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사람들이 우리 행성에서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파괴적인 영향을 받아들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수년 전부터 과학적 증거가 존재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화석 연료 사용 증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그리고 재난적 기후 사건들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데 주저했다.
이러한 주저함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원인과 결과 사이의 시간적, 지리적 괴리다. 그리고 여기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고통을 야기하는 또 다른 치명적인 인간 활동과 명확한 유사점이 나타난다. 바로 불법 마약의 생산, 밀매, 그리고 소비다. 유엔 세계 마약 보고서에서 지적한 몇 가지 우려스러운 “하이라이트”는 다음과 같다.
코카인 생산량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생산 증가와 함께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서의 소비 및 시장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합성 마약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중동 및 그 인접 지역, 동남부 유럽에서 메탐페타민 밀매가 증가하고 있고, 북아메리카에서는 펜타닐 과다복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당국의 아편 금지 조치는 농민들의 생계와 소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 가능한 인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조직범죄 집단이 “불안정성과 법치의 공백을 이용하여” 마약 밀매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취약한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신매매와 같은 다른 형태의 조직범죄를 영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카인과 같은 마약의 생산 과정 전반에서 사회적 피해뿐만 아니라 환경적 피해도 발생한다. 기후 변화와 마약 문제 사이의 상호 연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토지 이용 방식의 변화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 코카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토지 이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남미에서는 코카 재배를 위해 광범위한 산림이 파괴되고 있으며, 코카잎을 코카인으로 정제하는 과정에서는 유독한 화학물질이 사용되어 토양과 인근 수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깨끗한 물과 비옥한 토지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들면서, 생계를 위한 농업이 불가능해지고 삶의 기반이 무너진다.
이러한 상황이 반전되지 않는 한, 이 지역 공동체들은 더 이상 농경지를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도, 생존을 위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도 없다. 그리고 매년, 이들 중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불법 마약 사용으로 인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명단에 추가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약물 사용 장애를 가진 사람들 (1990-2021)
나는 내 경력의 대부분을 마약 공급과 소비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인간적 비용을 연구하는 데 바쳐왔다. 그리고 나는 이제 우리가 세계 마약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자연적이든 (그리고 점점 더) 합성적이든 마약이 각국의 법적·정치적 기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체 공동체를 황폐화하며, 수백만 명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증거를 이미 수년간 목격해 왔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기후 변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왜 우리는 마약 사용이 인류에게 가하는 실존적 위협을 인식하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사용자와 생산자 사이의 단절
수십 년 동안 마약 문제는 주로 서구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으며,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에서의 마약 소비가 핵심적인 논점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부분적으로 1971년 6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남용을 “국민의 적 1호”라고 선언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서구 중심적 접근은 큰 대가를 치르게 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의 마약 사용과 관련 문제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가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마약과 그로 인한 파괴가 서구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현실을 점점 더 분명하게 목격하고 있다.
불법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 (2021)
불법 마약 사용은 지난 10년 동안 20% 증가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만 인구 증가에 기인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명이 정기적으로 불법 마약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장 많이 소비되는 세 가지 마약은 대마초(2억 2,800만 명), 오피오이드(6천만 명), 코카인(2,300만 명)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마약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사용 패턴이 더욱 복잡해졌으며, 여러 종류의 마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의 마약 시장에서 흔한 특징이 되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인구 81명 중 1명(6,400만 명)이 마약 사용 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는 2018년과 비교해 3% 증가한 수치다.
마약 사용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질병 부담은 여전히 오피오이드에서 발생하며, 2019년 이후 다른 마약들과는 달리 오피오이드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 왔듯이, 마약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마약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에 대한, 그리고 전 세계 마약 공급망 전반에서 초래되는 참혹한 피해에 대한 인식이 단절된 상태다.
