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주민 인권 정책요구 발표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류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선거전략’으로 거듭 자행되는 가운데, “주민으로서, 노동자로서, 소비자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일하고 살아가며 ‘소멸위기’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이주민의 고민과 바람이 담긴 정책 요구안이 발표됐다.
진보정당, 노동조합, 사회운동단체 등 시민사회 각계 단체 수백 곳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 이주인권 연대체들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비롯한 정치권에 우리 사회 “동료 시민”인 이주민·이주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 공약 제시와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3월 말 현재 한국사회에는 이주민 283만 명이 살고, 3개월 이상 장기체류하는 이들만 해도 약 217만 명이나 된다”면서 이들은 “한국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이나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책에서 배제되고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인 이주민들을 제대로 대변하고 권리와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공약을 내놓기는커녕, 인공지능 감시카메라로 미등록이주민 색출이라는 경악할 만한 내용을 공약이랍시고 내놓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일부 이주민이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후 갖게 되는 지방선거 투표권에 대해서마저 혐중정서에 기반해 투표권 박탈 운운하며 공격하기 바쁘고,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비롯해 중앙과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노동, 보육·교육, 돌봄, 의료, 주거, 생활 전반에 있어서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기본값”이라고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필요할 때 이주민을 인력으로만 활용하고 내치는 일회용품 같은 도구적 활용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된다”라며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주민을 인정하고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평등한 권리 보장과 지원 정책을 명시하는 이주민 인권보장 정책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히고, 이주노동, 건강권 등 6개 분야 정책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무엇일까?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참세상 류민.
사업장 안과 밖 어디에서든 존엄한 지역사회를
먼저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은 “우리가 매일 먹는 먹거리부터, 쓰는 제품, 휴대폰, 자동차,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환기하고, 그런데 이처럼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한 노동을 지탱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산업재해, 사업장 이동 제한, 열악한 주거시설, 폭언과 폭행, 괴롭힘과 차별”로 “무권리 상태”에 놓여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다야 위원장은 “많은 지방정부가 노동력 부족만 이야기하고, 실제 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권리, 생명과 안전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가 “값싼 일회용품”이나 “차별 대상”으로 “취급”되지 않고, “사업장 안과 밖 어디에서든 존엄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위해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이주노동자, 이주민의 정책요구들을 공약에 포함시켜 실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주노동 분야 주요 정책 요구안
-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완전히 보장
- 계절노동자, 어선원 등 인신매매 근절·브로커개입 원천 차단, 송출 공공성 실현
-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폭력과 괴롭힘 근절대책 마련
- 지자체에서 지역별 이주노동자 쉼터 설치
-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산업안전 지원, 산재예방 교육, 인권침해 방지 교육 실시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가운데). 참세상 류민.
정치적 주체로서 이주여성의 일과 삶을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외국인의 정주를 기본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은 예외적인 존재”로, 귀화도 투표도 가능하고 “현실정치에 접근 가능한 유일한 이주민 집단”이지만, 이는 “한국국민의 배우자라는 한국남성 가족정책의 일부로서 용인된” 것이라 짚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허 대표는 현 정부 정책에서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여성들이 더 이상 순응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가부장적 가족 안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이어가는 존재로 상상”되고, 정부정책은 “한국남성의 아내이거나 한국국적 자녀의 어머니로 상상된 아시아계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적응지원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실제 “법률혼 여부, 자녀 출산과 양육, 배우자의 조력 여부가 체류자격 유지와 귀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도록 구조화돼 있어,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했거나 이혼한 결혼이주여성, 자녀가 없는 외국인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이 체류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120만 명을 넘어서는 이주여성에 대한 젠더기반 폭력이 심각한 상황이나 피해자 상담을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하고,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 이동 제한이 이주노동자의 젠더기반 폭력 위험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항하여 유권자로서, 정치적 주체로서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를 직면하고 있음을 (정치권이) 기억하기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주여성 분야 주요 정책 요구안
- 결혼이주민의 시민으로서의 체류 안정성 보장
- 폭력피해 이주여성을 위한 체류제도 개선 및 사회보장제도 마련
- 이주여성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젠더폭력 예방 및 지원체계 마련
박희은 (사)공감 직업환경의학센터 정책국장(가운데). 참세상 류민.
차별없이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고 건강할 권리를
박희은 차별없는이주민건강권 연대 활동가이자 (사)공감 직업환경의학센터 정책국장은 “선거 때마다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소멸, 지역 일손 부족 등에 대한 대안으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 도입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이주민·이주노동자에게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도 재정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건강권 현실을 짚어보면, 이주민·이주노동자들은 다치고 아파도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권 제한으로 어디서 어떻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알기도 어렵다고 알렸다. ‘국제수가’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들에 건강보험 수가의 3배에서 많게는 10배에 이르는 의료비 부담을 지우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 정책국장은 그러면서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고, 병원비가 없어 몸이 망가지고, 산재 사고는 은폐되고, 괴롭힘에 의해 이주노동자가 다치고 자살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사회는 모두에게 위험한 사회이고 모두에게 불행한 사회”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보편적 권리 확장"에 대한 토론과 “차별없는 이주민 건강권의 요구에 대해 관심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민 건강권 분야 주요 정책 요구안
- 모든 이주민에게 필수 보건 의료 보장
- 공공 의료 통역·번역, 정보제공 시스템을 마련
- 이주민에게 국제수가 적용 금지 권고 및 관리감독 실시
이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오른쪽). 참세상 류민.
