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에서 사진촬영과 교육을 담당하는 이세규 교육부장님께서 현재 상황과 투쟁 과정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글을 보내왔다. 현재 하이닉스 하청지회 영상팀은 구성원의 사정상 촬영팀장 1인이 교육 및 촬영팀장을 겸하고 있다.
1. 매그나칩 사내 하청노동의 현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시작한 지도 벌써 100여 일이 넘어서면서, 반도체 한국을 이끌고 있는 3대 회사 중 하나인 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 청주공장에서는 현재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하이닉스 매그나칩에서 전기, 공조, 냉동기. 보일러. 대기, 자동화설비 및 각종 설비 유틸리티 라인과 정비 등 공장가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250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은 2004년 10월 22일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를 설립했으며, 현재 조합원이 계속 늘어 4개 업체의 90% 가까운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외환 위기 전만해도 우리의 급여는 원청 직원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하이닉스 매그나칩은 위장도급업체를 만들고 하청노동자를 고용하여 원청 노동자의 40%도 안 되는 임금으로 비정규직노동자를 착취하고 있으며, 복지도 전무한 상태입니다. 실상 2004년 원청인 하이닉스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고, 순이익만도 무려 2조 2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참고로 당해 2조 이상 순이익을 낸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다음이 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였으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익이 원청 그들만의 노력으로 얻은 것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외환위기 이후 원청 하이닉스가 위기 상황일 때 우리는 보너스을 반납하고 급여를 삭감하면서 고통분담을 아니, 고통을 전담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오늘날 우리의 처지는 참담합니다. 정년퇴직한 원청의 간부가 도급업체 사장으로 있으면서, 우리는 적은 임금에 더욱더 많은 중간착취를 당해왔습니다. 또한 그동안 업체 이름을 바꾸고 사장을 교체하는 식으로 불법도급의 실상을 감추어 왔는데, 실제로 10년 근무한 조합원은 그동안 7번이나 업체 이름과 사장이 바뀌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아무런 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도급업체를 3~4평되는 사무실 하나 달랑 주고 업체 이름만 붙여 하청노동자를 사용해왔고, 임금도 도급업체의 월 임금계산공문을 원청에서 받아 매달 지급해왔던 것입니다. 또한 도급업체의 재산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자재와 사무실을 원청으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고, 사내하청노동자는 모든 업무지시와 통제를 원청 직원으로부터 지시, 보고해 왔습니다.
2 "도둑놈 심보"에 대항한 싸움을 시작하다
그런데도 사측은 자신들의 사용자성을 부인하면서 온갖 탄압을 일삼고 있습니다. 현재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2004년 12월 25일 새벽 ‘직장폐쇄’ 조치와, 2005년 새해 첫날 ‘정리해고’ 조치를 당한 상태입니다. 이에 하이닉스 매그나칩 정문에 천막을 치고 “민주노조 사수”와 “정규직화 쟁취”를 위해 길바닥에 앉아 100여 일 넘게 거대자본과 그 하수인 노릇을 하는 권력과 맞서 생존권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아니 일한 만큼의 대가만을 요구하는 데도 그것마저 거부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생존권 사수를 위한 싸움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고 지금도 어려운 것은 하이닉스 매그나칩이라는 거대 악덕자본에 의한 지역 매스컴의 장님化, 귀머거리化, 벙어리化였습니다. 악덕자본은 거대 자본을 밑천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버렸고, 그로 인해지역민들, 심지어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에 근무하고 있는 원청 직원조차 우리가 왜 매일 정문 앞에서 투쟁을 하고있으며,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저들은 사내교육을 통해 우리의 노동을 하찮은 잡역부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뒤로는 끊임없이 우리를 회유하거나 협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들도 우리가 담당했던 일이 결코 하찮은 허드렛일이 아니며,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없어서는 안되는 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들의 저의는 그야말로 한마디로 말해 “도둑놈 심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3. 비디오 액티비즘의 힘, 새로운 투쟁의 가능성을 열다
그래서 우리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에서는 현재 교육선전팀과 함께 사이버 홍보팀을 만들어 악질 자본에 의해 차단된 지역민들의 눈과 귀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존권 사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고, 권력과 자본의 힘을 빌어 예쁘게 포장된 저 악덕한 하이닉스 매그나칩 자본의 속내를 만천 하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대시민 홍보 유인물을 텍스트 위주에서 스틸 사진을 첨부한 형식으로 변경하고, 사내하청지회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홈페이지를 통한 투쟁 진행상황 전달 및 우리의 생존권 사수 투쟁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매주 금요일 청주시민과 함께하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촛불 문화제에서 노동자 문화패 등의 공연과 함께 사내하청지회 촬영팀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함께 투쟁의 현장에서 찍은 스틸사진을 이용한 슬라이드 영상(BGM을 삽입한 뮤직비디오 형식)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팀이 급조되고(조합원 2인이 각각 촬영과 편집을 담당) 전문적인 장비 및 촬영기술이 부족하다보니 현재의 영상물은 투쟁 현장 보고의 수준입니다.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는 조합원 개인의 장비를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어 사용상의 제약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외부 인력(충북민중의 소리 기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이 촬영팀에 결합해 활동하고 있지만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현장 조합원이 현장 투쟁과 촬영을 더불어 해야하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촬영과 관련된 전문교육)이나 추가촬영(조합활동 이외의 추가 영상작업-조합원 가족 인터뷰 및 필요영상) 일정을 계획하거나 시간을 할애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百聞 不如一見”이라고 아무리 홍보물을 배포하고 호소를 해도 현장의 생생한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 홍보시에도 텍스트 위주로 작성할 때보다 동영상으로 배포된 홍보물은 조회수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이렇듯 눈으로 보여주는 홍보의 효과를 알기에 촬영팀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더구나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일반 조합원들에게 하아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비정규직 투쟁의 과정들을 알려내는 작업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투쟁의 정당성을 알려내는 작업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교육선전, 사이버 홍보 및 촬영팀은 좀더 나은(우리의 투쟁이 정당하고 생존권 사수를 위한-배부른 하소연이 아닌-투쟁임을 효과적으로 시민들에게 각인시켜줄 수 있는)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홈페이지 http://www.hmsanaenoj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