예를 들어, 코카인 생산은 모든 단계에서 폭력과 착취와 연결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코카인 수요 증가에 따라, 농민들과 비자발적 마약 밀매업자들에게 가해지는 살해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 물질별 (2000-2021)
조직범죄 집단은 단순히 마약을 공급하고 유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성매매나 현대판 노예제와 같은 형태로 인신매매도 일삼는다. 이는 마약 밀매에 필요한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인간을 국경과 대륙을 넘겨 운송하는 데도 동일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코카인 사용자들은—자발적이든 아니든—이 마약이 자신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영국 국가범죄청(National Crime Agency)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수요 감소는 불법 마약 공급을 줄이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많은 사람들은 마약의 오락적 사용을 피해자가 없는 범죄로 여긴다. 그러나 서구 시장을 위한 불법 마약 생산은 원산지 국가에서 엄청난 폭력과 취약 계층 및 원주민 착취, 그리고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
코카인과 같은 마약 생산이 초래하는 고통의 일부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하지만, 종종 영화나 TV 속에서 마약 갱단이 미화되면서 그 실상이 가려진다. 사람들이 마약의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고 해도, 보통 우리 주변의 지역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문제들—예를 들어, 거리에서 노숙하며 착취당하는 헤로인 중독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마약이 우리 거리까지 도달하기 전에도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있었다.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헤로인의 밀매 경로를 추적해 보면, 마약 공급이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공동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아프가니스탄의 농민들, 국경 통과를 위해 뇌물을 받는 관리들, 최종적으로 마약을 투약하거나 흡연하는 사용자들, 이들 모두가 전 세계적인 공급망의 일부다.
유럽에서 소비되는 헤로인의 상당 부분은 아프가니스탄의 소규모 아편 재배 농장에서 생산되며, 이후 이를 가공하여 마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 농민들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재배를 하는 것이며, 이들이 자신의 수확물로 큰 부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아편을 헤로인으로 전환하고 유통하는 밀매 조직들이다.
그러나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권력을 되찾은 이후, 이러한 농민들의 생계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다.
탈레반은 이념적으로 아편 생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 집권 직후, 탈레반 지도부는 농민들에게 아편 재배를 금지하는 칙령을 발표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금지 조치를 무시한 농민들의 농작물을 직접 파괴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상당량의 헤로인 비축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현재까지는 유럽 및 영국으로의 헤로인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니타젠(nitazenes) 및 기타 신종 합성 오피오이드와 같은 더욱 치명적인 대체 물질의 등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압수 기록을 기반으로 한 헤로인 밀매 경로 (2019-2022)
어떤 경우든, 헤로인을 밀매하는 마약 갱단이 아편 생산 농민들의 복지를 고려할 리는 없다. 불법 마약의 공급 상황이 변화할 때마다 이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기민하게 대체 물질을 공급하는 능력을 보여왔다.
조직범죄 갱단에 대한 정보 수집은 어렵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일이지만, 유럽연합 마약국(European Union Drugs Agency, EUDA)은 이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몇 가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여전히 헤로인의 주요 유통 거점으로 남아 있으며, 여러 네덜란드 범죄 조직이 아프가니스탄산 헤로인의 수입과 유통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집단들도 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EUDA의 정보에 따르면, 쿠르드 출신 조직범죄 네트워크가 도매 공급의 핵심을 담당하며, 공급망의 여러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고도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공급 경로를 따라 합법적인 사업체를 설립해 불법 활동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특히 유럽 내 주요 중심지를 따라 발칸 경로(Balkan Route)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이 지역에 조직적인 유통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헤로인 배송의 중간 및 최종 수령자 (2019-2022)
이러한 조직범죄 갱단과 달리 정부와 법 집행 당국은 새롭게 등장하는 위협에 느리게 대응하며, 갱단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유연성과 기발한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한 듯하다.
마약 탐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직범죄는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COVID-19 팬데믹을 활용해 마약 밀매 조직은 남미에서 중국과 홍콩으로 코카인을 밀반입하면서 대량의 마약을 숨기기 위해 외과용 마스크 배송을 이용했다.
한편, 서방의 코카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조직범죄 갱단은 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는 코카인 사용의 지표가 되는 마약 압수량 증가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형 변화는 소비 패턴에도 반영되어, 아시아에서는 합성 자극제인 메스암페타민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해당 지역에서 기록적인 마약 압수량으로 이어졌다.
