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 소모적 경쟁, 그리고 국가 계획

신년 전야 연설이 방송되는 동안중국 공산당 지도자 시진핑은 핵심 부문에서 이룬 중국의 성과를 치켜세웠다그가 연설하는 동안 화면에는 쿵푸를 선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새로운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이어서 등장했다그는 또한 오는 3월 열릴 입법 회기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은 전면적으로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제 막 종료된 제14차 계획(2021~2025)은 이른바 쌍순환’ 전략즉 국내 순환과 대외 순환을 결합한 전략에 집중했다이는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고국내 경제에 대한 투자특히 기술 자립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목표였다새로운 계획 역시 기술적 독립을 향한 이 노선을 이어가지만이번에는 인공지능을 산업 공정소비재보건의료교육디지털 정부 전반에 확산시키는 방식을 통해 추진한다정부의 구상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인공지능은 전기나 인터넷만큼 보편화될 것이며그 결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중국이 지능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지도부는 주요 서방 경제권보다 인공지능의 성공에 훨씬 더 강하게 헌신하고 있는 듯 보인다서방에서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발견생산성 향상수익성 증대에 실제로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나에게 이 차이는 분명하다중국에는 기술 목표를 달성해 경제 전반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이 존재하는 반면주요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인공지능에 관한 모든 기대가 민간 소유의 초대형 AI 기업들과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거대 기술·미디어 기업들에 집중되어 있다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적 성과가 아니라 수익성이다.

중국은 2026년에 말의 해에 들어서며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시작하는데이는 이전 계획에서 설정한 목표 대부분을 이미 달성한 상태에서 출발한다중국은 2025년에 실질 GDP 성장률 5%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연간 성장률이 더 이상 두 자릿수는 아니지만여전히 미국 경제보다 두 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미국은 2025년에 기껏해야 2.5% 성장을 기록했으며나머지 G7 국가들은 1%를 넘는 성장조차 버거워했다.

중국의 성과에 대해 자주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온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이전 국가 계획에서 설정한 250개 목표 가운데 86%가 달성되었거나 목표를 초과했다측정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중국의 GDP는 이미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현재의 성장 속도가 유지된다면 이번 새로운 5개년 계획이 끝날 무렵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GDP(PPP 기준)는 미국을 앞섰지만경제적 힘은 여전히 더 낮을 수 있다GDP를 기준으로 한 중국의 상대적 경제력 지표(미국 GDP 대비 비율), 19812024
이 그래프는 PPP 기준으로는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섰지만시장 환율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상대적 경제력은 여전히 미국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점을 시계열로 보여준다.

중국을 비판하는 서방의 논자들은 명목 GDP 성장률즉 물가 상승을 포함한 성장률을 비교하면 미국의 2025년 명목 GDP가 5% 증가해 중국의 명목 성장률과 같았다고 말한다이들은 이를 근거로 중국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투자 성장을 떨어뜨리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서방의 주류 경제학자들 다수는 적당한’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좋다고 주장한다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대하며 소비를 미루고 저축을 늘리게 되고그 결과 경제 성장이 둔화한다는 논리다.

물론 초인플레이션이나 가속적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나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그러나 자본주의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여지를 제공하는 적당하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이 논리는 중국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미국유럽그리고 이제는 일본까지 평균적인 가계는 필수재 가격이 끝없이 오르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반면중국에서는 가격이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왜 물가가 오르지 않는가그 이유는 흔히 소모적 경쟁’(involution)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베테랑 중국 관찰자인 미국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는 중국의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소모적 경쟁즉 중국어로 네이쥐안(内卷)’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이는 여러 핵심 산업에서 무질서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쟁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차량태양광 패널배터리 등의 생산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너무 치열해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주류 경제학에서는 언제나 경쟁이 좋은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로치와 다른 서방 관찰자들심지어 좌파 진영 일부에 따르면 소비자 수요가 충분히 늘지 않는 한 중국 경제는 일본과 유사한 저물가·부채 확대의 수렁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일본처럼 중국의 부채 증가도 장기적인 대차대조표 불황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이른바 일본화의 유령이 등장한다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연구에서 경제학자 스콧 데이비스(Scott Davis)와 브렌던 켈리(Brendan Kelly)는 중국에서 좀비 대출의 증거가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이는 은행들이 손실을 인정하는 대신 수익성이 없는 기업들에게 부실 대출을 연장해 주며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이들은 중국의 현재 경험은 1980~1990년대 일본과 유사하다국내 저축에 힘입은 민간 부채의 급속한 증가는 이후 좀비 대출의 출현으로 이어졌다일본에서는 이 좀비 대출이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과 생산성 저하를 낳았고특히 해외 경쟁으로부터 보호된 부문에서 그 문제가 두드러졌다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도 일본화’ 위험을 거론하며필요하다면 중국이 생존 가능성이 없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한다그는 이 문제를 정리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계속 권고해 왔다우리는 이런 기업들을 좀비 기업이라고 부른다좀비들을 사라지게 하라고 말했다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IMF와 서방 정부들이 은행을 구제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오늘날까지 간신히 연명하는 수익성 없는 좀비 기업들을 떠받쳤던 점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정책 제안이다서방 자본주의 경제에는 한 가지 기준을 적용하고중국에는 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셈이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는 심각했다그러나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해 주거비가 더 감당 가능한 수준이 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여기서 필요한 해법은 민간 개발 확대가 아니라 공공주택의 확충이다중국의 부채 레버리지 비율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이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부채의 대부분이 지방정부 부문에 집중되어 있어 중앙정부가 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중국은 국유 은행 체제국유 기업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갖추고 있어 손실을 흡수할 여력도 충분하다.

