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특집3]근로복지공단? 자본복지공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해미

근로자의 행복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다?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의 첫 화면은 파란, 너무나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젊은 남성과 아이의 환한 미소와 ‘근로자의 행복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행복을 위하기는 커녕, 건강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노조탄압을 하는 악질 자본복지공단일 뿐이다. 작년, 공단과 노동부는 근골격계 인정기준과 요양업무처리지침으로 산재에 대한 인정도 치료도 어렵게 만드는 정책들을 적극 도입해서 본분을 망각한 정책들을 남발했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가짜 환자 신고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노동재해를 인정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과격집단민원'으로 정의하고 관할 경찰서와의 유기적 협조체제 하에 CCTV와 카메라를 가지고 고소/고발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이게 정녕 근로자의 행복을 위한다는 공단이란 말인가?

근로복지공단의 만행은 주~욱 진행됩니다.

1999년의 일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허리가 아픈 재해노동자를 일방적으로 요양 종결시켰고 이를 비관한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것이 155일의 근로복지공단 앞 천막농성으로 이어진 이상관 투쟁이다.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작태는 21세기에도 여전하다. 울산에서는 불승인 사유를 듣고자 찾아간 노동자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고, 창원에서는 재해조사도 하지 않고 불승인을 내고 부서이동 기간에 요양연기를 신청한 노동자에게 결과 확인을 제대로 해주지도 않았다. 광주에서는 지게차에 허리를 치어 한 달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노동자에게 보름간의 통원치료만을 인정해 주었고 진주에서는 요양 중인 노동자에게 취업해서 돈을 벌라며 휴업급여를 주지도 않았다. 대전에서는 노동자의 증상과 상관없이 무리하게 수술을 권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증상고정 상태라며 치료를 종결할 것을 요구했다. 작년 ‘검토 중'이라던 인정기준을 적용해 로템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직업병을 인정해 주지 않았고, 최근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의 노조탄압으로 인한 정신 질환을 “발병 사실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 아닌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전원 불승인 결정을 내렸고, 이에 면담을 요청한 조합원들에게 “니들이 깡패집단이지 노동운동하는 인간들이냐"는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행사했다. 방방곡곡에서 근로복지공단의 만행은 다 이야기하기에도 숨찰 만큼 벌어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앞에는 다시 노동자들의 분노가 모이고 있다.

‘혁신우수사례'? ‘탄압우수사례'!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정부로부터 ‘혁신우수공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뭘 그렇게도 ‘우수'하게 ‘혁신'한 것일까? 2003년 10월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며 분신한 이용석 열사의 죽음 이후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악순환에 몰아넣은 것이 혁신일까? 노사갈등으로 다친 경비원들에게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고, 구상권 차원에서 금속노조에 급여금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한 게 혁신일까? 아니면, 노동조합의 총회에 대해 방용석 이사장이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제목으로 쓴 글을 띄우고, ‘공기업 노조가 순수성을 잃었다'고 이야기하며, 대구본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반대 집회로 집행간부 15명을 징계하는 것이 혁신인가? 1970년대 원풍모방 노조 위원장으로 노동운동의 대선배임을 자임하는 것은, 김대중 정부시절인 1999년 15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개혁을 이야기한 것은, 이상관 동지의 자살을 인정할 것을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강력하게 이야기한 것은 바로 지금의 현 이사장이다. 그러던 그가 노동부장관을 거쳐 근로복지공단의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근골격계로 고통받던 여종엽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것이 혁신인가?

본분을 망각한 자본복지공단을 규탄한다!

지금의 근로복지공단은 본분을 망각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한편,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자본복지공단에 불과할 뿐이다. 말썽 많은 산재환자들을 철저하게 관리해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노동운동가로서의 경력을 빌미로 노동운동의 탄압에 앞장서고, 재해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6년만에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분노를 담아 노숙농성에 나섰다. 비단 지금의 분노는 하이텍 노동자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하이텍 노동자들에 대한 불승인을 철회하고, 지금의 기만적 작태들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진정 노동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지 않는 이상 전국의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포수가 되어 공단의 목을 겨눌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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