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L'Odyssée Belle
⟪인류세의 세계 물 파산: 위기 이후 시대에 수문학적 한계를 넘어 사는 삶)⟫(Global Water Bankruptcy: Living Beyond Our Hydrological Means in the Post Crisis Era)에서 발췌, 이 보고서는 이달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for Water Environment and Health)가 발표했다.

현재 시대는 점점 더 ‘인류세(Anthropocene)’로 불리고 있다. 이는 인간 활동이 이제 지구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를 지배하고 재편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포착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다. 최근 역사에서 자연적 변동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기후, 토지 이용, 생지화학적 순환(지구 시스템 안에서 물질이 생명체와 환경을 오가며 순환하는 과정), 생물다양성에서 인간이 주도한 변화의 규모와 속도로 특징지어진다. 물은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 사회는 전 세계 물 순환을 급격히 재구성해 왔다. 댐, 수로 변경, 배수 공사, 운하 건설은 하천 체계를 바꾸어 놓았다. 관개, 토지 이용 변화, 지하수 강제 사용은 증발산과 재충전 패턴을 변화시켰다. 온실가스 배출은 대기와 해양을 가열해 강수 체계, 적설량, 빙하 질량 균형, 극단적 현상의 강도를 바꾸었다. 인구 증가, 도시화, 경제 확장은 농업, 산업, 에너지, 도시 부문에서 물 수요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압력은 이제 분명한 전 지구적 양상을 만들어냈다.
• 주요 하천들은 일 년 중 일부 기간 동안 말라버리거나 바다에 도달하지 못한다. 호수와 습지는 축소되거나 사라졌고, 그와 함께 어업, 서식지, 지역 기후 조절 기능도 사라졌다.
• 대수층(지하에 물을 저장하고 있는 지층)은 재충전 속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퍼올려지면서 수위 하락, 지반 침하, 염분화, 저장 능력의 영구적 상실을 초래했다.
• 기저 유량과 계절적 수자원 저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던 빙하와 적설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 숲, 이탄지, 토양은 건조해지고, 불타고, 침식되며, 물과 탄소를 조절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
동시에 점점 더 많은 도시가 새로운 인프라와 긴급 대응에도 반복적인 물 위기와 ‘데이 제로(Day Zero, 수돗물이 끊기는 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단순히 기후변화의 영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단순한 불운이나 비정상적인 수문 조건의 결과도 아니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목격하는 만성적 상태는 수문학적 자본을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해 온 결정들의 누적 결과다.
많은 지역에서 과거에는 간헐적이었던 가뭄이 거의 상시적인 부족 상태로 바뀌었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상황으로, 강수량이 ‘정상적인’ 해에도 물 부족이 지속되는 상태다. 수요와 기대가 수문학적 수용 능력, 즉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리적 변화와 함께, 많은 지역에서 수질도 악화했다. 농업에서 유래한 영양염 과잉, 처리되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만 처리된 도시 및 산업 폐수, 광산 배출물, 플라스틱, 의약품과 개인 위생 제품과 같은 신종 오염물질이 하천, 호수, 연안 수역을 오염시켰다. 인구 밀도가 높은 유역에서는 부영양화, 유해 조류 번성, 병원체 오염, 독성 오염이 물이 실제로 인간, 식량 생산, 생태계에 사용 가능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지역에서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물의 양은 실제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이것이 인류세의 물 현실이다. 이는 단지 변동성과 극단 현상이 증가한 상태를 넘어, 수자원 자본의 구조적 고갈과 물 관련 자연 자본의 훼손으로 특징지어진다. 많은 지역에서 물 시스템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고, 되돌릴 수 없는 생태계 손상과 기본 서비스 수준의 하락이 발생했으며, 이는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인류는 이미 기후, 생물권 건전성, 토지 시스템과 함께 담수 순환도 안전한 운영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밀어붙였다.
다시 말해, 인류세의 물 현실은 단지 더 빈번하고 강력한 극단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안정적 조건을 지탱했던 범위를 이미 벗어난 전 지구적 수문 체계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스트레스’나 ‘위기’라는 익숙한 표현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전 세계 물 위기에 대한 경고는 필요했고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피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경고로 제시되어 왔다. 이 유엔대학교 보고서는 이제 세계가 이미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더 이상 위기를 어디서든 피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많은 인간-물 시스템이 이미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실패한 세계에서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다.
이 새로운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보고서는 ‘물 파산(water bankruptcy)’이라는 개념을 채택한다. 이 개념은 금융 파산과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비유에 기반한다. 금융에서 파산은 어떤 주체가 오랜 기간 자신의 능력을 넘어 지출하고 지속 불가능한 부채를 축적하여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선언된다. 파산 선언은 실패를 인정하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의 첫 단계다. 채무는 조정되고 기대는 재설정되며,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재무 구조가 다시 구성된다.
이 개념을 물에 적용하면, 세 가지 핵심 특징에 기반한다.
첫째, 물 시스템은 은행 계좌처럼 작동한다. 인간은 연간 ‘수입’뿐 아니라 장기적인 ‘저축’도 끌어다 쓸 수 있다. 하천, 저수지, 토양 수분, 적설과 같은 재생 가능한 수자원은 당좌 계좌처럼 사용되고, 지하수와 빙하처럼 재생할 수 없거나 매우 느린 자원은 저축 계좌처럼 사용된다.
둘째,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계좌는 체계적으로 초과 인출됐다.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사용량이 재생 가능한 유입량과 안전한 고갈 한도를 넘어섰고, 그 결과 한때 회복력을 떠받치던 자연 자본이 훼손되었다.
셋째, 그 결과 일부 피해는 인간의 시간 규모에서는 되돌릴 수 없거나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막대한 투자와 유리한 기후 조건이 갖추어지더라도, 과거의 수자원 공급 수준과 생태계 기능을 완전히 복원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시스템은 단순히 스트레스받거나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물 파산’ 상태에 들어선 것이다. 즉, 과거의 정상 상태는 사라졌고, 복원을 계속 고집할수록 손실만 더 커지는 위기 이후 상태로 이동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인간–물 시스템 전체가 이미 ‘세계 물 파산(Global Water Bankruptcy)’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한다. 모든 유역이나 국가가 물 파산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충분히 많은 핵심 시스템이 이러한 임계점을 넘어섰고, 이들이 무역, 이주, 기후 피드백, 지정학적 의존성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 지구적 위험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세계 물 파산을 선언하는 것은 과장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이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다. 이 상태를 제대로 명명하고 적절한 담론을 채택하지 않으면, 통치는 계속해서 잘못된 질문에 기반하게 된다. 즉, 위기를 어떻게 ‘버텨내고’ 과거 상태로 돌아갈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위기 이후 상태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사회와 물 사이의 더욱 지속가능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도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출처] Global Water Bankruptcy in the Anthropocen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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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앵거스(Ian Angus)는 기후위기와 생태경제 문제를 에코소셜리즘 관점에서 활발히 비판·분석하는 대표 지식인이며, 기술 및 이론 연구자로서 다양한 사회생태학 담론에 기여해 온 인물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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