그리고 중국은 일본처럼 침체에 빠져 있지 않다생산성 증가를 보자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었지만여전히 미국보다 네 배 이상 높고 일본보다 여섯 배 이상 높다중국은 왜 대공황이나 팬데믹 같은 위기 속에서도 침체를 피할 수 있었을까왜 브라질이나 심지어 인도 같은 다른 대규모 신흥’ 경제들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한 반면중국은 이처럼 거대한 경제 규모에서도 전례 없는 성장 속도를 유지해 왔을까.

그 이유는 중국이 소비재와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 큰 자본주의 부문을 갖고 있으면서도금융과 핵심 제조업·산업 부문을 포괄하는 주요 경제권 가운데 최대 규모의 국가 부문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에는 국가 계획이 존재하며이는 국유 기업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도 어디에 투자하고 무엇을 생산할지를 안내하고 조정한다민간 부문에서 침체가 발생하면 국유 부문의 투자와 생산 확대가 이를 보완한다이윤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표가 우선한다중국 국가는 전체 기업 자본의 과반수약 55%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소유 구조, 19782020>
2020년 기준으로중국 국가는(모든 행정 수준의 정부를 포함해중국 기업 전체 자본의 약 55%를 보유하고 있었다여기에는 상장·비상장 기업모든 규모와 모든 산업 부문이 포함된다이에 비해 중국 가계가 보유한 자본 비중은 33%,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12%였다외국 자본의 비중은 2000년 이후 감소한 반면중국 가계가 보유한 자본 비중은 증가했다중국 국가가 보유한 자본 비중은 약 55% 수준에서 안정화되었다.

그러나 서방 주류 경제학의 주장은일부 마르크스주의 좌파의 반복까지 더해지며여전히 이어지고 있다중국은 높은 투자 전략을 끝내고 수출 확대를 줄이며서방 주요 경제권들이 해 온 것처럼 내수 소비 진작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IMF의 대표적인 중국 담당’ 경제학자인 소날리 제인-찬드라(Sonali Jain-Chandra)는 핵심 과제로 수요를 소비 중심으로 재균형하기 위한 개혁을 가속하고서비스 부문을 더 개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제시한다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경제 발전은 눈부셨지만”, “소비보다는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 주도 전략이 서방 주요 경제권에서 과연 잘 작동했는가더구나 중국 경제가 가계 소비를 희생시키며 성장해 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GDP 대비 소비 비중이 낮다고 해서 소비 증가율이 낮다는 뜻은 아니다중국의 소비 증가율은 소비 주도형 서방 경제들보다 훨씬 빠르다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중국은 2006년까지는 수출 주도 모델을 운영했을 수 있지만그 이후에는 국내 판매가 급증해 중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그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산 제조품에 대한 중국 내 소비는 거의 20년 동안 중국의 생산 증가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다생산물을 흡수하지 못하기는커녕중국 국내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소비는 중국 제조업 생산 증가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 이것이 바로 과잉 생산이나 소모적 경쟁’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중국의 민간 소비 증가는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빨랐는데이는 더 빠른 투자 증가가 이끈 더 빠른 경제 성장 덕분이다나는 이전 글들에서도 반복해서 말해 왔다주류 경제학이 생각하듯 소비가 투자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소비를 이끈다.

물론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는 1조 달러에 이를 만큼 크다그러나 중국은 서비스 무역에서는 약 1천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GDP 대비 전체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일본이나 독일과 마찬가지로 약 4~5% 수준에 불과하다중국이 팔기만 하고 사지는 않으려는 중상주의적 집착을 갖고 있다는 비난과 달리중국은 16년 연속 세계 2위의 수입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은 올해 1조 달러를 훨씬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무역수지(최근 12개월 누적, 10억 달러 단위)
이 그래프는 중국의 무역수지가 2021년 이후 급격히 확대되었으며, 2025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1조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서방 주요 경제권이 직면한 진짜 문제는중국이 첨단 산업 부문에서 점점 더 이들을 압도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이 그래프는 미국·유럽·일본의 반도체 생산 비중이 장기적으로 하락하고한국·대만·중국의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2030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았지만생산성 수준 자체는 여전히 미국과 주요 자본주의 경제권보다 뒤처져 있다.

<노동생산성의 연평균 증가율(%)>
이 그래프는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모든 시기에서 미국과 일본을 압도적으로 상회했으며최근 들어 둔화했음에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러니는 서방의 주류 경제학자들이 한편으로는 중국 경제가 거의 기어가듯 둔화되고 있으며 일본식 침체로 향하고 있고심지어 부채에 의해 떠받쳐진 붕괴로 빠질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말한다는 점이다그런데 동시에 이들은 중국에 과잉’ 생산 능력이 있고 소모적 경쟁을 겪고 있으며그 결과 가격이 하락하고 값싼 상품이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와 주요 경제권들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그래서 중국은 제조업에 대한 고투자 정책을 되돌리고 소비 주도형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그러나 만약 중국이 침체나 붕괴로 향하고 있다면그렇다면 서방의 경제 모델이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 아닌가.

[출처] China: AI, involution and the national plan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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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경제성장 AI 노동생산성 소비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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