지역 주민, 동료 시민인 난민의 자리를
이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은 “한국사회의 곤경을 이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정책적 현실 속, 난민들은 우리 지역의 공장에서 일을 하고 다치고 단속되며, 시장에서 장을 보며, 함께 산책하고, 자녀들은 우리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라며 난민들은 “이미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에서 난민들은 제외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여태까지 모든 지방선거에서 난민의 의제화된 선거는 없었고, 이번 선거에서도 그 어떤 후보자도 난민의 정착과 차별 금지를 위한 고민을 언급한 일은 없다”고 환기했다. 이 의장은 “난민의 체류 자격 유무를 떠나,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그들의 자리를 어떻게 배치하고 만들 것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동료 시민들인 난민들의 자리를 위해, 이번 지방선거와 혐오와 방관을 넘어 포용적인 공동체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도록 움직일 것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촉구한다”고 이야기했다.
난민 분야 주요 정책 요구안
- 난민 인권 보호와 기본생활 보장 조례 등 제정
- 주거·긴급생계 안정망 구축, 의료·정신겅간 치료 접근성 보장
- 난민 아동의 교육권 실질적 보장
- 법률지원 및 정보접근권, 지역사회 통합 및 차별금지, 지속가능한 행정인프라 마련
강다영 성공회 용산-혜화나눔의집 사무국장(가운데). 참세상 류민.
모든 아동은 아동,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도 지역의 아동으로
강다영 성공회 용산-혜화나눔의집 사무국장은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은 “이미 우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배우고, 친구를 사귀며 살아간다”며 그런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체류자격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외국인등록번호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는 이유로 보육과 교육, 의료과 돌봄 등 지자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강 사무국장은 “모든 아동은 아동이다”라며 “출생등록되지 못한 아동도, 미등록 상태의 아동도, 중도입국 청소년도, 보호가 필요한 이주아동도 모두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아동”이라고 짚고는 지방선거 후보자와 지방정부에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지역의 아동으로 인정하고, 정책과 예산으로 그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분야 주요 정책 요구안
- 모든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지역 아동정책의 대상으로 포함
- 출생미등록 이주아동 발굴 및 공적 확인 체계 마련
- 체류자격과 국적에 관계없는 보육·교육·돌봄 지원 보장
- 학교생활, 진학·진로, 체류 전환을 함께 지원하는 상담체계 구축
- 보호대상 이주아동·청소년에 대한 아동보호·복지 지원체계 마련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가운데). 참세상 류민.
배제와 혐오의 각축장 아닌, 모든 ‘주민’이 주인되는 지방선거를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먼저, “이주민을 ‘사회문제’, ‘경제불황’의 원흉으로 지목하며 체제의 모순과 대중의 분노를 전가하는 행태”가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특정 국가 출신 이주민을 ‘선거 개입’과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낙인찍는 혐오 정치”와 “’이주민 참정권 제한’이나 ‘인터넷 댓글 국적 표시제’가 제안되는 등 “특정 국적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표를 얻으려는 비겂한 선거 전략”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소장은 “이주민 참정권은 국가 근간을 흔드는 위협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당연한 원리”이며, 정치권 일각에서 “호도”라는 것과 다르게 모든 이주민이 모든 선거에 투표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방선거에 한해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이 지난 극소수의 이주민에게 제한적 선거권이 생긴다”고 짚고, “지난 2002년 지방선거 기준 외국인 유권자는 약 12만 7천 명으로 전체 유권자 대비 비율은 약 0.29%, 실제 투표자는 전체 투표자 대비 0.02% 수준”이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보수 정치권은 ‘상호주의’를 내세우며 영주권자의 투표권을 박탈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2006년 우리가 아시아 최초로 영주권자 지방선거 투표권을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사회가 먼저 영주권자의 지방참정권을 보장함으로써, 일본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방참정권을 요구하며 싸워온 재일동포들의 권리를 일본 사회가 외면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박동찬 소장은 “지방선거는 국적이라는 추상적 울타리를 넘어, 실제 지역사회에 정주하며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한다”면서 “혐오가 표가 되고, 차별이 전략이 되는 시대를 끝내자”, “지방선거가 더 이상 배제와 혐오의 각축장이 아니라,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주민이 자신의 내일을 직접 결정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화합 장이 되도록 연대하자”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이주민 혐오, 미등록이주민 등 관련 주요 정책 요구안
- 인종차별과 이주민 혐오 방지를 위한 제도적 조치(차별금지법, 지역별 인권조례)
-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 중단과 체류권 보장, 방화벽 정책 실시
- 이주구금이 아니라 구금 대안 정책 마련, 상주 외국인보호소 건립 추진 중단
- 지자체에 이주민 지원, 담당 전담부서 설치 및 이주민 관련 종합적 정책 실시
- 이주민 커뮤니티 및 이주민 지원단체 활동 지원
- 덧붙이는 말
-






![[클린룸을 오가는 사람들: 청소노동자 손윤화 이야기] ①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어](/data/article/15/260513b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