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터이야기]"노동자도 깨어 있어야 해요!"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지부 삼경가스지회

[05/8월/일터이야기]
“노동자도 깨어 있어야 해요!”
-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지부 삼경가스지회

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霖
사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박지선



복날이 머지 않아서 그런지, 비가 내리려 그러는지 거리가 온통 후끈거린다.
한 낮의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 거리는 걸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사거리 한 귀퉁이에 위치한 주유소(?)다.

‘바퀴라도 달고 올 걸’
차 없이 들어서는 낯선 이에게 모아진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2층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섰다. 숙소였던 방 한 칸을 사무실로 꾸며 놓아서였을까? 늦은 밤 집에 돌아 온 느낌이었다.

우리 모이던 날!

“매년 1월 1일에 임금이 인상됐어요. 전무가 사업장 전체 관리를 하고 있으니까 그 사람을 찾아가서 임금 좀 올려달라고 얘기했죠.”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지회장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고... 2002년 4월에 숙소와 식당을 다시 깔았어요. 공사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회사에서 인근 식당을 정해 놓고 식권을 발급해 줬어요. 근데 임금 올려달란 얘길 했었다고 식권을 주면서 아니꼽게 굴거나 주지 않기도 하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이거 도저히 안 되겠다. 사직서를 다 써라... 아침에 나와 가지고 다 모여라 해서 '사직서를 오늘 저녁 7시까지 다 가져와라. 안 가져오는 사람은 알아서 해라' 했죠. 그래서 한 80%를 받았어요. 그 날 저녁에. 그 다음날이 토요일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그것도 무기라고... 가지고 찾아갔죠. 근데 그 날, 전무가 상(喪)이 있어서 일찍 퇴근했더라구요. 그래서 실상 그걸 써보지는 못하고, 그 참에 바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어요.” 뭐가 그리 쑥스러운지 지회장은 간결하게 이야기했다.

여기 주유소 맞나요?!

“저희들 일하는 게 2가지입니다. 가정용 프로판이 있고, 차량에 넣는 부탄이 있어요.”
이런... --; 주유소처럼 생겨 주유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가스충전소였다. 그러고 보니 들어서는 입구에 ‘삼경가스’라 쓰여 있었다.

“저는 5톤 운전기사인데, 한 마디로 판매소에 충전된 가스를 납품하는 일을 하는 거죠.”
2년 정도 이 일을 했다는 장효식 조합원의 설명에 따르면 작은 가스통은 22Kg, 큰 가스통은 42Kg정도 된다고 한다. 거기에 가스를 충전하면 무게는 배로 나가게 된다며, 한 번 나갈 때 20Kg짜리 통을 100-130개 정도 싣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옮기는 과정에서 손목, 허리, 어깨 등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 한다. 더욱이 지금은 여름철이라 비수기이지만 성수기가 되면 더 많은 물량을 납품해야 하고 겨울철에는 사고의 위험이 항상 있다니 노고가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여기는 모두 다 아픈 상황이에요. 산재 들어가면 다 들어가야 할 걸요. 그래도 5톤 운전기사가 나아요. 밤에는 근무를 안 하니까. 근무 시간을 보면 주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고, 야간은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하니까. 충전원들은 주․야 맞교대를 하거든요. 더군다나 언제 충전할 차량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항상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죠.” 몸이 힘든 것도 문제지만 스트레스 받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며 말을 잇는다. “5톤 운전기사는 일요일에는 쉬거든요. 그런데 충전원들은 공식적인 휴일이 없어요. 가정용 충전은 그렇다 쳐도, 차량용은 365일 돌아가야 하니까. 택시가 충전하는데 일요일이라고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충전원들 같은 경우에는 서로 돌아가면서 원하는 날짜 박아서 쉬고 그래요.” 한 달 평균 5일 정도의 휴무가 주어지며 야간에는 3명이 근무하는데, 서로 돌아가면서 교대로 근무한다고 했다.

