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연속기획] 산재보상보험제도를 말한다

3. 정부와 자본의 산재보험 개혁 방안

[05/8월/연구소 리포트]
1. 사회보장의 발전 역사
2. 산재보험 관련 노동보건진영 대응 역사
3. 정부와 자본의 산재보험 개혁을 위한 방향과 대응
4. 산재보험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쟁
5. 산재보험 개혁의 방향과 과제

연속기획 : 산재보상보험제도를 말한다
3. 정부와 자본의 산재보험 개혁 방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위원 김형렬



정부와 자본은 산재보험 개혁에 적극적이다.

지난 3월 정부는 제2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을 위해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최근 들어 보험급여지급액이 급증하는 등 산재보험의 재정문제를 우려하는 자본의 문제제기와 실제적인 요양의 질 향상을 주장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요구, 처리절차의 복잡함과 직업병 인정의 높은 장벽으로 인해 지속적인 문제를 지적받고 있는 보험자 개선의 필요성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전반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수세에 몰려 일부 내용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대대적인 개편의 방향제시와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고자 마음먹은 듯 하다. 경총은 보다 공격적이다.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으로서의 성격을 부정하고 사용자 책임보험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며, 다른 사회보험의 취약성을 산재보험으로 메꾸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엄격한 직업병 인정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불필요한 요양기간을 강제적으로라도 단축하고, 과도한 급여 규제를 통해 요양장기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산재보험을 민영화하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40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그 발전의 내용은 전적으로 적용의 확대와 보상 위주로 진행되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할 당시 5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던 한계를 2001년부터 1인 이상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기에 이르렀고, 급여의 내용도 휴업급여를 70%까지 확대하거나, 간병급여를 신설하고, 재활급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과히 상당한 진전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양의 실제 내용에 있어서 여전히 많은 문제와 심지어 별다른 진전이 없음을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재활과 복귀의 문제, 요양의 질 등에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정부는 직업병 인정기준에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으며, 보험자의 까다로운 행정절차 강요 등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산재보험과 관련된 핵심적인 논의를 이루지 못한 채 산재보험을 둘러싼 쟁점의 형성이 여전히 인정기준과 절차의 문제로 놓여지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판단하는 산재보험의 문제점

정부도 산재보험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산재보험의 문제를 크게 재정의 문제, 비효율성의 문제, 요양내용의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1) 산재보험 재정불안 및 확대의 원인으로서 요양장기화, 휴업급여

앞서 말했듯 그동안 산재보험의 발전방향이 적용확대와 보상위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재해자수 증가, 요양기간 장기화, 연금수급자수 누증 등으로 매년 보험급여 지급액이 급증(최근 3년 평균 17.9%)하여 보험재정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현행 재정방식이 매년 필요한 재정을 사업주에 부과하는 방식이므로 보험요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사업주에게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능한 재정을 늘리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산재보험의 주요한 문제점 역시, 이러한 재정 증가의 원인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로 요양기간의 장기화를 꼽고 있다. 요양기간의 장기화를 조장하는 제도로 과도한 휴업급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고, 대기업 등에서 지급하는 단협을 통한 임금보전 역시 요양기간 장기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사고하고 있다.

2) 산재보험 운영의 비효율성

보험자인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관리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산재심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산재발생과 관련해 다양한 환경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로운 직업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동안 노력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해급여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시도 역시 효율성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는 내용이다. 휴업급여를 포함해 보험급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효율성 제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급여체계개선 방향에는 국민연금과의 중복급여문제, 연령 증가에 따른 급여삭감문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3) 재활서비스 확대, 적용 확대

그동안 재활서비스 및 작업장 복귀와 관련된 꾸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화 시켜내지 못했음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서비스의 재원과 내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재활의 문제를 중증 장애의 재활로 축소하여 사고하거나, 이들의 직업재활로 국한시키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재해 노동자들의 직장복귀의 문제, 즉 치료적 작업복귀와 같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아직 제기하고 있지 않다. 또한 특수고용직 등의 적용확대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산재보험 개혁방향의 핵심

위에서 제시한 평가를 토대로 혁신의 기본 방향을 잡고 있다. 우선 산재노동자에 대한 신속․공정한 보상,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전반의 혁신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수고용직 등을 포함하여 지속적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양질의 의료재활서비스 구축, 조속한 사회복귀를 추진하며, 과도한 급여체계 특히 휴업급여체계를 개선하고, 재활급여를 검토하고, 보험관리운영의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재해발생, 요양, 재활의 과정에 상담서비스를 실시하여 실제 요양의 질을 관리하며, 표준요양기간 제시, 요양․재활절차의 표준화․객관화를 통해 요양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의료기관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요양기간이 증가할수록 휴업급여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휴업급여의 과도한 지급으로 인한 요양장기화를 막고, 이를 줄임으로써 실질적인 요양기간의 단축을 이루어내겠다는 게 주된 개선의 방향인 듯하다. 실제 경총에서 제시한 ‘단협을 통한 추가 휴업급여 억제 방안’을 요양기간 단축의 주된 방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 외 구체적인 논의 과제로 책임준비금제도 개선, 업종분류체계 개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방안, 보험급여체계 개선, 요양절차 개선, 산재의료수가 및 진료비 심사․지급체계 개선, 장해평가기준 개선, 재활사업의 중장기 운영방향 등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할 계획을 제시하였다.

정부가 제시한 산재보험 개혁방향의 문제

아직 정부에서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정부가 제시한 산재보험에 대한 평가와 향후 개선방향을 들여다보면, 일부 내용에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재활과 복귀의 문제를 언급하고, 심사제도 개선을 통해 절차와 승인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자행하고 있는 요양지침 등의 진행과정을 보면, 궁극적 개혁의 방향이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산재보험에 대한 문제인식 역시 단지 문제점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고,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와 핵심적인 개혁방향 제시가 없다. 이러한 판단을 하는 것은, 산재보험을 둘러싼 현상의 핵심을 산재은폐와 재해노동자의 부실한 요양과 재활에 두지 않고 산재노동자의 ‘도덕적해이’를 주요한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국 이러한 평가를 통한 개선의 방향은 그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현상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또한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을 강조하기보다는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려 하는 경총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의 태도 역시 보이고 있다. 여러 문제를 나열하고 있지만 산재보험 개선방향의 핵심으로 재정불안을 해소하려는 경영 측면, 절차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효율성 증대 등을 주되게 삼고 있다. 효율성과 재정적 측면을 고려하기에 앞서 산재노동자의 실제적인 요양과 복귀라는 사회보험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의 제시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큰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인정기준 논쟁과 이 때문에 신속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등의 문제는 산재보험 뿐 아니라, 건강보험의 문제를 노동보건문제의 주요한 제도개선 방향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노동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있는 건강보험의 낮은 사회보장성 문제에 대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 제시를 하고 있지 않다.

정부의 산재보험 평가와 방향제시에 산재은폐와 중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의 산재 현실, 건강보험으로 이전 등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는 점은 과연 실제적인 개선안이 나올지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합리적인 요양관리체계 구축의 핵심은, 재해노동자들의 실질적 요양보장과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작업장으로 복귀하는 것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재활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재해 노동자에게 강제적인 치료종결을 남발하고, 여전히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작업장으로 강제적인 작업복귀를 시킴으로써 산재보험의 재정 안정을 꾀하는 것을 합리적인 요양관리라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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