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구ㅣ 나주라디오방송 편성책임자 freenoel@sarang.net
친구가 가진 것 보다는 친구를 먼저 보아야 한다.
생각하는 동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 아들이 처음 친구를 사귀어 그 친구네 집에 다녀와 엄마와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엄마는 친구에 대해서 물어보죠.
“어떤 친구니?” “친구네 집은 어떻게 생겼든?” “차는 어떤 거든” “텔레비전은 무엇이든” 그러나 아들은 이렇게 애기 합니다. “친구는 뽀로로를 좋아해요” 그리고 “장미꽃을 무척이나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좋데요”
일부지만 나주방송이 소출력 라디오 방송 시범사업자로 선정 발표되었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동화에 나오는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공동체 라디오가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떻게 공동체의 구성원을 이끌어 내어 성공적인 공동체 방송이 되기를 생각하기보다는 외형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많았다. 법인의 이사진 구성이며 방송장비의 구입, 사무실의 위치, 그리고 보다 더 참기 어려웠던 것은 누구도 방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면서 즉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면서 떠나는 길손에게 가지 못하게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떠나려는 그 길을 이미 다녀와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꼴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나주만이 겪고 있는 문제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사업자든 비슷한 문제는 조금씩 안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유독 그동안 지역의 활자형 언론매체가 정치권과 연계되어 시민의 입장보다는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을 지배한다(결국 소수의 그들만의 세계)는 소패권주의 의식이 그들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약간 심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경험자가 전무하다.
방송사업자 선정을 위해서 지난해 11월 방송위원회 청문회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방송심사위원께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방송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에 방송 경험자가 있느냐?”
나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방송을 할 것이냐”
“그렇습니다. 방송경험자가 없다는 것이 나주가 소출력 라디오 방송사업자에 선정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주는 광주의 인근도시인 관계로 지난 시간동안 CBS, MBC, KBS 할 것 없이 방송국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곳입니다. 저희가 이 소출력 라디오 사업을 수행하면서 방송경험자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저희에게 이러한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그때는 나주에도 방송경험자가 충분히 있음을 당당히 말하고 싶습니다.”
청문회장에서의 이 대화는 나주 소출력 라디오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개국을 앞둔 지금까지도 나주는 방송의 전문가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전혀 없다. 오직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개척자의 정열을 지닌 미래의 방송인들만이 있을 뿐이다.
사업선정 직후 방송전문가를 영입하자는 의견들도 있었으나 그것은 우리가 꿈꾸던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모습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힘이 얼마나 들지 모르겠지만 우리 스스로 한번 가보자는 의견이 모여 영입을 포기하였다.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그러나 정작 사업자 선정 후 문제는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였다. 하드웨어적인 것은 외부의 전문가나 장비공급업체 그리고 타 시범사업자와의 정보교환으로 해결되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것임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무겁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획서를 작성할 때의 콘텐츠는(* 시범사업자 선정 시 제출된 계획서는 정말 무모하고 무모하며 나주의 현실을 망각한 실현이 대단히 어려운 계획이었음을 고백한다.) 단지 모델로만 남아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콘텐츠를 공급한다고 한들 기존의 공중파 콘텐츠와 경쟁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아 있었다. 사실상 무섭게 질주하던 길 한복판에 아주 높다란 장벽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 대구 성서FM
그러던 중 나주방송이 나가야 할 길은 의외의 장소에서 풀리게 되었다.
2005년 1월 21일 대구 성서 FM후원회 참석하기 위해 나주방송을 함께 준비 중인 몇몇 분들과 대구를 방문하였는데 거기에서 우리는 나주방송이 지향해야하는 목표와 콘텐츠 구성에 대한 틀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대구 성서FM은 이주노동자를 위한 방송을 준비 중이다. 처음 워크숍에서 소개 받을 때에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으나 진정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성서FM방송국을 방문해보고서 느끼게 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처음에는 누가 얼마나 들을까? 하는 우문에 싸여 있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들어주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다는 것을 다시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나주방송은 기존의 공중파만을 모델로 그것을 흉내 내기에 너무 급급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꼭 따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전체를 향한 방송보다는 일부지만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방송, 그것이 우리가 나가야 할 길임을 그때서야 찾아낸 것이다.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나주에 돌아와서 다시 콘텐츠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이다. 방송국 방음,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 되면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업을 더 이상 늦추지 못하게 한 것이다.
