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정규직”…공공부문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 고착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임금과 수당, 고용 구조 전반에서 차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환 당시 낮은 임금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는 2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4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관의 46.8%가 정규직 전환 당시 ‘용역단가’를 임금 기준으로 삼았고, 일부 혼용 사례까지 포함하면 70%를 넘는다. 입찰 경쟁을 전제로 한 용역단가가 그대로 임금 기준으로 굳어지면서, 공공부문 내부에 저임금 구조가 제도화됐다는 분석이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전환 당시 임금 수준이 현재 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이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는지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름만 정규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현주 한국마사회지부 과천지회장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임금체계는 여전히 용역 시절에 묶여 있다”며 “미화 노동자는 시중노임단가에도 못 미치고, 시설 노동자는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뿐 아니라 수당 차별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4.6%가 수당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으며, 위험수당 등 직무 관련 수당조차 동일하게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소지현 국립환경과학원지회장은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같은 일을 해도 보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고용 구조 역시 정책 취지와 어긋난다. 상시·지속 업무임에도 결원이 발생하면 비정규직으로 대체 채용하는 비율이 52.3%에 달했다. 김은수 자치단체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임금과 대우를 받는 구조는 국가가 만든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예산 구조도 문제로 지목됐다. 일부 기관에서는 인건비가 사업비에 포함돼 사업 규모에 따라 고용과 처우가 좌우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한별 중진공공무직지부장은 “무기계약직 임금은 정규직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총인건비제와 예산 구조가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결과가 단순한 현장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선종 부위원장은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라면 차별 해소를 위한 원청 책임과 노정교섭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마련 중인 4월 비정규직 대책은 노동조합과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28일 원청교섭과 노정교섭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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