름만 보면 지금까지 디커플링은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세계 양대 경제에서 부를 둘러싼 정치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를 ‘과두제적 분화(oligarchic divergence)’라고 부를 수 있다.
[출처] Chartbook 476 Walled-in wealth #2: US-China oligarchic divergenc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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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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