주요 메스암페타민 밀매 경로 (2019-2022)
조직범죄 갱단에게 합성 마약의 생산과 공급은 여러 면에서 훨씬 더 용이하다. 헤로인이나 코카인처럼 농업 생산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지역에서 직접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통 물류가 단순해지고, 효과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거리가 줄어든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에 따르면, 조직범죄 집단들은 법 집행과 국가 통치의 공백을 이용하여 대량의 마약을 밀매하고, 해당 지역에서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든 사회가 불안정해지면, 이를 이용해 마약 중독으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세력이 등장한다. 시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은 일부 사람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다.
시리아와 러시아: 새로운 마약 시장의 중심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마약이 극심한 혼란 속에서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이를 이용해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정권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캡타곤(Captagon)'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캡타곤은 1960년대 독일에서 처음 개발된 자극제로, 주의력결핍장애(ADHD), 기면증, 기타 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허기를 잊게 하고, 잠을 줄여주는 특성 때문에 군사적 용도로 적합했으며, 특히 식량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지하드의 마약"이라는 별칭이 붙었으며, 이슬람 전투원들이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 내전이 지속되면서, 국가와 지도층이 점점 더 고립되고 경제가 붕괴하자, 캡타곤 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되었다. 이는 마약 생산이 법과 질서의 붕괴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 법과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에 마약 시장이 성장한 사례다.
서방에 의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주변국들과 역사적으로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온 시리아 정권은 캡타곤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바샤르 알 아사드의 동생인 마헤르 알 아사드(Maher al-Assad)가 주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가운데, 아사드 정권은 캡타곤의 세계 최대 생산 및 유통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를 단순한 마약 거래가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아랍 세계로 다시 편입되려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캡타곤은 또한 아사드 정권에 절실히 필요한 수익을 제공했다.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해 국가의 수익 창출 능력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캡타곤은 시리아 경제에 연간 57억 달러(약 7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에서 유입된 캡타곤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였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기 전까지, 시리아의 최고위 지도부가 캡타곤의 공급과 유통을 직접 통제했으며, 이로 인해 시리아는 "세계 최대 마약 국가"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아사드 정권은 캡타곤을 대체재로 자리 잡게 하여, 알코올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격 경쟁력이 있는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했다. 또한 자국민을 착취하여 마약 제조 및 유통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개인과 기업이 캡타곤 생산과 거래에 가담하도록 장려했다.
그러나 아사드가 실각하고 급히 러시아로 도피하면서, 반군 세력들이 캡타곤과 기타 마약 제조 원료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반군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ayat Tahrir al-Sham, HTS)의 한 전투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밀수될 예정이었던 캡타곤 알약이 가득 든 대량의 포장된 장비들을 발견했다. 그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제 이러한 변화가 시리아 지역 내 마약 생산 및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유엔 세계 마약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의 마약 밀매가 빠르게 확장되고 정교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앙아시아, 트란스코카서스(Transcaucasia: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동유럽에서 이루어진 마약 거래의 변화에 주목하며, "아프가니스탄산 아편이 지배적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합성 자극제—특히 카티논(cathinones)의 사용이 급증했다. 전 세계적으로 카티논이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은 거의 없다.“
세계 조직범죄 대응 기구(Global Initiative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는 러시아가 개척한 새로운 마약 거래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크넷(Darknet) 마켓"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익명 거래가 급증했다. 마약 구매자는 더 이상 직접적인 대면 거래를 하지 않으며, 온라인으로 주문 후 암호화폐로 결제하고, 지정된 비밀 장소(‘데드 드롭’ 방식)에서 마약을 회수하는 방식이 확산되었다.
러시아에서 데드 드롭(dead drop) 방식의 마약 거래가 급격히 확산된 것은 몇 가지 독특한 국내 요인에 기인한다. 엄격한 마약 단속 정책, 서방과의 긴장된 무역 관계, 그리고 강력한 기술 인프라가 그 배경에 있다. 이러한 조건 덕분에 데드 드롭 모델은 러시아에서 마약 유통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다.
