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위원 콩아줌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로 운동할 필요가 뭐 있나, 가뜩이나 바빠 죽겠구만.’하고 생각했습니다. 한두 해 전부터 체중은 계속 늘어나고, 올해 들어서는 부쩍 어깨, 허리가 자주 아파왔지만, ‘다 그런 거지, 뭐...’ 하고 넘겨왔지요.
그런데 몇 달 전 어느 일요일, 동네 어귀에 산책을 나갔을 때의 일이예요. 개천을 따라 슬슬 걸어가다 보니 애들도 뛰고, 아가씨도 뛰고, 할아버지도 뛰길래, 저도 한 번 뛰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몇 년 만에 뛰어보는지 기억도 나지 않으니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슬금슬금 뛰어봤지요.
앗! 그런데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대충 눈짐작으로도 채 50미터를 뛰기도 전인데, 심장이 터질 것처럼 힘든 거예요. 전력 질주를 한 것도 아닌데 50미터를 슬금슬금 뛰지도 못할 정도로 내 몸이 어느새 이렇게 무기력해졌을까요. 그러고 보니 요샌 집회를 해도 거리 행진이나 가투가 없다보니 그나마 뜀박질해 볼 기회조차 없어서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거죠. 좌우간, 그 때 생각했습니다. 더 망가지기 전에 운동을 좀 해야겠다구요.
특히 30-40대 여성들은 따로 운동을 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가사 노동이나 직장 일만 해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떻게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엄두도 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웰빙’이다 ‘몸짱’이다 여기저기서 떠들지만, TV나 잡지에서 소개하는 방법은 팔자 좋은 남의 얘기 같기만 하구요. 그래서 이번 노동자 건강상식에는 콩아줌마가 하려고 하는 운동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무슨 운동을 하냐구요?
사실 막상 마음은 먹었는데, 무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러 다닐 수도 없고, 취미로 하는 스포츠도 없으니 말입니다.
난감했지요. 주변에 누구 물어볼 사람도 없고 말입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남들에게는 운동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해왔으면서, 정작 제 자신은 어떻게 운동을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하더라구요. 하지만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할 때는 왜 하려고 했는지, 목표와 동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것이 도움을 주더군요.
내가 왜 운동을 하려고 했더라? 아, 맞아. 조금만 뛰어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어깨와 팔꿈치 통증이 자주 생기는 문제 때문이었지. 그럼 심장을 튼튼하게 훈련시키고 상체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야겠구나... 그래서 심폐기능에 좋은 걷기 운동과 상체 근육 강화를 위한 아령 운동을 하기로 했어요.
걷기 운동은 이렇게 하려구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등산이나 달리기를 하고 싶지만, 산에 다닐만한 시간이 좀처럼 나지를 않고, 50미터도 달리지 못하는 몸으로 달리기는 너무 과욕인 것 같더군요. 그래서 걷기로 한 거예요.
우선 평소 돌아다닐 때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걷습니다. 늘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가능하면 한 정거장이라도 먼저 내려서 걷는 거리를 늘려보는 거예요. 그러려면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지요. 그리고 느릿느릿 걷는 것은 심폐기능을 강화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답니다. 조금 숨이 차다는 느낌이 들도록 걸어야된대요.
또 한 가지 방법은 짬이 날 때마다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겁니다. 가령 꾸벅꾸벅 졸면서 TV를 보곤 했던 일요일 저녁 때 한 시간이라도 집 밖으로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해보는 거지요. 아니면 저녁밥을 먹고나서 시시한 오락 프로그램을 보느니, 한 시간이라도 땀나게 걸어보자는 겁니다.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에서 가능하면 단 한두 층이라도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운동 방법입니다. 계단에서는 앞으로만 다니지 말고 한 층은 앞으로, 한 층은 오른쪽 옆으로, 또 한층은 왼쪽 옆으로 오르내리면 더욱 고르게 근육 운동을 할 수 있구요. 하지만 무릎에 이상이 있는 분들은 무리해서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근육 강화 운동은 처음이예요.
목부터 팔꿈치까지 종종 통증을 느낀다면 근육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는 신호랍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따로 근육 운동을 해본 일이 없어요. 근육 강화 운동은 정확한 방법을 알고 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하면 아무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자칫 다칠 수도 있거든요.
다행히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니 상체 근육 운동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 중에서도 헬스클럽에나 있을 법한 운동 기구들을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법을 몇 가지 찾아보았어요.
아, 우선 아령을 준비해야겠더군요. 근육을 강화하려면 근육에 적절한 무게를 실어주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근육 강화 운동을 영어로 웨이트-트레이닝, 즉 무게 훈련이라고 하나봐요. 집을 뒤져보니 아령이 하나 있기는 한데, 남편이 쓰던 것이라 저에겐 너무 무겁더군요. 그래서 저는 집 근처 할인점에서 1Kg짜리 조그만 아령을 한 쌍 샀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여성들은 1-1.5Kg짜리 아령이 적당하다고 하더라구요.
아령을 들고 근육강화 운동을 해볼까요?
우선 간단히 목, 어깨, 손목, 허리, 무릎, 발목을 돌려서 관절을 풀어주세요. 준비물은 의자(등받이가 없는 것이 좋습니다)와 아령, 두 가지입니다.
먼저 어깨 운동입니다. 의자에 똑바로 앉아 허리를 곧게 펴고, 두 발은 바닥에 닿도록 합니다. 양손에 아령을 하나씩 어깨 높이로 들고 있다가 만세를 부르는 것처럼 천천히 위로 들어올리세요. 꼭대기에서 잠시 버티다가 다시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몸을 뒤로 젖히거나 아령을 든 손을 앞뒤로 흔들지 않도록 신경 쓰셔야 해요.
다음에는 팔을 구부리는 힘을 만드는 이두박근 운동입니다. 뽀빠이처럼 팔을 힘주어 구부릴 때 튀어나오는 ‘알통’이 바로 이두박근이예요. 손바닥이 앞, 손등이 뒤를 향하도록 아령을 쥔 채 팔을 아래로 곧게 펴고 있다가 천천히 팔꿈치를 구부리면서 앞으로 들어올리는 겁니다. 구부린 채 잠시 버티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팔을 흔들흔들 하지 말고 팔꿈치만 구부렸다 펴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는군요.
이두박근과 마주보고 팔 뒤쪽에 있는 근육이 삼두박근입니다. 머리 위로 팔을 쭉 펴고, 손바닥이 위로 향한 채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겹쳐서 아령을 듭니다. 아령이 뒷목까지 내려올 때까지 천천히 팔꿈치를 구부렸다가, 잠시 버틴 다음에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면 되지요. 이때 주의할 점은 팔꿈치가 옆으로 벌어지거나 팔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팔이 양쪽 귀에 닿을 듯이 가깝게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하지요.
자기 일상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게 진짜 운동이지요.
이 정도 운동이라면 아마 가장 낮은 수준의 운동 프로그램이겠지요. 저와 비슷한 완전 초보자들에게나 적합한 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저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에게 아주 획기적인 변화일 거예요.
아무리 가벼운 수준이더라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굳은 각오나 풍부한 지식이 있더라도 정작 운동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겠지요. 우선 시작하고 보세요. 분명히, 오늘은 이런 이유, 내일은 저런 까닭으로 운동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겁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정도의 운동도 꾸준히 할 수 없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해보게 될 거구요.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특히 30-40대 여성이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자기를 위해 단 10-20분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삶의 조건을 꾸준히 바꾸어 나간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운동의 의미, 몸을 바꾸는 것보다 더욱 큰 의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