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조합원 신애자
(편집자주)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는 회사측의 노조탄압으로 4년째 장기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소박한 투쟁을 시작한 조합원에게 철저하게 감시, 차별, 그리고 해고 등을 동원한 탄압으로 일관해왔습니다. CCTV 감시, 대화 녹취, 감시 자료를 고소고발 자료로 활용, 조합원 부당전환배치, 상여금 지급 차별, 임금인상 차별, 부당해고, 중노위 복직판결 거부 등 4년간 벌어진 하이텍의 노조탄압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찰 정도입니다. 결국 계속된 노조탄압, 감시, 차별로 지회 조합원 13명 전원은 지난 5월 10일 ‘우울증을 수반한 적응장애’라는 평소 들어보지도 못한 정신질환으로 산재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힘겨운 4년이었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더 힘찬 투쟁을 하고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동지들의 투쟁에 많은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이하 하이텍) 지회 조합원 신애자입니다. 저는 1987년 입사해 지금까지 하이텍에 몸담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과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감당하기 힘든 과정에서는 좌절과 절망을 느끼며 스스로의 목숨까지도 버려야 하는 상황도 알게 되었습니다.
2002년 임금인상투쟁을 시작하면서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을 말살하겠다’라는 의지로 위원장 단식이 32일째에도 합법적인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며 파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단식을 풀어라, 농성천막을 걷어라’ 는 단서조항을 내걸며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일관했습니다. 급기야는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 일을 하려 하면 관리사원들을 동원하여 생산출입문을 막고 폭력으로 이를 막았습니다. 또한 점심시간에는 ‘일을 하지 않았으니 밥도 먹지 말라’며 식당 정문을 쇠사슬로 잠그고 식당 후문에 관리사원들을 배치시켜 조합원들을 뺀 나머지 인원만을 통과시켜 조합원에게는 밥도 주지 않는 행태들을 보였습니다.
10여년이 넘는 시간을 이 회사에 몸담고 일을 했는데 단지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고 한 것 밖에는 한 일이 없는데 이렇게 폭력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관리사원들을 동원하여 일도 못하게 하더니 밥도 줄 수 없다는 회사의 태도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 당시에 임신한 상태이고 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회사의 태도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6개월 동안 직장폐쇄로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한 사람의 임금으로 생활을 해야 되고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11월 현장에 들어가면서는 회사 측의 계속되는 징계 시도로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고,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가서도 징계에 대한 부담은 계속되었습니다. 출산 후 몸조리를 할 때 해고자 5명이 발생하면서 나도 해고가 될 것이라는 불안을 떨치기가 힘들었고, 동생마저 해고자 명단에 포함되어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육아휴직 후 현장에 복귀하자 바로 회사는 징계한다는 공문을 보내왔고,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고자 5명 전원 복직을 해야 한다는 판결로 더 이상 징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복귀해 일을 하는데도 관리자들이 조합원 라인을 따로 만들어 놓고 직장 내 왕따 분위기로 조합원들을 대했습니다. 조합원라인을 맴돌며 감시를 하고 이에 항의하면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말을 마구 하며 일을 하는데도 괜히 트집을 잡았습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무슨 건수라도 잡은 냥 큰소리로 일을 못한다는 등 조합원들을 윽박지르고 녹음기를 주머니에 갖고 다니며 조합원들이 실수로 하는 말들을 녹음시켜 조합원들을 위축시켰습니다.
회사는 현장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카메라 렌즈를 조합원 라인에 맞추어 놓고 조합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해 왔습니다. 또한 CCTV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신문지를 붙이는 조합원의 행동까지도 불법으로 매도하며 경고장을 보내는 행동을 했습니다. CCTV가 우리의 행동을 얼마나 위축시키는지. 현장 CCTV를 철거했는데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CCTV가 눈에 들어오면 괜히 열이 오르고 화가 나는 상태에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손배청구 소송이 조합원 8명에게 각 2억씩 들어와서 정말 앞으로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과 더불어 회사 측의 악랄한 모습에 다시 한번 치를 떨게 됩니다.
2002년 임금인상안이 높다라며 회사가 노조를 말살하려고 덤벼들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싸움인데 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마나 된다고 2억이라는 금액을 청구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더 이상의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싸움이 우리의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끈질기게 싸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