현재 러시아에서 마약 거래는 대면 접촉 없이 이루어진다. 주문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결제는 암호화폐로 이루어지고, 수령은 도시 곳곳에 숨겨진 비밀 장소에서 몇 시간 내에 완료된다. 이 시스템은 편리함과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러시아에서 마약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다. 특히, 합성 마약—그중에서도 합성 카티논류(synthetic cathinones), 예를 들어 메페드론(mefedrone)—이 전통적으로 수입되던 코카인과 헤로인을 제치고 시장을 장악했다. 이러한 강력한 합성 마약은 가격이 저렴하고 제조가 용이하며, 러시아의 광범위한 유통망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마약 유통 방식의 변화가 폭력 수준의 증가와 함께 진행되었음을 지적한다. 여기에는 처벌을 위한 구타 등의 폭력 행위가 포함되며, 동시에 공중보건 위기 또한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러시아에서는 신뢰할 만한 마약 사용 관련 데이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통치 아래 러시아는 마약 의존자를 약하고 가치 없는 존재로 간주하며 동정심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3년 전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우크라이나 내 마약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점차 진보적인 마약 정책을 도입하며, 치료 센터를 설립하고 마약 의존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왔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러한 전략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메타돈(methadone)과 같은 대체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공급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다른 세계적 사각지대는 중국이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마약이 초래하는 문제의 범위나 성격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두 나라 모두 이념적으로 오락적 혹은 문제적 마약 사용에 반대하며,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가가 지원하는 재활 프로그램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 국가의 접근법은 건강 중심 개입보다는 범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약 문제를 범죄로 취급하는 접근법을 건강 중심 접근법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서방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포르투갈은 몇 년 전 이러한 정책 변화를 단행하며, 마약 의존과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처벌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러한 급진적인 정책 변화는 마약 사용자들에 대한 사회적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들은 단순히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후, 출소 후 다시 같은 마약 사용 → 체포 → 수감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원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책 변화의 효과는 분명하다. 마약 관련 사망률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 대비 마약 사용률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가장 시급한 곳은 미국이다.
북아메리카: 오피오이드 위기의 중심지
미국에서는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fentanyl)과 옥시코돈(oxycodone)이 2021년 이후 매년 10만 건 이상의 치명적인 과다복용(overdose) 사망을 초래했다. 비록 최근 들어 이 사망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독과 과다복용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미국 사회 모든 계층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미국 오피오이드 위기를 다룬 감동적인 초상화로 표현된 작품들, 예를 들어 페인킬러(Painkiller)와 돕식(Dopesick)에서 잘 드러난다. 대부분의 사망 원인은 호흡 억제(respiratory depression)로, 이는 호흡이 현저히 느려지거나 완전히 멈추는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펜타닐은 헤로인이나 모르핀보다 50~100배 더 강력한 진통제이다. 과거에는 중국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의 주요 생산 및 공급국이었지만, 현재는 멕시코가 최대 공급원이 되었다. 2024년 12월, 멕시코 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펜타닐 알약 압수”를 발표했으며, 이는 2천만 회분 이상의 펜타닐 알약으로, 총 가치가 거의 4억 달러에 달했다. 해당 알약들은 멕시코의 시날로아(Sinaloa)주에서 발견되었으며, 이곳은 시날로아 카르텔(Sinaloa Cartel)의 본거지이자 펜타닐 생산 중심지이다.
“이게 바로 우리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한 펜타닐 제조자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 정부를 관세로 위협해 미국으로의 펜타닐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약 밀매가 이곳의 핵심 경제 활동이다.”
한편, 미국에서 합성 오피오이드가 확산된 것은 조직범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제약 산업의 의도적인 전략에 따른 결과였다. 1996년, 삭슬러(Sackler) 가문이 소유한 퍼듀 파마(Purdue Pharma)는 처방용 오피오이드 진통제 옥시콘틴(OxyContin, 옥시코돈의 상품명)을 출시하면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해당 약물을 처방하도록 장려하고 보상하는 방식으로 처방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상업적인 관점에서는 성공이었지만,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재앙이었다.
