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엔텍지회
엔텍지회 교육선전부장 성한옥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사람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산다는 게 이 나라에선 왜 이다지도 힘이 든단 말인가? 왜! 왜! 왜! 도대체 무엇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이기에 다들 어렵다, 힘들다, 막막하다하는 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치는 것인가? 내 주위에서만 이러는 것일까? 아니다. 일부 부유한 자본가 외에는 한 목소리다. 부모 잘 만나서, 아니면 어떤 행운으로, 아니면 머리가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서 노동자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좋든 싫든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x+y=10이라고 두고, x=자본가의 몫, y=노동자의 몫, 10을 나눠 가져야 할 돈으로 보자면, 여기서 인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 것도 내 것이오 네 것도 내 것”이라. 아! 바로 인간본능의 욕심이 표출되는 순간이다. x가 7이면 y는 3이 된다. 자본가는 되도록이면 조금이라도 안 주려하고 노동자는 어떻게든 더 받아내려고 하니 아~ 슬프도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런데 힘없고 나약한, 사회적으로 약자인 노동자가 크든 작든 그 자본에 맞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환경에 내동댕이쳐져 있으니 우리 노동자의 앞날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자본가에 눌려 시키면 시키는대로 장님처럼 벙어리처럼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살아야만 한다면, 이 대한민국의 노동자들 하나하나마다 가슴 속에 쌓인 한과 분노는 무엇으로 보상받고 무엇으로 치료될 것인가? 정녕 이 길밖에 없는 것인가? 다른 길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또 다른 길이 있는 것이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현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회사의 앞날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훌륭한 결과가 나오면, 각자 맡은 바와 일 한 바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한다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악덕자본가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니 노동자인 우리만 힘들어서 허덕이고 있다. 자! 그러면 이렇게 힘들어하고만 있을 것인가? 내게 닥친 현실이 아니라고,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안 된다. 정녕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뭉쳐야 하고, 단결해야 한다. 우리 노동자끼리 똘똘 뭉쳐 그 어떤 자본과도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뭉쳤다. 지난 4월 6일 엔텍지회를 설립하고 70명이 넘는 조합원으로 시작했지만 회사의 갖은 탄압, 회유, 협박으로 34명의 조합원만 남았다. 우리 조합원들, 특히 여성조합원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눈물이 안 나는 사연이 없다. 그러나 박유재 회장이라는 거대 악덕자본가는 10년, 15년 이상 장기 근속한 여성 조합원들에 대한 일말의 가책도 없이 이들을 길거리로 내동댕이쳤다. 하늘이 울고, 땅도 울고, 산천초목이 통탄했다. 죄가 있다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경기가 좋으면 ‘바쁜데 다음에 얘기하자’, 불경기면 ‘경기도 안 좋은데 무슨 얘기를 하냐’하면서 이 순진한 노동자들을 18여년이나 야금야금 갉아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히 일어섰다.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는, 정말 천길 벼랑 끝으로 몰린 심정으로 엔텍지회를 설립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어떤 바윗덩어리보다 더 단단하게 뭉쳐 거대자본가와 맞서 조금도 물러섬이 없이 투쟁하고 있다. 사람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고들 한다. 이 말을 72살인 박유재회장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그 때, 정말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후손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삶을 사시라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 엔텍지회 노동자들은 끝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끝으로 ‘이 땅엔 아직도 법과 질서가 존재하는구나’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성공적으로 임단협을 쟁취할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충북 영동에 위치한 (주)엔텍은 주방기구인 후드를 생산하는 업체이며 2천억원이 넘는 매출로 유명한 주방기구 전문 생산업체인 '에넥스'의 박유재회장이 64%의 지분을 갖고 있고 그의 셋째 아들이 대표이사로 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엔텍지회는 64만원이라는 최저임금을 간신히 턱걸이한 지독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강도 높은 현장통제 등 열악한 작업환경에 시달리다 지난 4월 5일 설립된 신규노조이다. 설립하자마자 사측은 노조 탄압을 시작하였으며,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관계자들의 정문출입을 봉쇄하고, 몸져누운 지회장에 대해서는 무단결근 징계를 예고했으며 노조와 상의 없이 '연장근로 동의서'를 배포하기도 하고 대전충북지부와 엔텍지회 교섭위원들을 고소했다. 사측은 교섭권을 충북경총으로 위임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하였으며 교섭기피에 대해 엔텍지회는 천막농성, 거리투쟁과 1인시위로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