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가격은 왜 여성의 부담이 되는가

출처: Alex Shuper, Unsplash+

생활필수품 생리대가 요구하는 추가 비용

한국에서 살아온 여성이라면 생리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느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 “한국보다 싸서 해외 제품을 쓴다”는 말은 낯설지 않다.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가격은 기본 담뱃값인 4,500원보다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생리대를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여성은 생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보다 더 많은 생활비를 지출하게 된다.

이 부담은 특히 빈곤층 여성과 여성 청소년에게 생계를 위협하는 비용으로 작용한다. 2016년 한 여성 청소년이 생리대 가격 부담 때문에 ‘깔창 생리대’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리 빈곤’이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다. 생리 빈곤은 여성과 여성 청소년의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는 문제로, 필수품의 높은 가격이 개인의 생존 자원을 잠식하는 현상이다. 생리대에 과도한 비용이 부과되면서 여성은 구조적으로 빈곤에 더 쉽게 노출된다. 이는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젠더 권력 구조와 맞닿아 있다.

젠더 권력과 가격 결정 구조

생리대 가격 문제는 흔히 국내 생리대 업체의 독과점 구조로 설명된다. 이 설명은 일정 부분 타당하지만, 높은 가격을 기업의 독점 문제로만 환원하기는 어렵다. 기업 경쟁과 시장 구조 자체가 가부장적 자본주의 속에서 형성됐고, 그 과정에서 젠더 불평등이 고착됐다. 이러한 불평등은 젠더 권력에서 비롯된다.

사회적 젠더 규범은 지배 구조를 형성하고, 이는 경제 구조에도 반영된다. 여성과 남성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은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낳았고, ‘여성적’·‘남성적’이라는 성 고정 관념은 역할 분담을 정상적인 질서로 만들었다. 여성은 ‘부드러움’이라는 이름으로 돌봄 노동에, 남성은 ‘경쟁적이고 지배적’이라는 이미지로 기업 경영과 관리에 배치됐다. 그 결과 기업 경쟁 사회에서는 남성이 의사결정의 중심을 차지했고, 여성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생리대 가격 역시 단순한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젠더 권력에 의해 형성됐다. 다시 말해, 생리대 가격은 기업의 독점 문제를 넘어 어떤 필요가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결정하는 권력 구조의 산물이다.

여성 리더십 확대의 의미

여성 리더의 확대가 곧바로 생리대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이 배제돼 왔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 생리대의 가격과 품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제 사용자이자 당사자인 여성의 경험과 의견은 오랫동안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생리는 공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취급돼 왔다.

주요 의사결정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회에서 여성의 신체와 경험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밀려났다. 생리대는 생활필수품임에도 공공재로 인식되지 못했고, 자본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가격이 매겨졌다. 이는 기업의 독점 문제를 넘어, 무엇을 필수로 인정할지 결정하는 자리에서 여성이 배제된 결과다.

따라서 생리대 가격을 논의할 때 여성의 사회 참여와 리더십 확대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여성의 신체 경험이 공적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생리대를 개인의 소비재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필수재로 인식하는 전환과 맞닿아 있다. 생리대 가격을 묻는 일은 결국 이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다시 살펴보는 일이다.

덧붙이는 말

정성결은 대학생이다.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자본과 젠더 의제를 중심으로 일상과 사회 구조를 연결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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