첫 번째 작업은 나주지역만의 독특한 색깔과 그들만의 방송이 가능한 공동체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 나주시연합회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구성원이 방송에 참여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여 일단은 추후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다른 공동체를 찾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한국4-H 나주시연합회였다. 농업도시인 나주를 대표하고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4-H가 적임자였다. 현 4-H회장을 중심으로 직전회장과 회원들을 만나 나주방송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어 나주방송에 참여키로 결정하였다.
이 팀은 앞으로 [흙과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흙의 이야기 그리고 나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랑방 좌담형식으로 무겁지 않게 방송에 접근 할 것이다. 이때부터 여전히 어려움은 많았지만 콘텐츠의 구성과 방송참여 자원의 확보가 수월히 풀러나가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장애인복지회관 내 사회복지사분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랑의 소리]팀이 구성되어 나주지역의 장애인 및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하나되는 한마당 어울림 프로그램이 준비 중에 있으며, 방송참여 자원인력을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역의 유아교육을 위하여 나주시 소재 어린이집 및 유치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함께 만드는 [영산강 아이들], 중고등학생 및 청소년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 [펌프업나주]는 나주대학교 학생회 와 동신대학교 학생회에서 맡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 외에도 현재 많은 팀들을 구성 중에 있으며 특히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노년계층을 위한 [비단골] 프로그램이 준비 중에 있다.
진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점은 무엇보다도 무조건적인 방송 참여자의 모집보다는 공동체 개개를 대상으로 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며 앞으로의 성과에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진행자 또한 고정된 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주제로 시간이 허용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참여 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고 진행자 한 사람의 책임보다는 공동체 전체가 책임지는 방식을 도입 각각의 진행자들에게도 부담을 덜어 놓아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방송에 접근토록 하였다.
현재 5개 팀이 3일에 한 번꼴로 프로그램의 대본을 작성하고 거리 리포팅을 나가고 또 녹음을 해보면서 개국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작업한 녹음파일은 나주방송의 인터넷 다음카페(http://cafe.daum.net/najufm)에 방문하시면 들어볼 수 있다.
미래의 나주방송! 우리들의 방송!
처음 소출력 라디오를 접한것이 2003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2년여 시간이 흘러 이제 절반의 성공을 위해 나주방송은 나아가고 있다. 처음 지역에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의 독립’이였지만 현재는 문화독립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만 새로운 공동체 형성이라는데 주제를 맞추어 가고 있다.
기존의 정치질서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위적으로 가공된 공동체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러한 공동체를 발굴해내고 나주라디오방송을 통해 이러한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주방송의 새로운 책임임을 느낀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존재한다. 지역언론과도 화해(그런데 일방적으로 당한놈이 화해하자고 하는것도 그렇고)해야 하고 운영비 확보도 큰 관건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실제 매일방송이 사고 없이 이루어질지도 걱정이다.
하지만 이미 나주방송은 어렵고 어려운길을 걸어왔고 되돌아갈 생각도 없다.
바람이 있다면 더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적어도 대다수의 나주시민이 하루 1시간 그들의 시간에 나주라디오방송을 통하여 진심으로 모두가 하나 되기를 기원해본다.
끝으로 나주방송에 참여해주신 지역선배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면서 대나무밭에 이야기하는 심정으로 덧붙인다면 방송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선배들 그리고 나를 포함한 활동가들이 지역정치에 뜻이 있어 활동한다는 편견을 버려주었으면 한다. 정말 지금은 전혀 생각이 없지만 계속해서 열 받게 한다면 정말, 정말 나갈 버릴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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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만 해주세요 :
나주는 임진왜란을 맞아 왜놈에 맞서 의병장 김천일장군을 필두로 수많은 민초들이 피를 흘린 곳이며 이순신 장군과 함께 거북선을 창조해낸 나대용 장군, 그리고 최희량 장군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일제의 억압과 탄압의 시대 항일학생운동의 진원지이면서 수많은 애국 독립지사들의 정신이 함께하는 의혈의 고장이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선 의향입니다. 하지만 농업의 붕괴와 함께 인구의 감소로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질적인 감소가 정신을 좀 먹는것 같아 안타깝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주방송의 가장 큰 적은 소수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양 공격해대는 지역적 언론 구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