넘어야 할 산(山)들!

“저희는 명절에도 일을 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아픈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1년도 못 버티고 회사를 그만두는 일도 많았어요.”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누구 하나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일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아파도 마음놓고 쉬거나 산재신청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동종업계에서도 충전원들의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이를 회사에서 악용해 충전원이 입사할 때 퇴직금 포기각서 같은 걸 받아두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충전원들을 쥐어짜 가지고 중간 관리자들 배부르게 한다’는 지회장의 말이 생각났다.

“제가 여기 다닌 지 10년이 되었는데, 제가 일을 관두면 자리가 비니까 다른 사람이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임금이 거의 비슷해요. 저희들 근속수당이 1년에 8,000원씩인데 그것만 차이가 나는 거죠. 충전원들의 경우에는 기본급이 695,400원이에요. 결국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거죠.” 기본급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각종 세금을 떼면, 실 수령임금이 한 달 평균 80여 만원에 그친다며 지회장은 임금 문제를 호소했다.

“아웃소싱, 용역이 거의 대부분이에요. 2000년부턴가 해서 소사장제가 진행되었어요. 전국적인 추세가 다 그래요.” 현재 삼경가스의 사장도 삼경가스를 포함해 3개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만 대표이사는 모두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삼경가스에서 일하던 탱크로리 운전기사 중 2명은 다른 사업장의 용역으로 배치되었다고 한다.
“도시 가스와 LPG의 경쟁력을 보면 LPG가 상당히 처져요. 공급도 그렇고 사람들 인식도 그렇고. 그러다 보니 LPG 납품 물량은 주는데 소사장들은 많아지고 그러니까 결국 조금 있는 거 찢어먹기식인 거죠. 장기적으로 보면은 고용보장이 문제가 되는 거예요.” 장효식 조합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회장은 “저희는 비정규직 같은 정규직인 거죠.”라는 말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일반적으로 정규직하면 임금 높고, 복지 잘 되어 있고, 고용이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들은 임금도 낮고, 복지도 안 되어있고, 일이 쉬운 것도 아니고 좀 그렇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거짓말하면 안 되죠.” 씁쓸한 웃음 뒤의 설명이다.

희망을 말하자!!

“작년에 인원이 줄어들었어요. 협상을 하면서... 17명에서 16명으로 줄어든 거죠. 그래서 저희가 9월 초에 보충교섭을 할 예정이에요. 일단은 임금보다는 인원이 되어야 우리도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지회장은 짧게 교섭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동조합이 있는데 니들 임금이 그것 밖에 안 되냐, 복지가 왜 이 모양이냐 그러면 사실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 조합원 수도 그리 많지 않지만 함께 모여 이야기 할 수 있는 통로가 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의지를 표현 한 것이리라.

“2003년 직장폐쇄 저지투쟁 때, 4시간 동안 전면파업을 했었거든요. 근데... 충전소란 곳이 사람들이 급할 때 찾아오고, 필요할 때 충전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파업 중이고 그러면 불편하니까 다시는 안 오게 되거든요. 결국 손님이 없어지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건 결국 우리 목을 우리가 조르는 식이 되는 거예요.” 잠시 말을 주춤하던 장효식 조합원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노동자도 깨어 있어야 해요. 정치권 내 노동자의 힘을 키워야 뭔가 바뀌지 않겠어요?” 현재 민주노동당을 보며 아직 힘이 없어서인지 제대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 본다며, 더 많은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고...
자신부터 내년에는 가족들이 민주노동당을 찍을 수 있게 하겠다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할 소리를 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라는 말로 다시금 각오를 다지듯 이야기를 마쳤다.

‘텅... 텅... 텅...’
가스통을 내리는 소리가 마치 경종을 울리듯 돌아서는 순간에도 쉼 없이 울렸다.
‘나의 일은 무엇이고, 어떤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생각을 멈추지 말라는 경종이 쉼 없이 울.렸.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