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화폐 붕괴가 촉발한 민중의 분노, 거리로 나선 상인들

무너지는 통화, 위기의 배후에 있는 이익 집단을 드러내다

[편집자 주] 2026년 초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화폐 리알의 폭락과 생필품 가격 급등정부의 환율 보조 폐지 등으로 경제난이 심화하며 국민의 불만이 폭발했다. 2025년 12월 테헤란 상인들의 파업으로 시작된 시위는 전국 31개 주로 퍼졌고청년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정부는 실탄 발사병원 급습 등 강경 진압에 나섰고최소 3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시위는 단순한 경제 불만을 넘어 정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분노가 분출된 것으로향후 더 큰 격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테헤란 | 그랜드 바자르: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영상에는 화염과 화염병이 등장하며, 무거운 보안 병력 배치 속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 담겨 있다. 출처: General Quacker 

미국의 제재가 심화하고 외환 보유액이 증발하는 가운데이란의 상인들이 체계적 부실과 특권층의 이익 추구에 기반한 경제 체제의 붕괴에 맞서 거리로 나섰다.

2025년 말리알화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자 테헤란의 붐비는 조므후리(Republic) 거리는 저항의 통로로 바뀌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전통 상인 계층인 바자리(bazaaris)’들과 휴대폰 상점 주인들이 무너지는 환율과 가혹한 관세에 몰려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분노는 곧 이란의 경제를 가늠하는 지표인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로 번졌다. 2022년 사회적 자유를 둘러싼 시위나 2009년 선거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소요와 달리이번 시위의 중심에는 경제 붕괴와 오랫동안 쌓여온 경제 관리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처음엔 실현 불가능한 무역 환경에 대한 상인들의 반란으로 시작됐지만이는 곧 수십 년간의 경제 실정제도적 부패그리고 제재에 질식당한 시스템이 민중의 희생을 대가로 스스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더 깊은 병폐를 드러냈다.

"속보 | 하메네이(Khamenei)의 탄압 군이 바자르를 급습했다."

제재사보타주그리고 붕괴하는 경제

8,600만 인구의 이란은 2025년 여름에 고작 0.3%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고, 12월에는 인플레이션이 42%를 넘었다노동 참여율은 세계 평균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준으로 바닥을 기고 있다이 심각한 지표들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차 임기 중 재부과한 미국의 제재가 2차례의 정권을 거치며 더 강화된 결과로 악화해 왔다.

리알화는 미국 달러당 1,445,000리알이라는 사상 최악의 환율을 기록했으며이는 6개월 사이에 47.8% 폭등한 수치다.

환율이 급등할수록달러-리알 환율에 따라 매출이 직접적으로 결정되는 상인들의 분노도 함께 폭발했다테헤란 중심가의 두 휴대폰 쇼핑몰 상인들이 새롭게 부과된 휴대폰 등록 관세(600달러 이상의 기기에 부과)에 맞서 영업을 중단하며 첫 항의를 시작했다.

다음 날상인들은 단순히 가게 문을 닫는 데 그치지 않고 조므후리 거리로 나가 시위를 벌였다페르도우시(Ferdowsi) 거리의 환전상들도 시위에 동참했고그랜드 바자르의 금세공사와 은세공사들도 혼란을 우려해 가게 문을 닫았다.

랄레자르(Lalezar) 거리의 한 상인은 크래들(The Cradle)에 일부 시위자들이 언어폭력을 행사하고가게 유리창에 돌을 던지겠다고 위협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기존의 은행기업개인에 대한 제재 외에도디지털 화폐 주소까지 겨냥하며 이란의 석유 및 비석유 수익이 흘러가는 금융망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란 의회 예산위원장 골람레자 타즈 가르돈(Gholam-Reza Taj Gardoun)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최근 8개월 동안 210억 달러의 석유 수익 중 단 130억 달러만 수령했다고 밝혔다그는 남은 80억 달러의 미회수로 인해 현재의 시장 혼란달러 부족환율 상승이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이익을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

타즈 가르돈은 석유 및 비석유 수출 수익이 이란으로 돌아오지 않은 구조를 비판한 유일한 인물이 아니다위기의 핵심에는국가와 결탁한 반관(半官기업들과 특권층 무역상들이 이란의 재정 실패를 기회로 삼아 이득을 챙기고 있는 구조가 있다.

전 재무장관이자 현 국회의원인 후세인 삼사미(Hussein Samsami)는 “2018년 미국의 제재 재부과 이후비석유 수출 수익 3,350억 달러 중 1,170억 달러가 이란으로 환수되지 않았다고 추정했다그는 이 자금 대부분이 호슬라티(khosulati)’로 알려진 반관 기업들에 의해 유출되었다고 밝혔다이 기업들은 국가 소유이면서도 감독과 투명성 없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수탁자(trustees)’라는 비밀 네트워크의 역할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이들은 제재를 우회해 이란 석유를 판매하는 임무를 맡았지만이란중앙은행(CBI)의 전 총재 발리올라 세이프(Valiollah Seif)는 이들은 신뢰받는 인물들로 구성되었지만자금 송금 과정이 매우 위험하며이들에 대한 보수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그는 가끔 수탁자가 자금을 유출한다고 시인했다.

