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삶 증후군"은 2017년 사라 오코너(Sarah O’Connor)가 영국 해변 휴양지인 블랙풀(Blackpool)의 우울증을 다룬 파이낸셜 타임스(FT) 보고서에서 다루며 알려진 민간 진단이다. 이 보고서는 여러 저명한 저널리즘 상을 받았다. 이 용어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의사들 사이에서 사용된다.
정신적 또는 신체적 건강 문제는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문제들이 얽혀 있어 그 원인이 복잡하다. 환자당 10~15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 의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 경제와 건강 사이의 관계는 모호하고 복잡하며 정치적으로 얽혀 있어 무시하면 안된다.
지난주 팟캐스트에서 카메론 아바디(Cameron Abadi)와 나는 영국 선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연히 토리당(Tory Party, 영국의 보수당)의 퇴진을 기뻐할 수밖에 없었지만, 카메론은 나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키어 스타머(Keir Starmer)는 마크롱(Emmanuel Macron)과 같은 중도주의자인가? 스타머는 영국판 숄츠(Olaf Scholz)인가?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히 '아니오'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 영국과 유럽의 정치가 비슷했던 적은 없었다. 정치 전통과 선거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는 차이의 정도는 의미심장하다.
노동당과 그 정부는 영국의 독특한 국가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영국은 유럽 이웃 국가들과 점점 더 뚜렷이 구분되고 있으며, 다른 표현으로 설명된다. 스타머의 정부는 내가 이전 뉴스레터에서 영국의 '분열적 사회'라고 불렀던 현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그들은 ‘최악의 삶 증후군’의 불쾌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이에 대한 고립적이고 '차단된'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경제적 격차를 최신 자료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유니크레딧(Unicredit) 연구 부서에서 작성한 영국의 비참한 경제 성과에 대한 자료를 참고했다. 시간당 달러 기준으로 영국의 노동 생산성은 G7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이탈리아와 근접한 수준이다.
만성적인 투자 부족이 이러한 비참한 실적의 주요 요인이다.
그 결과 영국 인구의 상당수가 역사상 전례 없는 주간 실질 소득 정체를 겪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이 컸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2008년 노동당 집권 당시 런던시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토리당의 정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토리 통치의 비참한 말년 이후, 영국 인구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 사람들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OECD의 기록은 놀랍지 않다. 이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낮은 수치다.
현재 선거에서 한 가지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변화에 대한 열망이다. 이는 More in Common과 UCL 정책 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분명한 결과 중 하나다.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모든 유형의 영국 유권자들은 새로운 출발을 원했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간선제에서는 프랑스에서 볼 수 있었던 대중전선 같은 조직이 없는 한, 유권자들이 스스로 조직하여 현직 정당을 쫓아내는 것이 유권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성공적으로 해낸 일이자, 노동당이 그토록 적은 득표율로 의회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스타머가 당을 재편하면서 전술적 전환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 토리표의 일관성과 보수당 내부의 분열이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스타머 정부의 상황은 프랑스의 복잡한 상황이나 숄츠의 3당 연립정부와도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그 차이는 그보다 더 깊다. 사회민주주의 연금 수급자들의 정당인 숄츠의 사민당과는 달리 영국의 반 토리 표심은 젊은 층과 중장년층이 주를 이룬다. 이는 마치 사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 일부가 합쳐진 것과 비슷하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노동당, 녹색당, 자유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용이나 다른 사회학적 지표로 측정했을 때, 영국의 노동당 연합은 프랑스와 비교하여 계급적 편향성이 훨씬 적다. 2024년 영국 선거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나타난 계급적 정렬의 역전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즉,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강하게 우파와 극우 정당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연합은 훨씬 광범위하고, 산업 노동자는 영국 인구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지만, 스타머는 자신의 아버지가 숙련된 육체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토리당의 관행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스타머 내각은 다양한 계층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국공립학교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
More in Common과 UCL의 데이터는 스타머 연합을 더 깊이 분석하고, 영국의 점점 더 독특해지고 있는 정치 문화를 잘 보여준다. 스타머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애국심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코빈이나 독일의 숄츠와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스타머의 "작은 영국(Little Britain)" 비전은 그가 원하던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
2024년 선거에서 More in Common/UCL의 데이터에 따르면 '충성스러운 민족주의자'가 노동당 유권자 중 가장 큰 단일 그룹으로 나타났다. 이 그룹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충성스러운 민족주의자들 : 영국이 직면한 위협과 자신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불안해하는 집단이다. 그들은 자랑스럽고, 애국심이 강하고, 보호적이고, 위협을 느끼고, 불만을 품고 있으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차이에 좌절하고 있다.“
스타머와 그의 정당은 어떻게 통치할까? 이 시점에서 영국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진보적 현실주의 외교 정책? 기후? 유럽? 경제 성장? 기술적 역동성? 그런 건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 보건 서비스(NHS) 대기 시간을 줄이고, 생활비를 줄이며, 이민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 영국 사회와 주요 공공 기관이 겪은 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내향적이고 국가 중심적인 선입견의 집합이다. 한때 마크롱에게 몰표를 던졌던 '개혁' 연합이나 독일의 사회적 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숄츠의 노년층과 달리, 영국 유권자들은 복원을 원한다. 어느 정도 품위 있게 통치하고 영국인의 삶을 덜 고달프게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듯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주요 이슈임을 알리는 팔레스타인 깃발이 걸려 있는 등 영국에는 다양한 우려를 가진 선거구가 있다. 그러나 스타머는 이 놀라운 대중 운동에 대응하기보다는 이스라엘과의 연대를 코빈(Jeremy Corbyn) 시대의 노동당 좌파에 대항하는 무기로 삼았다. 노동당이 배제된 여러 선거구에서 코빈을 포함한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전국적으로 무슬림 인구가 많은 선거구에서는 노동당 득표율이 뚜렷하게 하락했다.
스타머 지지자들의 개인적 정치 성향이 시오니스트(Zionist)이든 아니든, 반유대주의 비방에 알레르기가 있고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이민을 제한하려는 '애국주의 중심'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당 지도부는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럽 문제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국민투표 당시 노동당의 핵심 유권자인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EU) 잔류를 지지했다. 그러나 노동당 지도부는 브렉시트 문제를 다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노동당은 토리당보다 더 품위 있고 유능한 정부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캠과 내가 팟캐스트에서 논의한 것처럼, 노동당의 경제 정책에는 스스로 부과한 한계가 있다.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는 새 정부가 국가적 선입견에 집중하고 이를 보수적이고 애국적인 틀 안에 설정하는 것이었다. 비록 토리당이 무너졌고 스타머 등이 그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지만, 그들의 접근 방식은 영국의 현재 위기를 왜곡했다. 스타머의 노동당 재구성은 토리당의 정의를 뒤집기보다는, 8년 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설정된 영국 정치의 틀을 강화하는 것이다. 선거 기반이 좁고 이질적일지라도, 그의 전술적 승리는 보수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팟캐스트] 카메론 아바디(Cameron Abadi)와 애덤 투스의 대화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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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