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다

출처: Dileesh Kumar, Unsplash

루피화 환율이 이제 달러당 96루피를 넘어섰으며, 하락세가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달러당 100루피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루피화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통화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최악의 성과를 보이는 통화 가운데 하나다. 모디 정부는 루피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서아시아 전쟁을 지목했는데, 전쟁이 환율 전망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실제 환율에도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루피화 하락은 이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2024년 말 달러당 85.47루피였던 환율은 이란 공격 직전인 227일에는 이미 달러당 91.08루피까지 떨어졌다.

전쟁 전이든 전쟁 후이든 루피화 가치 하락은 분명히 인도에서 자금이 유출된 데 따른 결과다. 전쟁 이후에는 전쟁이 초래할 인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예상한 자금 유출이 상당했지만, 이런 유출은 전쟁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전쟁 발발 이후부터 514일까지 외환보유액이 5.2퍼센트나 급감했음에도 루피화의 가파른 하락을 막지 못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준비은행(RBI)의 개입에 내재한 비대칭성이다. 어떤 나라든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때 환율이 절상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값싼 수입품이 국내 생산자를 압박해 경쟁에서 밀어내고, 그 결과 실업자 예비군이 늘어나는 한편 국가 부채는 더 증가하는 부채 유발 탈산업화(debt-induced deindustrialization)’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런 상황에서 국가는 스스로의 몰락을 위해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 셈이 된다.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해 인도준비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축적해 통화 절상을 억제한다. 자금이 유입될 때 이렇게 쌓은 외환보유액을 자금이 유출될 때 통화 가치 하락을 막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비대칭성이 나타난다.

자금이 유출될 때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면, 투기 세력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통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외환보유액 감소는 멈추지 않고 추가 감소를 초래한다. 중앙은행이 아무리 많은 외환보유액을 보유하더라도 그것을 소진하는 방식으로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는 어렵다. 즉 통화 절상은 쉽게 막을 수 있지만 통화 가치 하락은 훨씬 막기 어렵다. 이는 특히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국가들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국가에서는 어차피 통화 가치 하락이 언제든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런 국가에서 통화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사실상 하나뿐이며, 그것은 하락이다.

이 과정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두 가지 더 있다. 첫 번째는 통화 가치 하락이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비용, 특히 석유 같은 주요 수입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그리고 물가 상승은 다시 통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두 번째는 이러한 이유뿐 아니라 세법과 안전성에 대한 고려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부유층이 자국의 자산을 해외의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s)’로 빼돌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행태 자체가 통화 가치 하락을 초래하는 독자적인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오랫동안 자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환율로 연동했고, 그 환율에 따라 외환 배분을 시행했다. 이는 균형환율이라는 허상을 좇기 위해 통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이 끝없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압박받는 상황과는 대조적이었다. 실제로는 그런 균형환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자산가들은 자산을 몰래 해외로 빼돌리려 하고, 국제 투기 세력은 수시로 통화 가치 하락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루피화가 달러 대비 평가절하된 1949(영국 파운드화와 함께 평가절하됐다)부터 다음 평가절하가 이뤄진 1966년까지 환율을 대략 달러당 5루피 수준에 고정했다. 적어도 이 시기에는 환율 때문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을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면서 이런 상황은 모두 바뀌었다. 루피화를 완전 태환 통화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변동환율제를 도입했고,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할 때마다 달러를 들여오고 빼낼 수 있도록 허용했다. 초기에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도 금융시장은 오랫동안 글로벌 금융 투자자들에게 닫혀 있었기 때문에 시장 개방 이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고, 이는 인도의 국제수지 필요 규모를 훨씬 웃돌았다. 그 결과 인도준비은행(RBI)은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축적했고, 2026227일로 끝나는 주에는 7,285억 달러로 정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앞서 언급한 비대칭성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루피화 가치는 하락했다. 루피화가 처음 변동환율제로 전환된 1992~93년 달러당 22.74루피였던 환율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에는 달러당 91.08루피까지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자금이 인도로 유입되던 시기에도 루피화는 계속 가치가 하락했다.

그러나 현재의 루피화 하락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비슷한 기간과 비교할 때 하락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가파르다. 둘째, 루피화가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은 뒤 다시 투기적 공격을 받아 추가 하락하는 과거의 패턴과 달리, 이번에는 그런 자연스러운 일시적 안정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란 전쟁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동시에 전쟁을 확대할 여력도 없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인도의 국제수지는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고 루피화 가치 하락도 이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신자유주의 질서가 초래한 세계 자본주의의 침체가 미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 무엇보다 인도에 불평등한 무역협정을 강요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국내 위기를 남반구 민중에게 수출함으로써 자국의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이런 불평등한 무역협정이 강요되는 한 인도의 국제수지와 통화는 지속적인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요컨대 신자유주의의 부메랑이 마침내 되돌아오고 있다.

현재의 루피화 가치 하락을 두고 모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모디 정부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고, 미국-이스라엘 축과의 비도덕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밀착 관계 때문에 파키스탄조차 가졌던 외교적 선택의 여지마저 잃었다. 그럼에도 현재 위기의 뿌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로 그 뿌리는 신자유주의를 떠받친 기본 가정에 있다. 즉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제3세계 국가의 통화조차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변동환율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이는 사실상 수백만 노동자의 삶을 소수 통화 투기꾼들의 손에 맡겨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더 높은 금리(특정 국채에 대한 금리 인상일 수도 있다)나 세제 혜택 같은 유인책을 제공해 투기 세력을 달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루피화가 비슷한 투기적 공격을 받았을 때 당시 정부가 그런 조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재정 자원을 노동자들에게서 빼앗거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효과를 떠넘김으로써 노동자들에게 즉각적인 피해를 준다. 더욱이 설령 그런 조치가 일시적으로 루피화 하락을 멈추게 하더라도 그것은 짧고 일시적인 중단에 불과하다. 이후 하락은 다시 시작될 것이고, 국민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 따라서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투기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려면 루피화 가치를 고정하고 외환 사용에 대한 직접 통제, 즉 자금 유출에 대한 자본 통제를 포함한 외환 통제를 도입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출처] Neo-Liberal Chickens are Coming Home to Roost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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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루피화 가치 하락 변동환율제 자본 유출 외환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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