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돌아보기와 맞서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김인아

어느덧 낮의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6월이 왔다. 각 현장이 임단투로 바빠지는 지금, 울산/청주 등 곳곳에서 투쟁의 불길 역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불안정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 땅 노동자들의 분노는 하늘의 태양이 무색할 지경이다. 뜨거운 여름을 달구며 전투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울산 플랜트의 요구안을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그것이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에 불을 당겼던 전태의 열사의 요구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에 한 번 놀랐고, 플랜트 동지들의 주요 요구 중 ‘산업안전보장’이 들어가 있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사실 이런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작년 4월 삼양제넥스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로 3명의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10월에는 한국바스프 유화공장 폭발사고로 조합원 5명이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하루 8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어가는 지금의 현실이 플랜트 동지들에게는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현실은 이렇게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와 자본은 ‘나이롱 환자’ 운운하며 산재보험의 합리화와 효율성 강화라는 명목하게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중심으로 이데올로기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고, 심지어는 ‘가짜 산재환자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인정기준을 통해 진입의 장벽을 높게 친 데 이어 요양처리지침을 만들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환자의 무분별한 전원을 억제하여 적정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장기요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원 사전승인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집단민원이면 무조건 사진을 찍어두라”는 지침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 노동보건운동 진영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정권과 자본의 체계적이고 ‘합리’를 가장한 공격 속에서 우리의 전선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를 지난 4월 사업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총연맹에서 노동보건 관련해서 하는 사업 중 거의 유일무이한 것이 4월 사업이다. 4월은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은 1988년 7월 2일 당시 15살의 노동자 문송면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90년 시작된 7월, ‘산재 추방의 달’ 행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4월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활동이 집중되는 기간이다. 1998년 4월 28일 화재로 사망한 188명의 태국 장난감 공장의 노동자들을 기리는 것으로 시작된 촛불 추모 행사는 캐나다, 태국, 타이완, 브라질, 포르투갈, 도미니카공화국, 페루, 아르헨티나, 버뮤다, 파나마 등에서 법정기념일로 정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었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살해된 전 세계 수많은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천명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것이 4월 행사인 것이다. 이러한 4월 행사의 뜻을 기리기에 이번 총연맹의 토론회, 현장별 선전전, 촛불 행사들은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총연맹의 기획과 별도로 지역에서 현장에서 실천적인 투쟁을 전개하였다. 광주에서는 불이익 사례를 모아 근로복지공단에서 농성투쟁을 진행하였고, 창원에서도 천막농성을 진행하였다. 이런 지역의 투쟁들이 전국화되지 못한 한계는 안타깝지만, 지역에서의 문제인식을 더 크게 받아 안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특집은 지역의 사례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이후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제 4월을 선언으로서의 건강권 쟁취가 아니라 실제로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대중 실천의 기획과 전면적 이데올로기 공세의 장으로 만들고 실천적 ‘예방’투쟁을 현장에서 시작하는 것, 그 정신과 모범을 이어 올해 하반기를 준비하는 것이 이번 특집에 담긴 의도이다.

지난 4월 투쟁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뼈아프게 반성하며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자. 그나마 있는 보장성을 줄이고 산재환자들을 탄압하려는 저들의 음모에 공통된 목소리로 전선을 치고 하반기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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