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에도 원청교섭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원청교섭 투쟁사업장을 잇는 전국 순회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원청 사용자성 입증 절차와 교섭 의제 제한, 교섭창구 단일화 등이 실질적인 원청교섭을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의 시행령·해석지침 폐기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9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투쟁사업장 전국 현장순회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날부터 10월 7일까지 공공기관 간접고용·자회사 노동자와 민간위탁 노동자, 대학 간접고용 노동자 등의 사업장을 돌며 원청교섭을 촉구할 계획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노조는 지난 3월 10일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뒤 반년이 넘었지만 원청교섭이 교섭 절차와 의제 선정 단계에서 막히면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위원회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더라도 판정문 송달 등을 이유로 교섭이 지연되고, 실제 교섭이 시작된 뒤에는 원청이 노동위원회에서 인정된 일부 의제만 다룰 수 있다며 임금과 고용안정 등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원청이 임금과 인력, 작업 방식, 안전과 업무환경 등 노동조건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교섭을 요구하면 책임을 회피하고 절차를 핑계 삼아 시간 끌기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동자가 교섭에 앞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며 “원청이 결정권을 행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교섭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교섭 의제 제한을 문제로 들었다. 정윤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 부분회장은 연세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에서 원청교섭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대학이 휴게시설만 교섭 의제로 삼으려 한다고 밝혔다. 정 부분회장은 폭염 속 냉난방 가동과 샤워실, 주차유도 노동자의 그늘막, 휴게시간 등 노동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폭염대책을 원청과 얘기해야 하는데, 우선 파라솔이나 부스, 샤워실 증설은 휴게시설에 해당하는지 그것부터 따져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이후에도 실질적인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용자성이 인정됐지만 공단이 교섭 의제를 제한하고 교섭시간 문제를 하청업체에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가 도급계약 산출내역과 임금·노동조건 산정 근거를 요구했지만 관련 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판정문 속에서는 사용자인데, 교섭장에서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사용자성 인정이 노동현장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노동부가 판정 이후 실제 교섭이 작동하도록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사용자성 인정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임금과 복지, 노동조건을 실제로 바꾸는 교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은 원청교섭과 함께 원·하청 계약 구조를 문제로 제기했다. 엄흥택 한국공항지부장은 공사가 자회사 계약에 적용하는 낙찰률 때문에 노동자 임금과 처우 개선에 쓰일 재원이 줄고, 자회사 이윤도 경영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공항공사가 원청교섭에 참여하는 한편 낙찰률과 이윤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조건·노사관계·안전을 경영평가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순회투쟁을 통해 사업장별 원청교섭 문제를 공동 요구로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원청의 책임을 제한한다고 보는 시행령과 해석지침을 폐기·개정하고, 원청교섭 과정에서 노조 활동과 자율적인 교섭 의제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10월 24일 총궐기까지 원청교섭을 핵심 요구로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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