환자들은 옥시콘틴과 같은 약물에 빠르게 내성이 생겼고, 금단 증상을 피하거나 약물이 주는 긍정적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했다. 오피오이드 복용량이 증가할수록 우발적인 과다복용(overdose) 위험도 높아졌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망이 발생했다. 또한, 많은 중독자들이 더 많은 양의 약물을 구하기 위해 암시장과 조직범죄 갱단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미국의 약물 유형별 과다복용 사망률 (1999-2020)
펜타닐과 기타 오피오이드에 대한 의존은 삶의 모든 것을 잠식한다. 이러한 약물을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 사람들은 다음 복용을 위한 충분한 공급을 확보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는다. 여기에는 약물 비용을 마련하는 방법도 포함되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결코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길을 걷게 된다. 예를 들어, 법을 어기거나, 상점을 털거나, 성매매에 연루되는 등 마약을 구매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옥시코틴이나 펜타닐과 같은 합성 오피오이드 사용자들은 계급도, 연령도, 성별도 가리지 않는다. 중독과 그로 인한 사망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마약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캐나다 역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비극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국가가 개입과 치료를 제공하는 데 실패한 점이다. 만약 효과적인 개입이 이루어졌다면 치명적이든 비치명적이든 과다복용 사례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의 영향을 되돌릴 수 있고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약물인 날록손(Naloxone)과 같은 과학적 근거 기반 개입이 이제서야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물론, 오피오이드 사용이 초래한 문제에 직면한 것은 병원과 의료진만이 아니다. 경찰과 소방서 같은 공공 서비스 기관들도 이 위기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에 너무 많은 과다복용 사건이 발생해 모든 공공 서비스 기관이 동원되어야 할 정도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지역 시장들은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응급처치 훈련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문제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마약 문제에 대한 국가와 정치권의 대응 실패는 북미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영국에서도 헤로인과 같은 마약 사용으로 인해 기록적인 숫자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과다복용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문 치료에 대한 예산은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 이제 막 새로 선출된 영국 노동당 정부가 이 끔찍한 마약 관련 사망 증가에 대응할 것인지, 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로 인한 사망률 (2021)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연결하는 공통점은 마약 사용과 처방 진통제 남용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인식이다. 마약 사용과 강한 진통제의 지속적인 복용은 여전히 강한 낙인이 찍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개인의 선택이나 스스로 초래한 문제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약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면, 우리의 선출된 대표들이 이에 대해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러한 사회적 편견이야말로 효과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이미 마약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지식과 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법치의 붕괴
영국의 지난 보수당 정부에서 내무부(Home Office)는 레크리에이션(오락)용으로 코카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영국뿐만 아니라 원료 생산국에서도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가 실제로 영국 내 코카인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다—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카인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어디서 오는지조차 고려하지 않거나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서방 국가에서 코카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코카인 생산이 초래하는 폭력과 고통의 규모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지도 모른다. 라틴아메리카는 코카인 생산 및 공급과 관련된 폭력과 법질서 붕괴로 인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왔다.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을 정도다. 유엔 세계 마약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코카인 공급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그 해에만 2,700톤 이상의 코카인이 생산되었다. 이는 전년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 코카인 밀매 증가의 여파는 특히 에콰도르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멕시코와 발칸반도 출신의 국내외 범죄 조직들이 연루된 치명적인 폭력 사태가 잇따랐다.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에콰도르에서의 코카인 압수량과 살인율은 5배 증가했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의 주요 소비 시장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해안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압수 기록을 기반으로 한 코카인 밀매 경로 (2019-2022)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생산과 마찬가지로,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의 소규모 농부들이 코카인을 만드는 원료인 코카(coca) 식물을 재배한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농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커피 같은 다른 작물보다 코카 재배가 더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선택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더 큰 비용이 그들과 그 사회에 부과된다.
코카인 생산은 필연적으로 폭력을 동반한다. 마약 생산 및 유통망의 상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그들의 거래를 통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뇌물부터 특정 지역 전체가 조직범죄의 지배를 받는 일까지 광범위한 부패가 발생한다.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총기 사용과 폭력이 증가하며, 그 결과 기본적인 사회복지 및 보건 서비스조차 붕괴된다. 따라서 코카 농부들이 단기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삶의 다른 모든 측면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지역 및 국가의 제도는 마약 거래와 이를 장악한 세력에 의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완전한 법과 질서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법치를 왜곡한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갱단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살인율 또한 급증했다. 이러한 영향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도 걸쳐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마약 연구와 정책에서 여성의 역할은 역사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왔으나, 유엔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이 변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여성들이 경제 활동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면서, 마약 문제에서도 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식물 기반 마약 생산이 중단되면, 양귀비나 코카 재배에 종사하는 농촌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엔은 또한 청년층이 마약 거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마약 경제를 해체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은 단순히 작물 대체나 불법 소득을 줄이는 것을 넘어, 빈곤, 저개발, 불안정과 같은 불법 작물 재배의 근본적인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또한, 합성 마약 사용 위험이 높은 젊은 층이 마약 조직에 끌려들어가는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편, 유럽에서 코카인 관련 문제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수요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코카인 치료 프로그램에 등록한 환자가 80% 증가했으며, 이는 코카인 소비자 증가와 함께 마약의 순도가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코카인 사용 장애로 인한 사망률 (2021)
변화는 가능하다
끝없는 절망과 희망 없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일부 지역 차원의 이니셔티브와 몇몇 국가적 정책들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임상의이자 과학자로서 일하면서, 사람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보여주는 놀라운 창의성과 적응력에 항상 감탄해 왔다.
