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위원 김소진
1. 들어가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대체계는 장시간 노동시간, 야간 노동시간 증대, 휴식 감소 등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최악의 조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이윤 축적과 유연적인 생산을 위해 ‘주야맞교대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주야맞교대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생체주기 파괴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2004년 상반기부터 울산 현대자동차노동조합에서는 교대근무체계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설문 및 면접, 수면일지 조사, 심박동수 측정 조사를 각 공장별로 실시하였다. 이는 교대제와 장시간 야간노동이 노동자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대안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본고에서는 교대근무로 인한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과, 야간노동으로 인한 24시간 생체주기 파괴가 노동자 건강 및 유병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한다.
2.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주야맞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해 양상
교대제와 장시간 야간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주야맞교대 근무로 인한 건강장해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수면과 관련하여 노동자들은 수면시간의 감소와 수면의 질 저하, 불면증 등 수면장해 양상을 보이게 된다. 주야맞교대 근무를 해온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수면장해의 구체적인 증상을 평가하기 위해 수면일지 조사를 실시하여 노동조건과의 상호관련성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수면시간의 감소
주야근무별 수면시간의 차이는, 주간근무시에는 평균 7.1시간, 야간근무시에는 평균 6.2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주간근무시보다 야간근무시에 수면시간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대가 바뀌는 야간근무 주 월요일에는 평균 5.1시간으로 수면시간이 더욱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2~4시간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44.4%로 많은 노동자들이 수면부적응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2) 주야근무별 수면의 질 차이
주야근무별 수면의 질 차이 호소율은 주간근무시 '나쁘다' 이상의 호소율이 17.4%, 야간근무시에는 31.7%로 2배가량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일요일과 주말에도 '나쁘다' 이상의 호소율이 20% 이상으로 한 주 간의 피로가 축적되는 시점에 특근을 함으로써 주간근무시보다 수면의 질이 더 떨어지고 있었다(표 1).
3) 주야근무별 자다 깬 횟수
주간근무시 3회 이상 자다 깬 횟수는 12.1% 임에 반해, 야간근무시에는 21.8% 로 2배가량 증가하였고, 요일별로 자다 깬 횟수도 주간근무시보다 야간근무시에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수면의 질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주간근무시보다 야간근무시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었다.
4) 주야근무별 심한 졸리움의 호소율 변화
심한 졸리움은 각성도 7~9점의 피로도가 높은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근무시작과 종료시 심한 졸리움의 호소율은 주간근무시보다 야간근무시에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근무 종료시 심한 졸리움의 호소율은 주간에는 12.7%임에 반해, 야간에는 38.5%로 3배가량 높게 나타났는데, 야간에 일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체리듬에 역행하는 것으로 새벽시간까지 졸리움을 참아가며 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수면일지 연구결과는 교대근무로 인한 야간노동이 수면시간을 감소시키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야맞교대로 인한 야간노동이 노동자 수면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강도와 장시간의 야간노동을 줄이는 등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꿔내는 방향으로 교대근무체계를 개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3. 교대제가 24시간 생체주기에 미치는 영향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의 근원은 인체의 내부시계, 즉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된다는 데 있다. 인간은 외부의 24시간 주기에 따라서 내적인 리듬을 맞추어가고 있으며, 이렇게 내․외적 조화가 항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가 정상 에너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건강의 가장 좋은 상태이다. 그러나, 주야맞교대근무 노동자의 경우, 주야맞교대제로 인해 주야가 뒤바뀌어진 생활 때문에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면서 여러 가지 질병과 건강장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주야맞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24시간 주기가 밤 시간표에 맞춰지기 전에 밤에 일할 것을 요구받는다. 즉 주야맞교대제는 정상적으로는 잠자고 있어야 할 밤에 주기적으로 노동자들이 깨어 있도록 강제한다. 이와 같은 수면 활동의 뒤집어진 패턴은 여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주기의 분열로 이어진다. 정기적으로 야간 근무를 요구하는 주야맞교대제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는 단기간 나타나기도 하고 장기간 축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단기간의 영향으로는 작업자의 집중력 감소로 나타나고, 장기간의 영향으로는 근무자의 건강이 위태롭게 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교대제로 인한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는 여러 의학적인 질환의 악화, 즉, 천식․당뇨․간질 등의 악화를 가져온다. 특히 자율신경계(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의 기능도 24시간 생체주기를 따르기 때문에 이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심장혈관계, 혈압 등의 기능에 이상을 가져와 자율신경계의 파괴와 심혈관계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심박동수와 심박동수 변이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24시간 주기의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동안 자율신경계의 변화
야간근무시 주간근무시보다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고,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노동자중에서 각성도가 다른 집단에서의 24시간 동안 심박동수 변이지표의 변화
야간근무시에 각성도가 떨어지는 집단(즉, 매우 졸린 집단)에서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고,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노동자 중에서 노동강도가 다른 집단에서의 24시간 동안 심박동수 변이지표의 변화
야간근무시에 노동강도(육체적 하중)가 높은 노동자들의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 기능이 떨어지고 있고,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주야맞교대제의 장시간 야간노동이 노동자에게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건강 영향의 한 단면을 분석한 것으로, 주야맞교대제 근무가 교감신경-부교감신경으로 대표되는 생체주기를 파괴시킬 수 있는 요인임을 보여 주었다. 주야맞교대근무를 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현상’이 심각하며, 특히 노동강도가 센 집단과 작업시에 심하게 졸리움을 호소하는 집단, 즉 이미 수면장애가 심각하게 드러난 집단에서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주야맞교대근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하여 주야맞교대제 철폐, 야간 노동시간의 철폐 및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작업속도 증가 저지와 노동인력의 확보)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4. 주야맞교대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유병률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에서 교대근무 노동자들은 특히 12시간 맞교대근무를 하면서 야간노동으로 인해서 건강장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그 심각성과 규모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최근 들어 자동차공장이나 야간근무 노동자들에게서 뇌심혈관계 질환의 증대 등이 많이 보고되고는 있으나, 이러한 질병들과 야간노동과의 연관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많지 않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1998년~2003년까지의 의료이용 자료를 중심으로 주야맞교대근무 노동자들의 야간노동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병들의 발생률과 유병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간보다는 야간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서 유병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야간에도 일을 하는 맞교대 노동자에게서 대체적으로 유병률이 더욱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주야간 맞교대근무 노동자들의 유병률이 높은 질환은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계, 소화기계 질환, 손상, 간장 질환, 당뇨, 정맥혈류 질환 등이어서 기존의 문헌조사 등에서 보고된 바와 같이 주야교대근무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들이 현대자동차 주야맞교대 근무 노동자들에게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 나가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에 관한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주야맞교대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생체주기 파괴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장시간의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의 문제는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결할 수 없는 ‘끊임없이 굴러가는 쳇바퀴’처럼 보인다. 지금이라도 야간노동으로 인한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과 삶의 질 저하 등으로 나타나는 자본의 쳇바퀴를 멈추고자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한, 노동자의 건강한 미래는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