이 수탁자 외에도반관 기업들이 비석유 수익을 중앙은행에 돌려주지 않고공식 시장의 공시 환율보다 높은 비공식 환율로 판매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

이들 기업은 석유부사회복지부 등 정부 관련 기금이 다수 지분을 소유한 기업들이다이들은 과거 정부들의 민영화 과정에서 이 지분을 확보했다.

세 번째 집단은 특별 사업 허가를 보유한 개인 및 업체다중앙은행 부총재는 “900개의 특별 면허를 보유하거나 임대한 개인들이 약 160억 달러를 중앙은행에 반납해야 했지만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외환이 공식 시장에서 사라지는 유동성 함정이 발생했고이는 인플레이션과 투기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국가의 무기력과 정치적 책임 회피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대통령 정부는 몇 달간 리알화 폭락과 민심 이반을 지켜보기만 하며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일부는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의도적으로 리알화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또 다른 이들은 혼란과 일관성 없는 경제 정책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2020년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전 대통령은 외환은 정부의 것이고환율은 정부가 결정한다원하면 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 불만이 고조되자페제시키안은 내무장관에게 시위 대표자들과 면담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상인들과 회담을 갖고 중앙은행 총재를 모함마드레자 파르진에서 전 재무장관 압돌나세르 헴마티(Abdolnasser Hemmati)로 교체했다그러나 10개월 전 외환시장 관리 실패로 탄핵당한 헴마티는 자신은 환율 시장에 대해 책임이 없으며임무는 불균형 은행을 정리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약고에서 단행되는 긴축

거리 시위는 본래 대규모는 아니었으나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 폭동으로 번졌고일부 지역에서는 관공서 방화경찰서 무기고 습격까지 발생했다.

서부 이란의 중소 도시들이 폭동의 중심이 되었으며참가자는 수십 명 단위에 불과하다.

시위가 조직적 불복종에서 분노의 폭발로 변질되며경찰 등 보안군을 포함해 사망자가 발생했고다수의 체포도 이뤄졌다.

"부상당한 시위대가 치료나 피신을 위해 머물고 있던 이람(Ilam)의 병원을 이란 보안군이 공격한 행위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이란 당국이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또다시 드러냈다."

2026년 1월 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는 바자리들의 경제 불안에 대한 불만을 정당하다고 인정했다그러나 그는 이슬람 공화국은 적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폭력 시위자들을 단호히 다룰 것이라고 밝히며 폭도들은 제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메네이의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 정권을 위협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개혁파 정당도 외세 개입을 반대하며, “외부 간섭은 폭력을 악화시키고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왜곡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회복의 마지막 시도로예산기획기구 관계자는 수탁자들에게 해외 계좌에 보유 중인 수십억 달러를 귀국시키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국회의원들도 석유장관을 국회에 출석시켜 수탁자 문제를 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경제장관은 여러 국가와의 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으며일부 동결 자산이 해제됐고 필수품 수입을 위한 금융 채널이 개설되고 있다고 밝혔다또한, “복수 환율제를 단일 환율로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동시에 페제시키안 정부는 경제 수술이라며 필수 수입품에 대한 보조금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대신 저소득층에 대한 표적형 바우처로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통화 폭락인플레이션정부 신뢰 붕괴가 겹친 상황에서의 긴축 정책은 폭발적인 조합이다.

이란 정부는 현재 베네수엘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와 미국의 공격적 행보는 불길한 평행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지금은 거리 시위가 통제되고 있지만경제적 고통이 지속되고 개혁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면다음 물결은 이보다 훨씬 더 거세질 수 있다.

[편집자 주] 이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주요 시위를 연대순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79년 혁명 직후 여성들은 히잡 의무화와 성별 분리 조치에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이는 국가 탄압과 충돌하면서 이란 내 성별 갈등의 뿌리가 되었다.
1999년에는 개혁파 신문 폐간을 계기로 학생 시위가 전국 대학가로 확산되었고보안군의 폭력 진압으로 다수의 사상자와 체포자가 발생했다.
2009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의혹으로 촉발된 그린 무브먼트는 수백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로 번졌으나정부는 강경 진압과 구속인터넷 차단으로 이를 억눌렀다.
2017년 말 경제난으로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시위는 전국 100개 도시로 번졌고고물가와 실업외교정책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며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이들이 구금되었다.
2019년에는 연료 가격 인상에 반발해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고정부는 사상 초유의 인터넷 차단과 강경 진압으로 대응해 최대 1,5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22년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미착용으로 구금 중 사망하자 여성생명자유를 외치는 전국적 봉기가 일어났고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체포되었으며이 가운데 일부는 공개 처형되었다.
2026년에는 이스라엘·미국과의 12일 전쟁 이후 극심한 경제위기와 통화 폭락 속에서 다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민심의 불만이 분출되고 있다.

[출처] Iran’s collapsing currency exposes the profiteers behind the crisi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페레슈테 사데기(Fereshteh Sadeghi)는 테헤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언론인으로, 이란의 국내 정치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이전에 이란의 프레스 TV(Press TV)와 카타르의 알자지라 영어판(Al Jazeera English)에서 근무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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