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봉필씨, 요양치료 역경기

봉필씨는 부산 모 조선소에서 용접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작업 도중 용접 케이블을 당기다가 뒤로 넘어지면서 1.2m 높이의 난간에서 떨어지는 추락 사고를 당했었다. 당시 봉필씨는 큰 통증이 없고 주위 동료들에게 쪽팔리기도 해서 그냥 있었다. 하지만 집에 가니 허리가 심하게 아프고 다리가 땡기고 엄지발가락이 저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병원을 가서 CT를 찍으니 요추 4-5번, 요추 5번-천추 1번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했다. 회사 안전팀에 가서 얘기하니 치료비 대주고 근태 인정할 테니 공상처리 하자고 한다. 곰곰 생각해보고 있는데 “허리에 문제 있으면 고질병 돼.”라는 동료의 말. 그래서 봉필씨는 노동조합을 찾아가 산재처리 과정을 밟았다. 회사 안전팀에서는 날인을 해줄 수 없다고 하여, 그냥 날인거부로 해서 요양신청서를 넣었다. 3개월 뒤에 승인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봉필씨는 나름대로 열심히 치료를 받으려고 노력했다. 한약이다 민간요법이다 해서 한 달에 들어가는 돈만 30만원이 넘었다. 수영이 좋다고 해서 자기 주머니 털어 수영도 다니고 하루에 1시간씩 헬스장에도 나갔다. 하지만 봉필씨의 몸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도 받지만 의사는 봉필씨 얼굴만 한 번 쓱 쳐다보고는 익숙한 솜씨로 처방전을 써 내려간다. 그리고 주사실에서 주사 맞고 물리치료실에서 초음파 치료기로 20분간 허리를 지지고는 간호사에게 처방전 받아서 약 타는 것이 치료의 전부이다. 봉필씨, 조심스럽게 “다른 좋은 치료는 없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사가 인상을 쓰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금 치료나 열심히 받아요. 다른 방법이 있어도 그건 산재보험 적용이 안 돼서 본인이 돈을 대야 해요.”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긴 하구나 싶어 그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치료실로 가서 20분 동안 전기자극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고작 그 치료받는데 돈을 7만원이나 내라고 했다. “도둑놈들!” 다시 허리를 잘 본다는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병원도 별로 다른 것은 없었다. 그냥 엉덩이 주사 안 주고 허리에 뼈주사 한 방씩 놓아주는 것 외에는.

오늘로 치료를 받은 지 5개월 하고도 3주가 지났다. 한 달 전에 주치의 소견서 받아서 요양 연기를 신청했지만 불승인 받았다. 치료기간이 충분하고 최초 상병에서 악화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태가 고정되어서 요양 연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답변이었다. 요양기간도 이제 1주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저께는 회사 안전팀에서 연락이 왔다. 산재되고 나서는 전화 한 통 없던 놈들이 말이다. “몸은 괜찮아?” 대리라는 놈이 아주 친절하게 물었다. 봉필씨는 아직도 많이 아파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했다. 그러니 그 놈은 그래도 그동안 치료 잘 받았으면 많이 좋아졌을 거라면서 이제 회사에 나와야 되지 않겠냐고, 조금 있으면 승진이 발표되는데 산재로 있는 사람은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봉필씨는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끊었다. 아내에게 상의를 하는데 아내도 회사에서 같은 전화를 받았다고 하면서 일단 회사 다니면서 치료받으면 안 되겠냐고 했다.

오늘 봉필씨는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의논을 했다. “아직 몸이 아픈데 이대로 복귀해도 될까요?” 의사 왈, “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해줄 게 없어요. 이제부터는 당신 정신력의 문제라니까요.”

집에 오기 전에 같은 부서의 친한 형님을 찾아가서 소주를 한 잔했다. 요즘 물량이 늘어서 많이 힘들단다. 그래서 우리 부서에 봉필씨 말고도 1명이 산재로 나갔고, 2명이 공상치료 받는다고 나가서 남은 사람들이 다 골병들겠다고 난리란다. 무슨 뜻인지 알기에, 순간 봉필씨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봉필씨는 외롭다고 생각했다. 봉필씨 주위에 정말 봉필씨편은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본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산재요양 중인 환자가 자살했다는 기사였다. 왜 그 사람이 자살했는지 지금은 봉필씨도 이해가 된다. 아마도 그 사람도 봉필씨만큼, 아니 더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사실 봉필씨는 아직까지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자신의 몸은 옛날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자신이 아프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괜찮다고 한다. 설사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 힘든 일을 어떻게 할 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치지 말 것을...’
봉필씨,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의 별이 보고 싶다.
덧붙이는 말

일터 2005년 4월호/한국노동안전보건 부산연구소 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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