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으로는 99년에 처음 비정규 노동자의 숫자가 50%를 넘어섰으나, 단시간 근로자와 파견노동자, 이주노동자까지 포함하고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하청구조 말단 영세사업장이나 가내공업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현재 불안정 노동자의 숫자는 전체 노동자들의 7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불안정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혹사당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50-70% 수준에 불과하다. 전경련의 2000년도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이 121만 5천 8백원인데 반해 임시직은 68만 3천 8백원(56.2%), 일용직은 70만 2천 7백원(57.8%)에 그쳤다. 부가적인 기업복지 혜택을 감안하면 불안정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불안정 노동은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뿐 아니라, 엄청난 정도의 노동강도를 요구한다. 유해공정에 투입되는 일이 많고, 장시간 노동과 반복되는 동일한 작업 형태, 쉴 틈을 안 주는 노동강도는 노동자의 온갖 건강상의 장애와 직업병을 초래하게 하고, 심지어는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조선산업에서의 하청노동자 산업재해 실태를 보면, 하청업체에서 더 원시적인 형태의 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또한 요양기간별로 원청과 하청의 재해를 분류해 보면, 하청 노동자의 재해 강도가 원청노동자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재해의 비율도 원청노동자가 14.6%, 하청노동자가 33.9%를 차지하여, 역시 하청노동자가 더 높은 재해율을 기록하고 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외에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4대 사회보험 적용율은 절반 수준에도 이르고 있지 못하다. 민주노총 조사에 따르면 4대 보험의 미적용율은 고용보험이 39.2%, 건강보험이 41.3%, 국민연금이 42.6%이며 산재보험은 58.4%에 이르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조사(2000. 2)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 2명 중 1명 꼴로 의료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동자 10명 가운데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노동자는 3명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의 부담을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적, 제도적 보장의 실현이 필요하다. 국가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현행법에서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 대해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해야겠다. 대표적인 예로, 산업안전보건법 예외 조항을 삭제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수행해야겠다. 또한 장시간 노동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잔업에 의존하는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도적 보장의 실현을 위해서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이 필요하다. 중소영세사업장의 조직화 방안으로는 산별노조를 강화하는 것 등의 다양한 방법상의 고려가 필요하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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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김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