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떤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지를 두고 매우 부정확한 논평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그 문제를 잘 알고 있어야 할 사람들조차도 그렇다. 흔히 제시되는 단순한 설명은 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패자라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석유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대체로 에너지를 자급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천연가스 순수출국이기 때문에 비교적 상황이 낫다고 여겨진다.
미국이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사실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점만 강조하면 실제 영향을 중요한 방식으로 왜곡하게 된다.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가장 단순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이를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거대한 세금으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 전에는 갤런당 2.80달러를 지불하던 사람들이 지금 주유소에서 3.50달러를 지불한다면,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정부가 갤런당 70센트의 휘발유세를 새로 부과한 것과 다르지 않다. 가정용 난방유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도 같은 원리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가격 상승은 단순히 큰 세금 인상을 당한 것과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세금처럼 그 돈이 정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석유와 가스 산업, 즉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후원자들에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미국처럼 석유와 가스를 대체로 자급하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지불한 돈을 다시 소비자에게 환급해 줄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석유와 가스 산업에 횡재이익세 같은 대규모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산업은 정치적으로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석유와 가스 기업 주식을 많이 보유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유가의 영향은 단순하다. 주유소에서 지불하는 돈이 늘어나고, 집 난방비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 돈을 받는 사람이 휴스턴에 살든 사우디아라비아에 살든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이 관점에서 보면, 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이 국가별로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그 나라가 소득에 비해 이러한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소비하느냐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상황이 특별히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GDP 단위당 석유 소비량은 부유한 국가들 가운데서 대체로 중간 수준이다. 미국은 스페인과 일본보다 달러당 석유를 약간 덜 사용하고, 캐나다보다는 훨씬 적게 사용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보다 GDP 1달러당 석유를 두 배 이상 더 사용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GDP 단위당 석유 사용량이 미국보다 더 적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미국보다 다소 적게 사용하고, 프랑스는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영국은 미국의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다. 중국과 인도는 GDP 단위당 석유 사용량이 미국보다 상당히 많으며, 인도는 두 배 이상을 사용한다.
천연가스의 경우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천연가스는 해외로 운송하는 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국내 생산 여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보다 두 배에서 네 배까지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중동에서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줄어들면 유럽과 아시아는 큰 타격을 받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GDP 단위당 천연가스 사용량이 미국보다 훨씬 적다. 이탈리아는 약 4분의 1 정도 적게 사용하고, 독일·스페인·영국은 미국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프랑스는 미국의 약 3분의 1 정도만 사용한다.
동아시아를 보면 일본은 GDP 단위당 천연가스를 약 30% 덜 사용하고, 한국은 약 20% 더 사용한다. 중국은 약 25% 덜 사용하며, 인도는 미국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중동에서 석유와 가스 공급이 끊어질 경우 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지를 보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특히 한국은 석유 가격과 가스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유럽 국가 소비자들은 석유 가격 상승의 영향은 대체로 미국 소비자들보다 덜 받을 것이다. 그러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 밖에서 훨씬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막대한 국내 생산 덕분에 그 충격이 상당 부분 완화되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석유 공급이 차단되면 세계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이 가해지며, 그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핵심은 이 점이다. 미국의 막대한 천연가스 생산은 유럽과 동아시아가 겪는 충격으로부터 미국을 어느 정도 보호해 주지만, 미국의 석유 생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유소에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 주지는 못한다.
[출처] The Winning and Losing Countries from High Oil Prices: It’s Not Just Who Has the Oil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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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