예를 들어, 일부 사람들은 헤로인을 사용해 정신병적 증상(청각 및 시각적 환각 등)을 완화하기도 하며, 오피오이드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날록손(naloxone)과 같은 약물이 개발되어, 과다복용(overdose)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작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나는 1980년대 영국에서 HIV가 급속히 확산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이 질병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치료법을 따라잡지 못했다. HIV에 대한 대응은 사회의 소외된 집단—즉, 동성애자 남성과 주사형 마약 사용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도, 보수당 정부는 HIV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인식하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용기를 보였다.이 대응책에는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공중보건 메시지를 담은 대규모 미디어 캠페인이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감염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투자하고, 정맥주사로 마약을 사용하는 고위험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전략도 포함되었다.
나는 과거에 HIV 감염 위험이 높은 마약 사용자들을 위한 전문 클리닉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메타돈(methadone)과 디아모르핀(diamorphine)이 헤로인의 대체 치료제로 제공되었다. 기존에는 이러한 의료용 오피오이드의 처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제와 프로토콜이 있었으나, 이 제한이 완화되면서 이 클리닉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이 충분한 양의 경구 및 주사용 오피오이드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의료용 오피오이드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정기적으로 멸균된 주사 장비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 정책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헤로인을 주사로 사용하는 일부 사람들이 주사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HIV에 감염되는 위험을 크게 줄였다.
이러한 정책은 당시 보수당 정부의 이념—즉, 마약 사용자를 처벌하는 것이 옳다는 관점—과 정면으로 배치되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정치인들도 보건 위기 상황에서는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자면, 현재의 글로벌 마약 문제는 지속적인 보건 위기이다. 오늘날 유엔(UN)은 정맥주사 마약 사용자들이 여전히 직면한 위험성을 강조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390만 명이 마약을 주사로 사용하며, 그중 가장 많은 수가 북미, 동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마약을 주사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반 인구보다 HIV 감염 위험이 14배 더 높다.
그러나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는 마약 정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스코틀랜드는 글래스고(Glasgow)에 마약 소비 시설을 개설했다. 이는 헤로인과 같은 주사용 마약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으로, 이용자들에게 멸균된 주사기와 의료 장비를 제공하여 HIV 및 간염과 같은 혈액 매개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기존의 보건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의료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포르투갈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약 사용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정책 변화는 수많은 생명을 구했으며, 마약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대하는 길을 열었다.
이를 리처드 닉슨이 시작한 이후 여러 서방 정부가 계승한 ‘마약과의 전쟁’에 투입된 막대한 노력과 낭비된 자원과 비교해보라. 내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하고 싶은 요청은 간단하다. 보건 문제를 다룰 때 사용하는 과학적 근거와 연구 결과를 마약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라. 과학과 연구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떤 방법은 마약 소비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급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문제적 마약 사용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인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다 현실적이지만 필수적인 접근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변화를 이끌어야 할 주체로 정치인들을 바라보지만, 실제로 해결책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시민들이다. 현재 마약과 관련하여 개인과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무지와 편견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치심’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수치심은 마약 사용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동시에 도움을 요청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이 되기도 한다. 신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후 변화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장 강력한 변화의 동력은 개인적인 경험이다. 우리는 어떤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그들의 신념과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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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해밀턴(Ian Hamilton)은 요크대학교(University of York) 보건과학부(Department of Health Sciences) 명예 연구원(Honorary Fellow)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